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널 마흔세번째
2월 4일
"가출이 아니라 탈출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세품아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네 개의 렌즈가 있습니다.
나쁜아이가 아니라 아픈아이입니다.
가출이 아니라 탈출입니다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입니다
안 변하는 것이 아니라 못 변하는 것입니다
나쁜아이가 아니라 아픈아이입니다.
2008년을 시작으로 세품아는 지역의 일명 ’노는 친구‘들을 만나 왔습니다. 본드중독, 학교 일진, 아이들 사이에서 일명 ’노빠꾸‘로 통하는 또라이(?)까지…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친구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거칠고 불안해 보였으며, 정신이 없고 늘 소란스러웠습니다. 말투와 태도, 그리고 그들의 행동을 보면 나쁜 아이가 확실했습니다. 그러나 불편하고 불쾌하기까지 한 그들의 외면을 지나 꽁꽁 숨겨 두었던 그들의 내면의 이야기와 만나게 되면서 우리의 생각은 조금씩 바뀌어 갔습니다. 어릴때 부터 알콜 중독 아버지의 폭력을 고스란히 받아 내야만 했던 민혁이, 우울증으로 자살을 선택했던 어머니의 시신을 집 안에서 홀로 목격해야만 했던 준서, 조폭 출신의 폭력적인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초등학교 시절 내내 틱을 멈추지 않았던 민재…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가정 안에서 오직 살기 위해 버터내야만 했을 아이들은 ’나쁜 아이‘ 이기 이전에 ’아픈 아이‘였습니다. 이 아픈 아이가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에게 친절을 베푼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또한, 범죄의 시작이 되는 그들의 가출은 어쩌면 살기 위한 탈출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향한 시선이 달라지자 솔루션의 방향도 바뀌어 갔습니다. ’쓰레기‘로 인식한다면 이들은 격리해야 할 대상이지만 ’자원‘으로 인식한다면 리싸이클링(?)을 위한 교육이 필요했습니다. 만약 안 변하는 것이 아니라 못 변하는 것이라면 변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과정이 이들의 인생에 꼭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죠. 이것이 세품아 교육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반대의 목소리와도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자랐다고 다 범죄를 합니까?’ ‘범죄를 옹호하는 감정적 이야기 아닙니까?’ ‘선생님들 좋은 일 하시는 거 알겠는데 이런 애들 절대 안 변합니다’ ‘피해자들은 아직도 힘들어 하는데 가해자에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닙니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때 부터 동네의 팬시점에서 절도를 반복한 준혁이, 기관위탁 처분을 받았지만, 교사에게 순응하지 않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또 다시 처분 변경을 당해 세품아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선입견과는 달리 큰 덩치에 해맑은 미소를 가진 소년이었습니다. 말이 좋아 해맑은 미소이지, 아이들의 시각에서는 조금 덜 떨어져 보이기까지 했는데요. “우리 준혁이가 좀 교만해요. 어른들에게 순종하고 공경하면 좋겠는데 반대로만 해요. 어른들을 무시하는 것 같아요.” 어릴때 부터 준혁이를 양육하신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교만함, 폭력적 행동이 어른들이 보는 준혁이의 평가이지만, 준혁이를 조금 더 자세히 보면 갈등상황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채 실수를 반복하며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는 이미 가해자가 되어 있었고,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속에서 그의 마음속에는 억울함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 억울함은 자신의 역할을 바꿨고 억울한 마음이 들때마다 폭력적 행동을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세품아에 처음 왔을때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봐 마음이 힘들었어요. 근데 이제는 사람들이 나를 아니깐 나답게 대해주는 것 같아 맘이 편해졌어요.” 준혁이는 또래보다 느리게 학습하는 친구였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할머니 조차도 준혁이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민재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몰랐어요. 동생은 힘들어 했는데 민재는 늘 밝은 모습이었거든요. 6년 내내 틱을 멈추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줄만 알았어요.” 부모 상담으로 만난 민재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조폭 출신 아버지와 초등학교 시절 6년을 함께 지내며 멈추지 않았던 틱이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아버지와 분리 된 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세품아에 처음 왔을 때 민재는 필요 이상으로 밝은 인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저 꿈이 있어요. 따고 싶은 자격증도 있고요. 그래서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하려고요.” 그러나 일상 속에서 만난 민재는 어려움이 많아 보였습니다. 자주 우울감을 보였으며, 우월감을 과시하는 또래와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가출이 아니라 탈출입니다’
‘가출’이라는 렌즈는 이미 세상속에 가득합니다.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그들의 행동이 그들을 이미 ‘나쁜 아이’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했으니까요. 그러나 이제 ‘탈출’이라는 렌즈로 아이들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라는 이름표를 잠시 내려놓고 그냥 한 인간으로서 우리 아이들을 조명해 보려고 합니다. 다음 저널부터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하는데요. 저지른 범죄의 내용은 물론이고, 자신과 교사 그리고 부모가 말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다각적으로 담아보려고 합니다. 이 조명이 한 아이를, 아니 한 인간을 조금 더 온전히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되길 바래봅니다. (글 : 임수미)
저널 마흔세번째
2월 4일
"가출이 아니라 탈출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세품아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네 개의 렌즈가 있습니다.
