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널 쉰번째
5월 27일(화)
‘도움을 받는 자에서 도움을 주는 자로’
(스무살 자립청년 준수이야기)
요즘 세품아 교사들 사이에서 준수 이야기가 한창입니다. “이번 주말에 준수가 캠핑장에서 알바를 했는데요. 일을 잘해서 사장님은 물론이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칭찬을 받았대요.” 그게 뭐 그렇게 행복할만큼 대단한 일이냐 하겠지만 작년 초, 준수의 첫 캠핑장 알바를 기억하는 교사들에겐 이 일이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때도 준수는 캠핑장 숙소를 청소하는 알바를 했습니다. 준수가 청소한 숙소를 확인한 사장님은 그만 할 말을 잃어 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침대 이불과 물건들이 손님이 쓴 상태 그대로 널부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청소를 하긴 한 걸까요? 놀랍게도 준수는 바닥에 청소기 한 번 돌린 것으로 청소를 완료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상식적이지 않은 그의 청소 개념(?)에 사장님도 놀라고 세품아도 놀라고… 아니 세품아는 부끄럽고;;; 어쨌든 그는 그 자리에서 알바의 기회를 잃어 버리게 되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정작 본인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했고 자신을 해고한 사장님을 원망하며 엄청 흥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살 준수는 세품아에서 자립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입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초등학교 4학년 때 부터 기관 생활을 했던 그는 절도와 폭력으로 17살 때 세품아와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분노가 많았던 준수는 친구들과의 다툼이 잦았고 세품아 위탁 전 분류심사원에서도 2번의 싸움이 있었습니다. 초반 어른에 대한 불신으로 교사들과도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3개월이 지나면서 다행히 안정을 찾아갔고 이후 다움학교에 진학하며 1년 10개월을 세품아에서 지냈습니다. 작년 5월, 19살 준수는 부푼 계획을 가지고 또 다른 자립기관으로 돌아갔습니다.
“처음에는 알바도 하고 봉사도 하면서 잘 지냈죠. 3개월 그렇게 지내다 한 살 어린 동생과 놀러 나가면서 삶의 리듬이 깨졌어요. 술먹고 노래방 가고… 너무 재밌었어요. 잘 참아 오다가 한번 무너지니 정말 주체가 안 되더라고요. 그러다 패싸움이 났고, 보호관찰 위반으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되었어요. 정말 후회도 되고 상실감이 들었달까? 세품아에서 노력했던 시간이 있고 그로 인해 남아있는 습관이 있어서 다른 애들보다는 잘 살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들과 똑같은 실수를 하는 나를 보고 정말 막막했어요.”
그는 재판을 받고 단기 소년원(9호)에 위탁 되었습니다. “소년원 생활을 하면서 더 변해야 된다는 생각을 한 거 같아요. 같이 생활하는 동생들이 여전히 불법으로 돈 벌 생각을 하는 걸 보면서 한심하다는 마음이 들고 더더욱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절망과 후회의 장소에서 그는 반드시 자신이 변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나이가 있으니깐 동생들을 돌보는 역할을 맡겨 주셨어요. 이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거긴 내가 강해야만 동생들을 돌볼 수 있거든요.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 역할을 해야 하니 너무 힘들었죠. 그 때 유미쌤의 편지를 받으면서 위로를 받았어요. 다시 세품아로 돌아가고 싶다는 맘이 들 때쯤, 유미쌤으로 부터 9호 퇴소 후 세품아로 돌아와도 좋다는 소식도 받았어요. 세품아는 항상 얘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 다시 돌아가고 싶었거든요.” 소년원 퇴소 후 준수가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복지사의 연락을 받고 우리는 준수가 세품아로 돌아와 자립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기로 결정했습니다.
20살이 되어 세품아로 돌아와 동생들을 바라보는 준수의 마음은 어떨까요? “종수쌤(준수의 다움학교 교사)이 이런 마음이셨을까요? 답답하기도 하고 이해가 안돼요. 감정이 저렇게 앞서는거 보면 어린거 같기도 하고…” (니가 할 말은 아니지 않니?? ㅋ) 준수의 진지한 얘기에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특별히 마음이 가는 친구가 있긴 한데요. 아무리 얘길 해도 말을 안 들어요. 그 때는 무슨말을 해도 잘 안 들리잖아요.”
