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품아 저널


[저널 마흔일곱번째] 15살 준서이야기

관리자
20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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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마흔일곱번째  

4월 1일, 화요일  




"세품아 교사에게도 힘든 때가 있는데요. 

나이 어린 친구들을 집으로 돌려 보내야 할 때입니다." 

(15살 준서이야기)




소년 범죄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범죄 청소년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품아도 전체 인원 중 고등학생의 비율이 월등이 높았던 시기를 지나, 중 고등의 비율이 반반이 되더니 이제는 중학생의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더욱 놀라운 건 입소하는 청소년의 나이인데요. 요즘은 중1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청소년을 세품아에서 만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간혹 첫 재판으로 세품아에 오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두 번 이상의 재판을 거쳐야 세품아로 오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중학교 1학년 세품아 입소자’는 적어도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이미 범죄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준서가 바로 그런 경우인데요. 준서도 중학교 1학년 때 세 번째 재판으로 세품아에 오게 되었습니다. 준서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부터 밤 늦게 까지 친구들과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흡연을 경험했고 5학년, 이웃집 마당의 눈오리를 직접 만지고 싶다는 충동을 이기지 못해 ‘무단침입’을 하면서 첫 범죄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반복되는 가출과 범죄로 인해 (절도와 무면허등) 중학교 1학년 무렵 3번째 재판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쯤 되면 준서가 어떤 아이일까 궁금하실 텐데요. 준서의 초등학교 교사는 준서를 이렇게 기억합니다. ‘유머감각이 있고 교우관계가 좋으며… 정과 의리가 있는 학생입니다’ ”준서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고 사람들이 그래요. 아마도 재밌고 의리가 있어서 주변에 형들이랑 친구들이 우리 준서를 찾는거 같아요.“ (준서 어머니) 세품아에서도 준서는 형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원래 형들은 동생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눈에 동생들은 철없고 생각없는 존재들이거든요. 그런데도 형들은 하나같이 준서가 괜찮은 동생이라고 얘길합니다. 인기 비결이 뭐냐고 묻는 저의 질문에 준서는 별일 아니라는 듯 ”까불지 않고 선을 잘 지키는게 비결이죠.“ 라고 대답했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준서를 좀 더 자세히 보면 형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무서워하기도 합니다. 사실 어린 나이에 바깥 생활을 많이 한 친구들에게 형이란 존재는 하늘과도 같습니다. 생존을 위해 섬겨야 할 대상이기도 하고요. 보통 어른(교사)보다도 형들에게 더 깍듯이 대하고 높이는(?) 경향이 있으니깐요. 어쨌든 준서는 또래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있는 캐릭터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준서의 부모님은 준서가 6살때 이혼을 했습니다. 술과 도박을 일삼었던 아버지는 어린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어머니를 폭행했습니다. “준서가 유치원 때 여자 아이를 때리는 일이 있었어요. ‘여자 친구이니 더 보호해 줘야지.’ 라는 선생님의 말에 준서가 ‘우리 아빠도 엄마 때리는데 왜요.’ 라고 했다고 해요.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준서 어머니)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친구들과 갈등이 계속되었고, 수업이 진행되기 어려울 정도로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교사의 권유로 심리검사를 받고 ADHD 판정을 받아 약을 복용했습니다. 


어린 청소년들의 범죄 특징은 짧은 시간 반복적이면서도 그 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낮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범죄경험 청소년이 그렇지만) 오토바이 절도, 무면허, 무단 결석, 가출, 보호관찰 위반등 자신의 행동이 별거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에 당연히 그 행동들이 반복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래들과 어울려 일탈하는 것을 가볍게 인식하고 안일한 사고 방식으로…’ (상담 교사) 쉽게 말해,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세품아 내에서의 생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움관에서 소소한 규칙 위반이 계속됩니다. 형들의 심부름을 해주며 형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준서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며, 두번 째는 자신의 일, 그리고 마지막이 규칙을 지키는 것 같아요.“ (생활 교사1) “관계에 너무 많은 애를  써서 그런지 학습에 대한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요. 에너지가 없으니 지금은 그냥 시간보내기 식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생활 교사2)

요즘 선생님들을 통해 준서가 많이 조용해졌다는 얘기을 듣습니다. 퇴소가 한 달도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준서는 혹 자신이 사고를 쳐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될까봐 걱정이 많습니다. 불안 때문에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니까요. 


준서만큼의 불안함은 아니지만 퇴소를 앞둔 친구를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마음에도 걱정이 많습니다. ”수업할 때나 큐티할 때 보면 잘 듣고 생각도 하려고 해요. 그걸 잘 살려 교육으로 이어가고 싶은데 퇴소를 하게 되어서 좀 아쉬움이 있어요.“ (학습 교사)

나이 어린 친구들이 세품아에 많아지면서 세품아 교육이 그만큼 더 어려워졌습니다. 교육의 효과성이 너무 늦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관계성, 일반적인 상식의 부재, 경각심 없는 행동들을 넘어서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품아 교사에게 교육 보다 더 힘든 때가 있는데요. 나이 어린 친구들을 집으로 돌려 보내야 할 때입니다. 미래를 맘껏 축복해 주어야 마땅할 시간이지만, 실상은 제발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아쉬움이 남는것이 현실입니다. (글 : 임 수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