나쁜아이가 아니라 아픈아이입니다.
가출이 아니라 탈출입니다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입니다
안 변하는 것이 아니라 못 변하는 것입니다
2008년을 시작으로 세품아는 지역의 일명 ’노는 친구‘들을 만나 왔습니다. 본드중독, 학교 일진, 아이들 사이에서 일명 ’노빠꾸‘로 통하는 또라이(?)까지…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친구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거칠고 불안해 보였으며, 정신이 없고 늘 소란스러웠습니다. 말투와 태도, 그리고 그들의 행동을 보면 나쁜 아이가 확실했습니다. 그러나 불편하고 불쾌하기까지 한 그들의 외면을 지나 꽁꽁 숨겨 두었던 그들의 내면의 이야기와 만나게 되면서 우리의 생각은 조금씩 바뀌어 갔습니다. 어릴때 부터 알콜 중독 아버지의 폭력을 고스란히 받아 내야만 했던 민혁이, 우울증으로 자살을 선택했던 어머니의 시신을 집 안에서 홀로 목격해야만 했던 준서, 조폭 출신의 폭력적인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초등학교 시절 내내 틱을 멈추지 않았던 민재…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가정 안에서 오직 살기 위해 버터내야만 했을 아이들은 ’나쁜 아이‘ 이기 이전에 ’아픈 아이‘였습니다. 이 아픈 아이가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에게 친절을 베푼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또한, 범죄의 시작이 되는 그들의 가출은 어쩌면 살기 위한 탈출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향한 시선이 달라지자 솔루션의 방향도 바뀌어 갔습니다. ’쓰레기‘로 인식한다면 이들은 격리해야 할 대상이지만 ’자원‘으로 인식한다면 리싸이클링(?)을 위한 교육이 필요했습니다. 만약 안 변하는 것이 아니라 못 변하는 것이라면 변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과정이 이들의 인생에 꼭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죠. 이것이 세품아 교육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반대의 목소리와도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자랐다고 다 범죄를 합니까?’ ‘범죄를 옹호하는 감정적 이야기 아닙니까?’ ‘선생님들 좋은 일 하시는 거 알겠는데 이런 애들 절대 안 변합니다’ ‘피해자들은 아직도 힘들어 하는데 가해자에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닙니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때 부터 동네의 팬시점에서 절도를 반복한 준혁이, 기관위탁 처분을 받았지만, 교사에게 순응하지 않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또 다시 처분 변경을 당해 세품아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선입견과는 달리 큰 덩치에 해맑은 미소를 가진 소년이었습니다. 말이 좋아 해맑은 미소이지, 아이들의 시각에서는 조금 덜 떨어져 보이기까지 했는데요. “우리 준혁이가 좀 교만해요. 어른들에게 순종하고 공경하면 좋겠는데 반대로만 해요. 어른들을 무시하는 것 같아요.” 어릴때 부터 준혁이를 양육하신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교만함, 폭력적 행동이 어른들이 보는 준혁이의 평가이지만, 준혁이를 조금 더 자세히 보면 갈등상황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채 실수를 반복하며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는 이미 가해자가 되어 있었고,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속에서 그의 마음속에는 억울함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 억울함은 자신의 역할을 바꿨고 억울한 마음이 들때마다 폭력적 행동을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세품아에 처음 왔을때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봐 마음이 힘들었어요. 근데 이제는 사람들이 나를 아니깐 나답게 대해주는 것 같아 맘이 편해졌어요.” 준혁이는 또래보다 느리게 학습하는 친구였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할머니 조차도 준혁이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민재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몰랐어요. 동생은 힘들어 했는데 민재는 늘 밝은 모습이었거든요. 6년 내내 틱을 멈추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줄만 알았어요.” 부모 상담으로 만난 민재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조폭 출신 아버지와 초등학교 시절 6년을 함께 지내며 멈추지 않았던 틱이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아버지와 분리 된 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세품아에 처음 왔을 때 민재는 필요 이상으로 밝은 인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저 꿈이 있어요. 따고 싶은 자격증도 있고요. 그래서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하려고요.” 그러나 일상 속에서 만난 민재는 어려움이 많아 보였습니다. 자주 우울감을 보였으며, 우월감을 과시하는 또래와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가출’이라는 렌즈는 이미 세상속에 가득합니다.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그들의 행동이 그들을 이미 ‘나쁜 아이’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했으니까요. 그러나 이제 ‘탈출’이라는 렌즈로 아이들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라는 이름표를 잠시 내려놓고 그냥 한 인간으로서 우리 아이들을 조명해 보려고 합니다. 다음 저널부터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하는데요. 저지른 범죄의 내용은 물론이고, 자신과 교사 그리고 부모가 말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다각적으로 담아보려고 합니다. 이 조명이 한 아이를, 아니 한 인간을 조금 더 온전히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되길 바래봅니다. (글 : 임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