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품아 저널


[저널 서른다섯번째] 지움/다움 학교 여행기

관리자
2024-09-24
조회수 173

9월 24일 (화)  

서른네번째 이야기  

 



“학교에서는 아무리 강조하고 가르쳐도 되지 않던 

'사랑', ‘존중’의 태도가 아이들의 모습에 어느새

자연스럽게 녹아있었습니다.” 

(지움학교 경주 여행기)


(오늘 하루를 몸동작으로 표현하는 지움학교)



 “우리 여행 못가죠?”

  “천재지변으로 경주 가는 길이 막히지 않는 이상 여행은 무조건 갈 거야.”

  

  여행을 며칠 앞두고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여행을 앞두고 지움학교 안에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제행동을 한 아이를 어떻게 교육할지에 대해 선생님들이 모여 회의하는 모습이 아이들의 눈에는 여행의 가부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말로 아이들의 불안감을 지워줄 수 있을까 말을 고르는 중이었는데 그새 또 다른 아이도 찾아와서 말을 더했습니다. “안가는 거 맞죠? 그런데 이 정도면 안 가는 게 맞긴 해.” 

  ‘맞을 짓을 해서 때렸고, 때려서 벌을 받았다.’ 이해와 용서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지배하는 유일한 ‘인과응보의 정의’가 ‘여행취소’라는 루머를 만들고 기정사실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도 이번 여행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기 때문에 아이들을 한자리 모두 모아 이야기했습니다. “너희들이 왜 여행이 취소되었다는 말을 하는지 알겠는데, 천재지변으로 경주 가는 길이 막히지 않는 이상 여행은 무조건 갈 거야.” 이렇게 무성한 루머 속에서 경주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역시, 허PM님은 누구보다 즐기고 있어!
" L.O.V.E " 지움학교의 사랑이 느껴지시나요?
너무 잘어울리잖아....?! 시대를 잘 못 태어났던가...(그때 그 사진관)
타이어가 터졌는데 우리가 다치지 않았다고?? (feat.세푸마적 사고)


경주국립박물관을 관람하며 한국사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떠오른 아이들은 재잘대기 바빴고, 동궁과 월지의 멋진 야경을 걸을 때는 모든 아이들의 눈은 별빛을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야경의 아름다운 분위기에 매료된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장소마다 멈춰서서 평소 친하지 않던 친구, 동생들에게 외쳤습니다. 


“같이 한 컷 할래?” 


아이들이 가장 기대했던 둘째 날 자유여행, 셋째 날 경주월드에서 아이들은 즐거움과 자유함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선생님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장면들이 들어왔습니다. ‘늦게 오는 친구를 기다려주는 것, 소심한 친구를 위해 또 무엇이 하고 싶은지 물어봐 주며 같이 해주겠다고 하는 모습, 사진을 찍으며 서로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더 잘 나왔다고 칭찬해주는 모습, 갑자기 감정조절이 안되는 친구의 등을 천천히 토닥이며 위로하는 모습 등 학교에서는 아무리 강조하고 가르쳐도 되지 않던 ’사랑‘, ‘존중’의 태도가 아이들의 모습에 어느새 자연스럽게 녹아있었습니다. 여러 말보다 함께 걸으며 텅 빈 아이들의 마음을 사랑과 존중의 경험으로 가득 채워주는 것이 가장 좋은 수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지 2주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경주앓이'를 하는 아이들도 많고 다움학교 진학시험을 위해 아침도 거르며 영어단어를 외우는 아이, 명문대에 가겠다며 초등학교 수학문제를 받아 간 아이도 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아이들은 다시 꿈꿀 수 있고, 아주 작고 사소해도 더 나은 삶을 위해 무언가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의 동력을 얻은 듯 보입니다. 마음의 닻을 올린 우리 아이들이 어디로 항해할지 기대되는 요즘입니다. (글 : 황병욱)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시간” 

(다움학교 캄보디아 여행기)


(망가진 풍선을 고쳐주자 환하게 웃으며 뛰어오는 캄보디아 아이와 다움학교 친구)


   다움학교는 매년 여름 몽골로 여행을 떠납니다. 몽골여행의 목적은 단절입니다. 넓은 초원에 사람은 보이지 않는 곳,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곳,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는 곳이 바로 몽골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캄보디아^^. 여행지가 바뀌니 여행의 목적과 프로그램도 바뀝니다. 캄보디아 여행의 목적은 확장과 연결입니다. 한국인 선교사님이 세운 학교 학생들과 함께하는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계획했습니다.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해 준비된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분명 호텔인데 지은 지 수십 년이 되어 내부가 매우 낡았습니다. 기온과 습도가 높습니다. 호텔인데 복도만 나가도 덥고, 방에서 돌아가는 에어컨은 윙윙 소리가 매우 큽니다. “집에 가고 싶어요. 너무 지저분해요. 저 침대 믿을 수 있나요? 벌레는 없을까요?” 이제 막 시작한 여행인데 마음이 닫힌 친구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열대과일 망고스틴 한 상자를 먹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외형의 과일이라 아이들은 역시나 쭈뼛거렸는데, 맛있게 먹는 선생님들을 보고 한두 명씩 용기를 냈습니다. 현지에서 먹는 열대과일. 경험해 본 분들은 아시죠? 세상에 이런 맛이! 눈이 번쩍 떠지는 맛, 아이들의 마음도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월요일, 드디어 캄보디아 덕신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초등학생들의 똘망똘망한 눈빛이 너무 귀엽습니다. 덕신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오전 시간을 우리에게 할애해 주셨고 강당에서 풍선으로 만든 칼과 작은 축구공을 가지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화요일과 수요일에도 덕신학교 다른 학년 학생들과 2인3각,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간지럼 참기, 탁구공 던지기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말 그대로 하얗게 불태운 시간들 이었습니다. 


하나가 되어서 진행된 2인 3각웃음꽃피는 간지럼 참기
이렇게 진심으로 하는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라니..매일밤 하루를 돌아보다


시간이 지나자 다움학교 학생들의 표정과 말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이뻐요. 몇 명은 한국에 데려가고 싶어요.” “첫날에 저에게 자기 간식을 나눠준 아이가 있는데, 제가 무슨 맛일지 두려워서 머뭇거렸거든요. 오늘도 한 아이가 오더니 자기 간식 한 개가 아니라 한 줄을 잘라 주는 거예요. 그 아이는 풍족하지 않은데 저에게 나눠준 거잖아요. 첫날 머뭇거렸던 제가 너무 미워요.” “여기 아이들은 제가 뭐 해준 것도 없는데 저를 엄청나게 좋아해요. 그냥 막 매달리고 손잡고. 고맙죠. 저를 그냥 좋아해 주는 게.”


캄보디아 가기 전에 다움학교는 여러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게임, 캄보디아 역사 공부, 여행에 대한 생각정리 등. 준비하면서 우리는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지에 가서 덕신학교 학생들과 함께하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선물이었습니다. 덕신학교 학생들은 우리가 준비한 것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주며 맑은 눈망울과 미소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다움학교 학생들은 그 눈망울과 미소를 볼 때마다 더 주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는 경험. 이번 여행은 ‘연결’이 주제였지만, 여행을 마치자 ‘선물’이 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 : 정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