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널 마흔여덟번째
4월 15일
"학교에 있는 필기구, 바둑알등
주변의 물품들이 민호의 자해도구가 되었고..."
(16살 민호 이야기)
간혹 타 6호 시설에서 처분 변경이 되어 세품아(6호)에 오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7호 시설(의료 소년원 : 알콜이나 약물중독 및 의료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범죄 청소년 위탁 기관)에서 처분 변경이 되어 세품아(6호)에 온 것은 민호가 처음이었습니다. 처분 변경의 이유는 ‘반복되는 자해’ 입니다. 같이 생활하는 청소년과의 갈등과 교사의 훈육등 본인의 마음이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민호는 자해를 하였으며, 자해의 수위가 갈수록 심해져 함께 생활하는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처분 변경의 내용이었습니다. ‘의료 소년원에서 치료받지 못한 친구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전문 의료인 한 명 없는 세품아에서??’ 민호가 위탁된 초반, 세품아 선생님들의 고민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형들의 말이나 행동이 너무 무섭게 느껴져요. 나를 때릴것 만 같아요." 불안이 높은 민호는 여럿이 함께 살아야만 하는 공동체 자체를 자신을 위협하는 자극의 공포탄 처럼 느끼는 듯 했습니다. 속이 불편하고 어지럽다는 호소를 하더니 입소 후 20일 만에 지움관에서 자해를 했습니다. 민호도 힘들었겠지만 한 공간에서 그것을 지켜보아야 만 했던 지움관 친구들에게도 그 경험은 두려움이었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월 2~3회의 자해가 규칙적(?)으로 계속 되었습니다. 날카로운 물건으로 자신의 몸을 그어 버리는 것 이외에도 자신이 손을 넣어 구토를 하고 코를 찔러 코피를 흘리기도 했습니다. 학교에 있는 필기구, 바둑알등 주변의 물품들이 민호의 자해도구가 되었고, 자신이 조금이라도 억울하거나 공격받는 상황이라고 느끼면 민호는 서슴없이 손목과 무릎을 그어 버렸습니다. 병원 진료와 교사의 정성스런 드레싱을 통해 봉합되고 있는 상처를 다시 그어 버릴 때는 세품아 교사들도 안타까움을 넘어 무력함을 느꼈습니다. 초반에 민호의 자해 상처를 보고 놀라고 두려워 했던 아이들도 반복되는 민호의 자해에 무감각해져 갔습니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났습니다.
민호는 11남매의 넷째입니다. (최근 범죄경험 청소년의 가정 형태 중 다문화에 이어 다자녀 가정 사례가 나타나고 있음) "우리 집은 하루도 빠짐없이 싸우고 욕하고 소리를 질러요." 아무래도 가족 구성원이 많다보니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어 보입니다. 아버지가 이사짐 센터에서 일을 하지만 식구가 많다보니 늘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습니다. "우리 엄마는 아프시고 또 예민하세요. 엄마한테나 동생들한테 말을 걸면 화를 내요. 동생들이 까불어서 내가 화를 내고 욕을 하면 엄마는 나한테만 화를 내요." 민호의 어머니는 계속되는 출산과 육아에 지쳐 보였습니다. "어릴 때 부터 뭘 해달라는 게 없었어요. 떼도 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관심을 덜 받은건 사실이예요. 특별히 여러 자녀중에 민호는 아빠에게 차별을 받았어요. 예쁨을 받지 못한거 같아요." 어머니의 말대로 민호 아버지는 민호를 다른 자녀에 비해 더욱 호되게 훈육 하였습니다. 훈육을 넘어 폭력으로. 그런 아버지를 민호는 아동 학대로 여러 번 경찰에 신고 했습니다. 민호는 4학년 때 흡연과 함께 지위비행을 시작했으며, 그 무렵 친구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첫 번째 자해를 했습니다. 이후 위협을 느끼는 순간마다 민호는 자해를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5학년 때 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총 4번의 재판을 받았는데 대부분의 범죄는 자전거 절도입니다. 절도 횟수가 총 40여회 이상이 됩니다.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어요. 자전거가 있으면 친구들이 나하고 놀아줄 거 같았거든요." 민호에게 있어 자해와 범죄는 관심을 받고 싶은 수단이자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도구였습니다.
