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 마흔번째
12월 10일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 직면시리즈 2
민서는 어릴때 부터 정신 없다는 소릴 많이 들었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닐때 부터 민서는 또래들과의 잦은 갈등,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일방적 괴롭힘으로 어린이집을 늘 시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친구의 장난감을 뺏고 때리는 건 물론이고, 친구에게 흙을 뿌려 놀이터의 평화를 순식간에 무너트리기도 했습니다. 매일매일 들려오는 민서의 문제행동으로 인해 걱정이 극에 달한 어머니와는 달리 민서의 아버지는 ‘그게 뭐가 문제냐? 민서가 다른 애들이 비해 에너지가 좀 많을 뿐이다. 그 나이때는 다 그렇지 않냐?’ 라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민서의 행동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더욱 도드라져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똑바로 앉아라‘ ’그러면 안된다‘ 라는 소리를 늘 들으며 자란 민서는 모든 선생님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습니다. 자신을 ‘골칫덩이’로 인식하는 어른들의 눈빛을 민서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3학년이 되자, 민서는 행동 뿐 아니라 학습에도 어려움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민서는 학교에서 ’골칫덩이‘에 ’꼴통‘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또래보다 공부를 못하는 자신이 처음에는 부끄럽게 느껴졌지만, 나중에는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 난폭해져갔고 난폭함의 결과로 학교에서 열리는 ‘선도위원회’에 단골손님이 되었습니다. 학교는 더 이상 민서의 행동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골칫덩이’와 ‘꼴통’이라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라도 하듯 자연스레 ‘일진’ 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밖으로만 돌던 그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타지역의 친구들과의 교류를 위해 가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출 후 생활비가 필요한 그는 자연스런 수순처럼 절도와 폭행을 반복하게 되었고 2번째 재판을 통해 마침내 세품아에 오게 되었습니다. ‘범죄 소년’이라는 타이틀이 더해진거죠. ‘부족함 없이 해 주는데도 얘가 왜 이러는 거지?‘ 아버지는 아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 뿐이었습니다.
강도는 다르지만 세품아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10명중 7명은 민서와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집중하지 못함이 ’골칫덩이‘로, 학습의 느림이 ’꼴통‘으로 여겨지면서 칭찬받고 주목받고 싶었던 한 아이는 무력함과 분노로 결국은 ’범죄소년’이 되어 버렸습니다.
자신의 분노와 억울함만이 삶의 동력이 된 민서는 세품아 생활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규칙만 지키라고 하고 그냥 놔두면 좋으련만 그 놈의 ’똑똑수업’이 문제입니다. 텍스트에 나오는 주인공의 마음이 어떤지, 너라면 어떻게 했을지, 해결을 위한 더 좋은 방법이 없는지 선생님은 정말 궁금하다는 듯 민서를 바라보며 질문을 합니다. ’잘 모르겠어요. 모르겠는데요. 진짜 모르겠어요.‘ 혹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 놈이 반항을 하는 건가 싶겠지만, 사실 민서는 이런 질문을 처음 받아봅니다. 그러니 진짜 모르는거죠. 다행인건, 시간이 지나며, 대답을 하는 횟수가 늘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머리가 너무 아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흥분을 하며 텍스트의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정도로 몰입을 할 때도 있습니다. 중학생이지만, 초등학교 2학년 학습 수준을 가진 민서는 기초학습 시간을 통해 영어, 수학, 국어를 공부합니다. ’공부가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지?‘ 공부는 민서에게 늘 불평만 하며 피해왔던 종목입니다. 3개월 간, 선생님의 개인지도를 받으며 초등학교 2학년에서 4학년 수준으로 수학실력이 올라갑니다. 학습의 결과에 가장 놀라는 건 본인입니다. ’내가 이 문제를 풀수 있다고?‘ 욕심이 생깁니다. 현재 자신의 나이인 중학교 2학년 수준까지만 딱 공부했으면 하는 목표가 생깁니다. 중2 인생에서 첫번째로 생긴 목표입니다. 공부의 의미를 찾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그냥 공부를 못했던 거죠. 공부가 되니 저절로 의미가 찾아집니다. 민서가 더 놀라는 건, 세품아의 선생님들입니다. 