예전의 자신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세품아 동생들을 보면서 스스로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사실 저도 예전이랑 크게 다르진 않아요. 뭐 변했다기 보다는 감추는 능력이 좋아졌달까?? 그렇게 감추다 보니 참게 되고 참으니깐 상황을 모면하게 됐어요. 옛날에는 감정에 따라 말하고 행동했는데 지금은 그때에 비해 상황에 대한 대처가 좋아진거죠. 전에는 진짜 내 감정이 중요했어요. 근데 지금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싶어요.”
준수의 꿈은 무엇일까요? “저도 세품아 교사가 되고 싶어요. 전문 분야를 가진 교사요. 제가 여기에서 도움을 받았잖아요. 그리고 이후에는 저처럼 자립을 준비하는 애들도 많아질거고요. 내가 받은 도움처럼 이제는 나도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자신의 말이 낯설고 어색한지 잠시 정색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지금은 댐공사 중이예요. 나를 지켜가는 댐공사요.”
준수의 이야기를 들으니 동생들을 돌보게 되면서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 가는 철 든 맏형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부모님께 내가 받은 사랑만큼 동생들에게 주고 싶은 그런 형의 마음요. ‘도움을 받는 자에서 도움을 주는 자로’ 가 세품아가 지향하는 인재상입니다. 그것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준수의 모습이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준수의 세품아 생활은 이제 겨우 한 달^^ 이제 자립 준비를 위한 출발선에 겨우 선 것 뿐입니다. 그의 말대로 아직은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죠. 홍수같이 밀려오는 감정과 유혹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아직도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런 자신을 알기에 그의 ‘댐공사’는 더욱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그의 삶을 지켜줄 튼튼한 댐이 잘 준공되길 함께 응원합니다. (글 : 임 수 미)
저널 쉰번째
5월 27일(화)
‘도움을 받는 자에서 도움을 주는 자로’
(스무살 자립청년 준수이야기)
요즘 세품아 교사들 사이에서 준수 이야기가 한창입니다. “이번 주말에 준수가 캠핑장에서 알바를 했는데요. 일을 잘해서 사장님은 물론이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칭찬을 받았대요.” 그게 뭐 그렇게 행복할만큼 대단한 일이냐 하겠지만 작년 초, 준수의 첫 캠핑장 알바를 기억하는 교사들에겐 이 일이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때도 준수는 캠핑장 숙소를 청소하는 알바를 했습니다. 준수가 청소한 숙소를 확인한 사장님은 그만 할 말을 잃어 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침대 이불과 물건들이 손님이 쓴 상태 그대로 널부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청소를 하긴 한 걸까요? 놀랍게도 준수는 바닥에 청소기 한 번 돌린 것으로 청소를 완료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상식적이지 않은 그의 청소 개념(?)에 사장님도 놀라고 세품아도 놀라고… 아니 세품아는 부끄럽고;;; 어쨌든 그는 그 자리에서 알바의 기회를 잃어 버리게 되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정작 본인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했고 자신을 해고한 사장님을 원망하며 엄청 흥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살 준수는 세품아에서 자립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입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초등학교 4학년 때 부터 기관 생활을 했던 그는 절도와 폭력으로 17살 때 세품아와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분노가 많았던 준수는 친구들과의 다툼이 잦았고 세품아 위탁 전 분류심사원에서도 2번의 싸움이 있었습니다. 초반 어른에 대한 불신으로 교사들과도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3개월이 지나면서 다행히 안정을 찾아갔고 이후 다움학교에 진학하며 1년 10개월을 세품아에서 지냈습니다. 작년 5월, 19살 준수는 부푼 계획을 가지고 또 다른 자립기관으로 돌아갔습니다.