세품아 생활 5개월이 되면서 민호의 변화가 포착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해의 횟수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형들이 두렵다는 호소도 많이 사라졌고 표정도 밝아졌습니다. "민호가 5개월이 되면서 울기 시작했어요. 그전에는 자해와 교사의 훈육에도 별로 감정에 변화가 없었거든요. 근데 5개월 이후로는 자해 후 교사에게 혼이 났을 때 울더라고요. 진짜 울음 같았어요." (교육 담당교사) 민호가 안정이 되자, 타인과의 갈등도 그로인한 스트레스도 줄어 들었습니다. 그러자 당연히 자해도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세품아가 어떤 교육을 했길래 이런 결과가 나왔냐?’ 고 물으신다면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자해한 팔과 무릎을 잘 치료해 주었습니다. 계속된 자해로 무릎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 스템플러 봉합까지 받았습니다. 담당 교사들은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싫어했지만 주변에 나이 많은(?) 교사들은 애정을 갈구해 간간히 찾아오는 민호에게 맛있는 간식을 주면서 두서 없는 민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었습니다. 담당 교사들은 민호에게 삶의 규칙을 가르쳤으며 무기처럼 사용하는 자해 행동에 혼을 내기도 했습니다.(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병행)하지만 이 시간을 견디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자해를 반복하는 민호를 세품아에 계속 두는 것이 그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지 교사들은 반복해서 질문했습니다. 그럴 때 마다 갈 곳 없는 민호를 우리가 끝까지 돌보자고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며 6개월을 견뎠습니다.
“세품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가평여행과 계곡에 놀러 갔던 거예요. 안 해봤던 경험이에요. 요즘은 자해를 안해요. 나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고 이제는 하면 기분도 별로 안 좋아요. 세품아에 있으면서 참는 걸 많이 배웠어요. 예전에는 상대가 시비걸고 욕하면 같이 화내고 그랬는데 지금은 참고 넘기려고 해요. 이곳에서 예의도 배우고 참고 절제하는 것도 배웠어요.” (민호의 퇴소 상담 내용 중 일부)
작년 8월, 더운 여름 날 민호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절실히 원했던 민호는 퇴소 때 자신을 데리러 온 가족들을 보고 한껏 상기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입소시 민호는 가정이 아닌 1호 위탁기관에서 생활 하였는데 퇴소시 가정으로 복귀하였음) 그렇게 돌아간, 민호의 생활이 궁금했습니다. 올해 1월 민호의 담임 선생님으로 부터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민호가 조퇴도 없이 학교에 잘 다니고 있어요. 동생들에게도 좋은 형 노릇을 하고 있고요. 세품아 가기 전이랑 완전 바뀌어서 왔어요. 정말 감사해요." 4월 초, 민호 이야기를 저널로 쓰기 위해 민호의 학교에 한번 더 연락을 드렸습니다. "민호가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3월에 중학교에 한번 놀러 왔었는데 표정이 밝고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자해 같은 건 없습니다. 이제…"
그러나 세품아 후원자님들께 저널을 공유하기 4일 전, 민호의 고등학교로 부터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그것도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민호가 자해를 했다는... 세품아 퇴소 8개월 후, 민호는 다시 자신의 몸을 그어 버렸습니다. (글 : 임 수 미)
저널 마흔여덟번째
4월 15일
"학교에 있는 필기구, 바둑알등
주변의 물품들이 민호의 자해도구가 되었고..."
(16살 민호 이야기)
간혹 타 6호 시설에서 처분 변경이 되어 세품아(6호)에 오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7호 시설(의료 소년원 : 알콜이나 약물중독 및 의료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범죄 청소년 위탁 기관)에서 처분 변경이 되어 세품아(6호)에 온 것은 민호가 처음이었습니다. 처분 변경의 이유는 ‘반복되는 자해’ 입니다. 같이 생활하는 청소년과의 갈등과 교사의 훈육등 본인의 마음이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민호는 자해를 하였으며, 자해의 수위가 갈수록 심해져 함께 생활하는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처분 변경의 내용이었습니다. ‘의료 소년원에서 치료받지 못한 친구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전문 의료인 한 명 없는 세품아에서??’ 민호가 위탁된 초반, 세품아 선생님들의 고민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형들의 말이나 행동이 너무 무섭게 느껴져요. 나를 때릴것 만 같아요." 불안이 높은 민호는 여럿이 함께 살아야만 하는 공동체 자체를 자신을 위협하는 자극의 공포탄 처럼 느끼는 듯 했습니다. 속이 불편하고 어지럽다는 호소를 하더니 입소 후 20일 만에 지움관에서 자해를 했습니다. 민호도 힘들었겠지만 한 공간에서 그것을 지켜보아야 만 했던 지움관 친구들에게도 그 경험은 두려움이었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월 2~3회의 자해가 규칙적(?)으로 계속 되었습니다. 날카로운 물건으로 자신의 몸을 그어 버리는 것 이외에도 자신이 손을 넣어 구토를 하고 코를 찔러 코피를 흘리기도 했습니다. 학교에 있는 필기구, 바둑알등 주변의 물품들이 민호의 자해도구가 되었고, 자신이 조금이라도 억울하거나 공격받는 상황이라고 느끼면 민호는 서슴없이 손목과 무릎을 그어 버렸습니다. 병원 진료와 교사의 정성스런 드레싱을 통해 봉합되고 있는 상처를 다시 그어 버릴 때는 세품아 교사들도 안타까움을 넘어 무력함을 느꼈습니다. 초반에 민호의 자해 상처를 보고 놀라고 두려워 했던 아이들도 반복되는 민호의 자해에 무감각해져 갔습니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났습니다.
