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품아 저널


[저널 여든아홉번째] 지움학교 종민이와 부모님 이야기

관리자
20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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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여든아홉번째  

4월 29일(화)  





"다 나 때문인데, 이런 내가 왜 태어났나 싶어요." 

"더 이상 우리가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어요. 네 행동에 네가 법적 책임이 있으니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애원이자 협박이죠." 

(지움학교 종민이와 부모님 이야기) 




종민이와 그의 부모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범죄경험 자녀를 둔 가족이 겪고 있는 고통과 한계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형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예요. 동갑 친구들도 저를 놀려요. 그럼 동생들도 따라 놀려요. (이유를 묻자) 아마도 나랑 사이가 안 좋은 애들이 나한테 시비를 거는거 같아요."(종민) 종민이의 말투에는 늘 억울함이 묻어납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우습게 본다고 느끼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종민이를 자세히 지켜 본 교사들의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타인의 일에 필요 이상으로 참견을 해요. 쓸데 없는 말로 상대를 자극해서 늘 갈등이 일어납니다. 반대로 타인의 작은 말이나 행동에도 발끈하고 화를 내서 늘 싸움이 끊이지 않아요." (교사) 세품아에 들어온 지 4개월, 종민이의 문제 행동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경계선 지능 장애’ 판정을 받았어요. 범죄를 하고도 이것이 잘못이라는 걸 왜 인지를 못할까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안 되는 걸까요? 아님 심리 정서적 문제일까요?" (어머니) 종민이 부모님은 돈이 필요할 때 불법적인 것에도 서슴없이 손을 대는 종민이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가 없습니다. 



[학교]

“초등학교 1학년때 부터 놀아주는 친구가 없어서 애들과 늘 싸웠어요. 반에 같이 놀 친구가 없어서 2학년때 부터 고학년 형들과 놀기 시작하고 4학년때 처음 담배를 피웠어요. 그때는 뭐든지 다 불만이고 명령처럼 들리더라고요. 항상 뜨거웠어요. 애들이 내 말을 끝까지 안 듣거나 뭐라고만 하면 그냥 때렸으니까요.” (종민)


“대안학교에서도 퇴학을 당하고 일반학교에서도 종민이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초등학교 입학때 부터 아이들과 매일 싸웠거든요. 너무 고민이 많았죠. 그러다 형들과 함께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안 하던 짓을 하더라고요. 아마도 형들이 돈도 뺏어오게 하고 나쁜 짓도 시킨거 같아요.” (어머니)


“초등학교 때 무슨일만 생기면 저를 먼저 의심했어요. 그럴수록 더 화가 났어요. 나랑 놀면 나빠진다는 소문이 학교에 돌았거든요. 어딜가도 나는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 보니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요.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조심하려고 해요.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가 더 안 좋아질까봐요.” (종민)


“한번은 종민이네 반에서 문제가 생겼어요. 문제를 일으킨 사람으로 종민이를 의심하는 분위기 였어요. 종민이가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기억은 안 나는데 자기가 한 거 같다고요. 근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범인이 밝혀 졌는데 종민이가 아니었어요. ‘왜 종민이는 자기가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종민이가 걱정됐어요.” (어머니) 


“초 3때 학교의 권유로 병원에 갔어요. 그때 병원에서 제가 분노조절 장애, ADHD라고 했어요.” (종민)


“초 3때 ADHD로 상담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아침에 학교에 가기 전에 저랑 언쟁이 좀 붙었는데 종민이가 저를 경찰에 신고했어요. 주변 어른들에게 대하는 모습도 조금 이상했어요. 그 때부터 상담도 계속 받고 병원을 옮겨다니며 종민이에게 맞는 약을 찾아 다녔던거 같아요.” (어머니) 

 



[가정]

“부모님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셨어요. 부모님도 처음이라 자식을 키우는 방법을 모르셨던거 같아요. 좀 많이 혼을 내셨어요. 어릴 때 뛰어 다니거나 손톱을 물어 뜯어도 처음부터 화를 내고 혼을 내셨어요. 아빠한테 거의 매일 혼이 났어요. 근데 동생이 혼나는 건 한번도 못 봤어요.” (종민) 


“저희가 많이 엄했어요. 종민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초 3이 되면서 주변 어른들에게 선을 넘는 말과 행동을 했어요. 예의 없는 말은 물론이고, 친구들끼리나 할 법한 장난을 치는 거예요. 그럴 때 마다 종민이의 행동에 대해 엄하게 혼을 냈던거 같아요. 체벌도 했었고요. 저도 처음이라 그런지 나의 힘듦을 종민이에게 많이 풀었어요. 짜증스럽게 대하고요. 내 사랑이 부족했구나 싶어요. 종민이 동생이 있는데요. 종민이를 한번 경험하고 나니깐 종민이 동생에게는 좀 여유롭게 대하는 거 같아요. 아마 종민이는 이런 나의 행동을 보고 동생과 차별대우를 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어머니) 


“저는 자해 경험도 있어요. 억울하다고 느낄 때 그런거 같아요. 그럴때는 숨이 막혀요. 제가 잘 하려고 하는데도 나에게 뭐라고 하고 도무지 내 말을 안 믿어줘요. 아빠한테 혼날 때도 그런 감정을 느껴요.” (종민)


“종민이랑 함께 상담도 많이 받았어요. 그럴 때는 서로 사과도 하고 대화를 많이 나눕니다. 그렇게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바로 대형 사고를 치고 들어와요. 그럼 또 혼을 내고, 악순환이 계속 됩니다.   저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참을 수가 없어요.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교육을 해야 하는데 이제는 아동학대다 뭐다 해서 혼도 제대로 낼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평범하게 지내고 싶어요. 가족 간의 따뜻함을 느끼고 싶어요. 제가 사고를 많이 쳐서 우리집은 살얼음판이예요. 그럴 때 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다 나 때문인데, 이런 내가 왜 태어났나 싶어요.” (종민)


“종민이가 집에서 편해 보이지가 않아요. 처음에는 혼도 냈지만 사고가 끊이질 않으니 이제는 무관심으로 대응하게 돼요. 그래서 그런지 녀석이 눈치를 많이 봐요. 안쓰럽기도 하지만 해달라는 걸 다 해줬는데도 왜 그러지 싶은 마음이 커요. 서로가 서로를 계속 찌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머니)



종민이의 부모님은 끝이 없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우리 아이가 왜 이럴까? 라는 의문과 더 이상 기대를 포기하게 만드는 체념, 그리고 부모로서의 죄책감이 그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끝없는 어둠 속에서도 부모님은 한 줄기 빛 같은 바램을 뱉어냈습니다. ”아이가 버텨 줬으면 좋겠는데요. 버텨 줄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종민이의 바램은 무엇일까요?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위로 받고 싶어요.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글 : 임 수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