“처음에는 알바도 하고 봉사도 하면서 잘 지냈죠. 3개월 그렇게 지내다 한 살 어린 동생과 놀러 나가면서 삶의 리듬이 깨졌어요. 술먹고 노래방 가고… 너무 재밌었어요. 잘 참아 오다가 한번 무너지니 정말 주체가 안 되더라고요. 그러다 패싸움이 났고, 보호관찰 위반으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되었어요. 정말 후회도 되고 상실감이 들었달까? 세품아에서 노력했던 시간이 있고 그로 인해 남아있는 습관이 있어서 다른 애들보다는 잘 살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들과 똑같은 실수를 하는 나를 보고 정말 막막했어요.”
그는 재판을 받고 단기 소년원(9호)에 위탁 되었습니다. “소년원 생활을 하면서 더 변해야 된다는 생각을 한 거 같아요. 같이 생활하는 동생들이 여전히 불법으로 돈 벌 생각을 하는 걸 보면서 한심하다는 마음이 들고 더더욱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절망과 후회의 장소에서 그는 반드시 자신이 변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나이가 있으니깐 동생들을 돌보는 역할을 맡겨 주셨어요. 이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거긴 내가 강해야만 동생들을 돌볼 수 있거든요.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 역할을 해야 하니 너무 힘들었죠. 그 때 유미쌤의 편지를 받으면서 위로를 받았어요. 다시 세품아로 돌아가고 싶다는 맘이 들 때쯤, 유미쌤으로 부터 9호 퇴소 후 세품아로 돌아와도 좋다는 소식도 받았어요. 세품아는 항상 얘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 다시 돌아가고 싶었거든요.” 소년원 퇴소 후 준수가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복지사의 연락을 받고 우리는 준수가 세품아로 돌아와 자립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기로 결정했습니다.
20살이 되어 세품아로 돌아와 동생들을 바라보는 준수의 마음은 어떨까요? “종수쌤(준수의 다움학교 교사)이 이런 마음이셨을까요? 답답하기도 하고 이해가 안돼요. 감정이 저렇게 앞서는거 보면 어린거 같기도 하고…” (니가 할 말은 아니지 않니?? ㅋ) 준수의 진지한 얘기에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특별히 마음이 가는 친구가 있긴 한데요. 아무리 얘길 해도 말을 안 들어요. 그 때는 무슨말을 해도 잘 안 들리잖아요.”
예전의 자신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세품아 동생들을 보면서 스스로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사실 저도 예전이랑 크게 다르진 않아요. 뭐 변했다기 보다는 감추는 능력이 좋아졌달까?? 그렇게 감추다 보니 참게 되고 참으니깐 상황을 모면하게 됐어요. 옛날에는 감정에 따라 말하고 행동했는데 지금은 그때에 비해 상황에 대한 대처가 좋아진거죠. 전에는 진짜 내 감정이 중요했어요. 근데 지금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싶어요.”
준수의 꿈은 무엇일까요? “저도 세품아 교사가 되고 싶어요. 전문 분야를 가진 교사요. 제가 여기에서 도움을 받았잖아요. 그리고 이후에는 저처럼 자립을 준비하는 애들도 많아질거고요. 내가 받은 도움처럼 이제는 나도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자신의 말이 낯설고 어색한지 잠시 정색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지금은 댐공사 중이예요. 나를 지켜가는 댐공사요.”
준수의 이야기를 들으니 동생들을 돌보게 되면서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 가는 철 든 맏형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부모님께 내가 받은 사랑만큼 동생들에게 주고 싶은 그런 형의 마음요. ‘도움을 받는 자에서 도움을 주는 자로’ 가 세품아가 지향하는 인재상입니다. 그것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준수의 모습이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준수의 세품아 생활은 이제 겨우 한 달^^ 이제 자립 준비를 위한 출발선에 겨우 선 것 뿐입니다. 그의 말대로 아직은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죠. 홍수같이 밀려오는 감정과 유혹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아직도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런 자신을 알기에 그의 ‘댐공사’는 더욱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그의 삶을 지켜줄 튼튼한 댐이 잘 준공되길 함께 응원합니다. (글 : 임 수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