민호는 11남매의 넷째입니다. (최근 범죄경험 청소년의 가정 형태 중 다문화에 이어 다자녀 가정 사례가 나타나고 있음) "우리 집은 하루도 빠짐없이 싸우고 욕하고 소리를 질러요." 아무래도 가족 구성원이 많다보니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어 보입니다. 아버지가 이사짐 센터에서 일을 하지만 식구가 많다보니 늘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습니다. "우리 엄마는 아프시고 또 예민하세요. 엄마한테나 동생들한테 말을 걸면 화를 내요. 동생들이 까불어서 내가 화를 내고 욕을 하면 엄마는 나한테만 화를 내요." 민호의 어머니는 계속되는 출산과 육아에 지쳐 보였습니다. "어릴 때 부터 뭘 해달라는 게 없었어요. 떼도 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관심을 덜 받은건 사실이예요. 특별히 여러 자녀중에 민호는 아빠에게 차별을 받았어요. 예쁨을 받지 못한거 같아요." 어머니의 말대로 민호 아버지는 민호를 다른 자녀에 비해 더욱 호되게 훈육 하였습니다. 훈육을 넘어 폭력으로. 그런 아버지를 민호는 아동 학대로 여러 번 경찰에 신고 했습니다. 민호는 4학년 때 흡연과 함께 지위비행을 시작했으며, 그 무렵 친구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첫 번째 자해를 했습니다. 이후 위협을 느끼는 순간마다 민호는 자해를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5학년 때 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총 4번의 재판을 받았는데 대부분의 범죄는 자전거 절도입니다. 절도 횟수가 총 40여회 이상이 됩니다.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어요. 자전거가 있으면 친구들이 나하고 놀아줄 거 같았거든요." 민호에게 있어 자해와 범죄는 관심을 받고 싶은 수단이자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도구였습니다.
세품아 생활 5개월이 되면서 민호의 변화가 포착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해의 횟수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형들이 두렵다는 호소도 많이 사라졌고 표정도 밝아졌습니다. "민호가 5개월이 되면서 울기 시작했어요. 그전에는 자해와 교사의 훈육에도 별로 감정에 변화가 없었거든요. 근데 5개월 이후로는 자해 후 교사에게 혼이 났을 때 울더라고요. 진짜 울음 같았어요." (교육 담당교사) 민호가 안정이 되자, 타인과의 갈등도 그로인한 스트레스도 줄어 들었습니다. 그러자 당연히 자해도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세품아가 어떤 교육을 했길래 이런 결과가 나왔냐?’ 고 물으신다면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자해한 팔과 무릎을 잘 치료해 주었습니다. 계속된 자해로 무릎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 스템플러 봉합까지 받았습니다. 담당 교사들은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싫어했지만 주변에 나이 많은(?) 교사들은 애정을 갈구해 간간히 찾아오는 민호에게 맛있는 간식을 주면서 두서 없는 민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었습니다. 담당 교사들은 민호에게 삶의 규칙을 가르쳤으며 무기처럼 사용하는 자해 행동에 혼을 내기도 했습니다.(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병행)하지만 이 시간을 견디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자해를 반복하는 민호를 세품아에 계속 두는 것이 그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지 교사들은 반복해서 질문했습니다. 그럴 때 마다 갈 곳 없는 민호를 우리가 끝까지 돌보자고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며 6개월을 견뎠습니다.
“세품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가평여행과 계곡에 놀러 갔던 거예요. 안 해봤던 경험이에요. 요즘은 자해를 안해요. 나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고 이제는 하면 기분도 별로 안 좋아요. 세품아에 있으면서 참는 걸 많이 배웠어요. 예전에는 상대가 시비걸고 욕하면 같이 화내고 그랬는데 지금은 참고 넘기려고 해요. 이곳에서 예의도 배우고 참고 절제하는 것도 배웠어요.” (민호의 퇴소 상담 내용 중 일부)
작년 8월, 더운 여름 날 민호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절실히 원했던 민호는 퇴소 때 자신을 데리러 온 가족들을 보고 한껏 상기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입소시 민호는 가정이 아닌 1호 위탁기관에서 생활 하였는데 퇴소시 가정으로 복귀하였음) 그렇게 돌아간, 민호의 생활이 궁금했습니다. 올해 1월 민호의 담임 선생님으로 부터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민호가 조퇴도 없이 학교에 잘 다니고 있어요. 동생들에게도 좋은 형 노릇을 하고 있고요. 세품아 가기 전이랑 완전 바뀌어서 왔어요. 정말 감사해요." 4월 초, 민호 이야기를 저널로 쓰기 위해 민호의 학교에 한번 더 연락을 드렸습니다. "민호가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3월에 중학교에 한번 놀러 왔었는데 표정이 밝고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자해 같은 건 없습니다. 이제…"
그러나 세품아 후원자님들께 저널을 공유하기 4일 전, 민호의 고등학교로 부터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그것도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민호가 자해를 했다는... 세품아 퇴소 8개월 후, 민호는 다시 자신의 몸을 그어 버렸습니다. (글 : 임 수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