늘 나를 보며 ’잘한다‘고 칭찬을 하며, 웃어주십니다. 처음엔 거짓이라고 느꼈습니다. 근데 수업의 작은 성과를 보일때마다 자신보다 더 기뻐해주시는 선생님의 표정을 보면서 마음이 이상해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이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품아에는 아이들의 변화를 위한 마술같은 대단한 무언가가 있을거야!‘ 라는 외부의 기대와는 달리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건 아주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하루하루 규칙적인 생활의 반복, 학습을 통해 주어지는 작은 성공의 경험, 자신의 행동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늘 머물러 있는 교사의 시선이 아이들을 자라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의 말과 행동이 타인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세품아의 슬로건 중 ‘아이들이 안 변하는 것이 아니라 못 변하는 것이다’ 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마도 사람은 자신의 내면이 따뜻한 연료로 채워져야만 타인의 아픔을 비로소 바라볼 수 있는가 봅니다. 단지 속도가 느려 잘 보이지 않을 뿐, 이 아이들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아이들을 달팽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달팽이도 산을 넘는다’ 이것이 세품아 교사의 믿음이기도 하고요.
‘잠자리에 들었는데 문득 제가 괴롭혔던 친구 하나가 생각이 났어요. 내가 생각해도 무지 비겁하게 괴롭혔는데…. 같이 다니면서요. 갑자기 그게 생각나니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내 자신의 행동이요. 딱! 이불킥!! 그래서 주말에 외박 나갔을 때 그 친구한테 전화를 했어요. 잘 지냈냐고 인사를 하고 그때는 진짜 미안했다고 말했어요. 용기내서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미친놈, 별걸 다 기억한다‘ 그러더라고요.’ 지움학교를 거쳐 다움학교에서 1년을 지낸 친구의 고백입니다. 이 당연한 진리를 깨닫는데 너무 오랜시간이 걸렸습니다. (글: 임수미)
저널 마흔번째
12월 10일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 직면시리즈 2
민서는 어릴때 부터 정신 없다는 소릴 많이 들었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닐때 부터 민서는 또래들과의 잦은 갈등,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일방적 괴롭힘으로 어린이집을 늘 시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친구의 장난감을 뺏고 때리는 건 물론이고, 친구에게 흙을 뿌려 놀이터의 평화를 순식간에 무너트리기도 했습니다. 매일매일 들려오는 민서의 문제행동으로 인해 걱정이 극에 달한 어머니와는 달리 민서의 아버지는 ‘그게 뭐가 문제냐? 민서가 다른 애들이 비해 에너지가 좀 많을 뿐이다. 그 나이때는 다 그렇지 않냐?’ 라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민서의 행동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더욱 도드라져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똑바로 앉아라‘ ’그러면 안된다‘ 라는 소리를 늘 들으며 자란 민서는 모든 선생님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습니다. 자신을 ‘골칫덩이’로 인식하는 어른들의 눈빛을 민서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3학년이 되자, 민서는 행동 뿐 아니라 학습에도 어려움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민서는 학교에서 ’골칫덩이‘에 ’꼴통‘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또래보다 공부를 못하는 자신이 처음에는 부끄럽게 느껴졌지만, 나중에는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 난폭해져갔고 난폭함의 결과로 학교에서 열리는 ‘선도위원회’에 단골손님이 되었습니다. 학교는 더 이상 민서의 행동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골칫덩이’와 ‘꼴통’이라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라도 하듯 자연스레 ‘일진’ 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밖으로만 돌던 그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타지역의 친구들과의 교류를 위해 가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출 후 생활비가 필요한 그는 자연스런 수순처럼 절도와 폭행을 반복하게 되었고 2번째 재판을 통해 마침내 세품아에 오게 되었습니다. ‘범죄 소년’이라는 타이틀이 더해진거죠. ‘부족함 없이 해 주는데도 얘가 왜 이러는 거지?‘ 아버지는 아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 뿐이었습니다.
