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품아 저널


[저널 마흔네번째] 17살 광수 이야기

관리자
20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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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마흔네번째  

2월 18일  





 “‘아이가 이렇게 밝은데 왜 틱을 하지?’ 의아했어요.”

(17살 광수 이야기) 




 

   "저 꿈이 있어요. 따고 싶은 자격증도 있고요. 퇴소하고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할거예요" 입소 후 아직 세품아가 낯설텐데 광수는 묻지도 않은 말에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너무 밝은게 불안하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감정의 변화가 심한 친구였습니다. "기분이 너무 좋을때는 수업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해요. 집중하지 못하니깐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니깐 계속 질문을 해요." 국어 담당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잘 생활하다가도 갑자기 우울해 질 때가 있어요. 그러면 혼자 있으려고 해요. 이유는… 갑자기 그러기도 하고 누군가가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 때 마음이 다운되는 거 같아요." (광수) 함께 생활하고 있는 광수의 생활당담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애들 말로 들뜬다고 하는데요. 갑자기 감정이 업(UP)되면 문제가 생기게 되고 그것으로 혼나게 되면 기분이 다운되는거 같더라고요. 관계가 불편해지면 더 우울해 합니다."


올해 17살이 된 광수는 절도와 여러 건의 폭행으로 세품아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거칠고 강압적인 태도 때문에 동생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형이기도 합니다. "고기집 알바도 했지만 아는 형들과 사채를 해서 돈을 벌었어요. 돈을 많이 벌기도 했지만 그때 부터 폭력이 일상이 된거 같아요. 어린 애가 돈 받으러 가면 안 주니깐 무조건 먼저 폭력을 쓰는거죠."(광수) 17살 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 였지만, 광수는 이미 돈과 폭력에 물들어 있는 일명 조폭같은 인상을 풍기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폭력적인 것, 욕하는 것, 그리고 잘못을 못 느끼는 것, 허세 등등 다 아빠랑 똑같아요."(광수 어머니) 부모님의 수감 생활로 인해 어린 광수와 동생은 이모네 집에서 생활하다가 광수가 6살이 되면서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애들 아빠가 폭력적인 사람이었어요. 아이들을 혼내는 걸 내가 말리기라도 하면 더 화를 내니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광수랑 광수동생, 그리고 저까지 함께 심리상담을 다니기도 했어요."(광수 어머니) "집에 있으면 아빠한테 늘 맞았어요. 엄마가 없을때는 더 그랬죠. 사소한 것에도 화를 내셨어요. 한번은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다가 실수로 아빠 발을 밟았는데, 아빠가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시고 아이스크림을 먹지 말라고 하셨어요."(광수) "두 아이 모두 틱증상을 보였어요. 이것조차도 아빠는 일부러 그런다고 생각했죠. 이건 진짜 아니다 싶어 아이들과 집을 나오고 이혼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동생이 아빠에게 더 많이 혼이 났어요. 도리어 광수는 아빠에게 애교도 부리고 아주 밝았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이렇게 밝은데 왜 틱을 하지?' 의아했어요. 근데 아빠와 떨어지면서 틱이 사라지더라고요. 동생보다 광수가 더 틱이 심했던거 보면 속으로 많이 힘들었던거 같아요."(광수 어머니)


"처음에는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공부를 해야하나 싶었어요. 근데 한 달 공부를 하고 나니깐 처음에는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6학년 수준까지 올라 갔어요. 모르던 걸 알게 되니 재미도 생기더라고요. 집으로 돌아가면 고등학교를 진학해야 하니깐 딱 그 수준까지만 실력이 올라갔음 좋겠어요." 세품아와 함께 한지 4개월, 그는 조폭 캐릭터에서 학생 캐릭터로 바뀌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동생들의 물건을 함부로 빼앗고 자주 규칙을 어기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거칠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감정 기복 속에서도 교육을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바램이 함께 공존한다는 사실이죠. 인디언 고전 일화 중 '분노의 늑대와 사랑의 늑대가 싸울 때 누가 이길까?' 라는 질문에 '내가 먹이를 많이 주는 놈이 이긴다'는 교훈이 생각납니다. 광수는 혼자의 힘으로 자신을 지켜 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똑똑한 녀석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믿음직한 형들(자신이 실수하려고 할 때 잡아 줄 수 있는 형들)과 어울리려 노력하고 그들을 닮아가기 위해 여러 선택들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노력 하다가 실패할 때도 있지만, 성장의 늑대에게 먹이를 더 던져 주려고 몸부림치고 있음은 확실해 보입니다. (글 : 임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