세품아 저널


[저널 열아홉번째] 세품아 공간 청소를 담당하시는 명진영 고모님 이야기

관리자
2024-02-13
조회수 217






2월 13일 (화)    

열아홉번째 이야기    





“그 친구에게 꼭 코코아 한 잔을 주고 싶었어요.”  

(세품아 공간 청소를 담당하시는 명진영 고모님 이야기)





매주 두 번,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 9시가 되면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품아 모든 공간의 청소를 담당해 주시는 명진영(56) 고모님이신데요. 자그마한 키에 사람 좋은 웃음을 가지고 언제나 먼저 큰 소리로 인사를 해 주시는 고모님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아침이 상쾌해집니다. 


2021년 6월부터 일을 시작하셨으니 벌써 햇수로 4년째가 되어가는 고모님에겐 그녀만의 청소루틴이 있습니다. “차에서 내려 학교 건물로 걸어 들어오면서부터 눈으로 스캔이 시작돼요. 쓰레기의 양 체크 포함, 건물 외부부터  건물 내부까지를 가볍게 스캔한 후 그 날의 청소 순서를 정합니다. 보통은 각 사무실의 쓰레기통을 비우고, 청소기를 돌린 후 물 청소를 하죠. 그리고 요일과 계절에 따라 그 날 더 심혈을 기울일 청소 구역을 정해요.” 그러나 이런 그녀에게도 모든 게 낯설었던 첫 순간이 있었습니다. “첫 출근을 했던 날이 기억나요. 세품아가 큰 공간으로 이사를 온 후 청소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길 듣고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내가 주부니, 청소는 할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근데 첫 날 와서 보니 내가 했던 집안 청소와는 사이즈가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워낙 오래 주부로서 집에만 있다보니 다시 사회생활을 한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여~엉 어색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첫 날 바로 후회를 했지요. 내가 왜 한다고 했지? ㅠ (미소) 그래도 다행인 게,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되더라고요.”


성경에 보면 ‘손에 잡힐만하여도 왕궁에 있는 도마뱀이니라’ (잠30:28)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잠언에서 도마뱀은 손에 잡힐 만큼 작은 동물이지만, 누구나 두려워하는 왕궁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지혜롭고 꼭 필요한 존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가 고모님을 인터뷰하면서 내내 이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고모님을 도마뱀에 비유해서 정말 죄송;;;하지만, 바로 세품아에서 그런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도마뱀이 작은 몸집 덕분에 왕궁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었던 것 처럼 고모님은 청소 덕분(?)에 세품아 어느 곳이든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분이시거든요. 그러다 보면 선생님들이 보지 못하는 아이들의 민낯을 목격하기도 하는데요. “자기들끼리 모여 욕을 하거나, 누군가를 괴롭히는 모습을 종종 발견해요. 처음에는 못본 척 했어요. 선생님들께 알려 드리기도 했고요. 내가 어쩌면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중간역할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내가 엄마라면 어떻게 말하고 처신할까?’를 기준으로 판단해요. 그래서 때로는 말리기도 하고, 피해를 당하고 있는 친구를 데리고 오기도 합니다.” 


“책임활동을 해야하는 아이들 청소를 시키잖아요? 꼭 해야 할 일이지만 하고 나면 저는 꼭 맛있는 간식을 준비했다가 아이들에게 하나씩 주곤 해요. 처음에는 청소를 한 아이에게만 그 칭찬으로 간식을 줬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어떤 아이에게 간식을 주고 싶더라고요. 최근에 세품아에 들어 온 나이 어린 친구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 친구에게 꼭 코코아 한 잔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그 친구를 불러 심부름을 시키고 코코아를 주었습니다. 그 아이가 잠시나마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그러면서 내 어릴적이 생각났습니다. 내가 이 아이에게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건네 듯, 누군가 어릴 적 나에게 따뜻함으로 노크해 줬다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라는.” 고모님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제가 왔다갔다 하면서 선생님들도 보게 되잖아요? 세품아는 아이들만 변하는 게 아닌거 같아요. 선생님들의 변화도 눈에 많이 보여요. 처음에는 아이들 보면서 굉장히 힘들어 하는 선생님이 계셨어요. 동공의 지진이 느껴졌는데요. 근데 어느 순간 이 선생님이 엄청 여유로워지셨어요. 식당에서 그 선생님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잠깐 나눴는데 아이들을 보는 시각이 많이 성숙해지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활발하기만 하다고 느꼈던 한 젊은 선생님이 계셨는데요. 시간이 지나고 어느 순간 낯선 일에도 당황하지 않는 안정된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시더라고요. 젊은 선생님에게서 무게감까지 느껴졌어요. 항상 놀라는 건 ‘나 같으면 저 순간에 화를 냈을텐데’ 하는 상황에서도 침착하신 세품아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는 거예요. 선생님들이 성장하고 안정이 되니깐 세품아 전체 조직이 안정이 되는 느낌이예요.”


마지막으로 고모님의 소망을 들어볼까요? “제가 세품아 사람이 다 되었나 봅니다. (멋쩍은 웃음^^) 먹고 살기 바빠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어요. 근데 요즘 생각하게 되네요. 결국은 내가 변해야 한다. 내가 보는 눈이 바뀌어야 내 가정도 잘 돌보고, 세품아에서도 내 몫을 하겠구나 싶고요. 그렇게 더 성숙해지고 싶어요. 제가 마흔 넘어서 딸을 낳았거든요. 어떻게 키워야 할 지 몰랐는데 세품아에서 많이 배웠어요. 내 딸에게도 더욱 좋은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자신이 지나간 자리마다 정리가 되고 깨끗해 지는 것을 보고 그녀는 일의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마다 청결 뿐 아니라 웃음이 넘치고 따뜻함이 느껴진다는 것, 세품아 식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입니다^^  (글 : 임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