강도는 다르지만 세품아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10명중 7명은 민서와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집중하지 못함이 ’골칫덩이‘로, 학습의 느림이 ’꼴통‘으로 여겨지면서 칭찬받고 주목받고 싶었던 한 아이는 무력함과 분노로 결국은 ’범죄소년’이 되어 버렸습니다.
자신의 분노와 억울함만이 삶의 동력이 된 민서는 세품아 생활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규칙만 지키라고 하고 그냥 놔두면 좋으련만 그 놈의 ’똑똑수업’이 문제입니다. 텍스트에 나오는 주인공의 마음이 어떤지, 너라면 어떻게 했을지, 해결을 위한 더 좋은 방법이 없는지 선생님은 정말 궁금하다는 듯 민서를 바라보며 질문을 합니다. ’잘 모르겠어요. 모르겠는데요. 진짜 모르겠어요.‘ 혹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 놈이 반항을 하는 건가 싶겠지만, 사실 민서는 이런 질문을 처음 받아봅니다. 그러니 진짜 모르는거죠. 다행인건, 시간이 지나며, 대답을 하는 횟수가 늘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머리가 너무 아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흥분을 하며 텍스트의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정도로 몰입을 할 때도 있습니다. 중학생이지만, 초등학교 2학년 학습 수준을 가진 민서는 기초학습 시간을 통해 영어, 수학, 국어를 공부합니다. ’공부가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지?‘ 공부는 민서에게 늘 불평만 하며 피해왔던 종목입니다. 3개월 간, 선생님의 개인지도를 받으며 초등학교 2학년에서 4학년 수준으로 수학실력이 올라갑니다. 학습의 결과에 가장 놀라는 건 본인입니다. ’내가 이 문제를 풀수 있다고?‘ 욕심이 생깁니다. 현재 자신의 나이인 중학교 2학년 수준까지만 딱 공부했으면 하는 목표가 생깁니다. 중2 인생에서 첫번째로 생긴 목표입니다. 공부의 의미를 찾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그냥 공부를 못했던 거죠. 공부가 되니 저절로 의미가 찾아집니다. 민서가 더 놀라는 건, 세품아의 선생님들입니다. 늘 나를 보며 ’잘한다‘고 칭찬을 하며, 웃어주십니다. 처음엔 거짓이라고 느꼈습니다. 근데 수업의 작은 성과를 보일때마다 자신보다 더 기뻐해주시는 선생님의 표정을 보면서 마음이 이상해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이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품아에는 아이들의 변화를 위한 마술같은 대단한 무언가가 있을거야!‘ 라는 외부의 기대와는 달리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건 아주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하루하루 규칙적인 생활의 반복, 학습을 통해 주어지는 작은 성공의 경험, 자신의 행동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늘 머물러 있는 교사의 시선이 아이들을 자라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의 말과 행동이 타인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세품아의 슬로건 중 ‘아이들이 안 변하는 것이 아니라 못 변하는 것이다’ 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마도 사람은 자신의 내면이 따뜻한 연료로 채워져야만 타인의 아픔을 비로소 바라볼 수 있는가 봅니다. 단지 속도가 느려 잘 보이지 않을 뿐, 이 아이들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아이들을 달팽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달팽이도 산을 넘는다’ 이것이 세품아 교사의 믿음이기도 하고요.
‘잠자리에 들었는데 문득 제가 괴롭혔던 친구 하나가 생각이 났어요. 내가 생각해도 무지 비겁하게 괴롭혔는데…. 같이 다니면서요. 갑자기 그게 생각나니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내 자신의 행동이요. 딱! 이불킥!! 그래서 주말에 외박 나갔을 때 그 친구한테 전화를 했어요. 잘 지냈냐고 인사를 하고 그때는 진짜 미안했다고 말했어요. 용기내서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미친놈, 별걸 다 기억한다‘ 그러더라고요.’ 지움학교를 거쳐 다움학교에서 1년을 지낸 친구의 고백입니다. 이 당연한 진리를 깨닫는데 너무 오랜시간이 걸렸습니다. (글: 임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