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널 쉰한번째
6월 10일
"존중을 모르는 아이들이 가장 빨리 존중을 배우는 길"
(위가가 곧 기회가 되는 교육: 지움학교 편)
세품아 학교 2층, 지움학교 교무실에는 ‘멈춤’(타인과의 갈등 또는 규칙 위반시 개인의 활동을 멈추고 일정 공간에서 정해진 미션을 수행하는 책임활동)을 하고 있는 종민이와 상철이 그리고 은성 선생님이 함께 계셨습니다. 은성 선생님은 평소에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시고 늘 친절함으로 아이들을 대하시는 분입니다. 남자 선생님이 교무실에 계실 때는 고개 조차 들지 않던 종민이가 은성 선생님 앞에서는 맘이 편해졌는지(?) 조금은 풀어진 모습으로 함께 ‘멈춤’을 하고 있는 상철이와 계속 말 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두 사람이 ‘멈춤’을 하게 된 이유도 수업 중에도 멈추지 않았던 말다툼과 욕설 때문이었습니다. ‘멈춤’ 도중에도 이어지는 말다툼에 은성 선생님은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정색을 하며 두 친구에게 주의를 줍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주의에도 아량곳 하지 않던 종민이가 해철이형 일행이 과자를 가지고 교무실로 들어오자 먹잇감을 문 사자처럼 눈이 반짝입니다. 형들에게 과자를 얻어 먹은 종민이는 신이 났는지 해철이형의 과자를 몰래 가져다 먹는 과감한 장난까지 시도합니다. 평소에도 선을 넘는 종민이의 행동에 화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계신 자리이니 해철이는 미소를 지으며 장난치는 척 종민이의 입을 틀어 막아봅니다. 이 모습을 본 주변의 아이들은 깔깔대고 웃었지만 종민이의 입을 틀어막는 해철이의 모습을 불편하게 바라보시던 은성 선생님은 해철이를 제지하고 나섭니다. 자신도 장난이고 주변의 아이들도 웃고 있으니 선생님도 장난스럽게 내뱉은 말이려니 생각한 해철이는 은성 선생님의 말에도 개의치 않고 이번에는 옆에 있던 테이프를 가져다 종민이의 입에 붙이며 입을 막으려고 합니다. 이를 보고 있던 친구들은 더 큰 소리로 킥킥거리며 웃고 있었지만 이 상황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은성 선생님은 크게 소리를 질렸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은성 선생님의 큰 소리와 그녀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본 친구들은 그제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었습니다.
지움학교 선생님들은 일단 아이들을 크게 꾸짖긴 했지만, 얼마 전 강사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수업에서도 두 번씩이나 아이들이 싸웠던 일이 있었던 터라 이 상황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위기는 곧 기회, 힘들긴 하지만 일련의 일들을 통해 아이들이 ‘존중’을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느낀 선생님들은 이번 사안을 곧바로 대화모임(상해나 반복적인 규칙위반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고 판단되는 행위에 대해 공동체가 함께 모여 대화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모임)으로 가져 가기로 했습니다. 낙인감이 익숙한 아이들은 대화모임이 열린다는 소식에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기 보다는 이번일로 인해 본인이 어떤 불이익을 당하지나 않을까 싶어 잔뜩 움츠려 들기 시작했습니다.
복음쌤의 진행으로 대화모임이 시작되었고 요 며칠 선생님들이 계신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일어났던 다툼과 예의 없음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오해인데요. 00이가 강사님이 주신 간식을 가져갔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강사님 가실때 죄송하다고 얘기했어요.” (강사님 수업때 다툼이 있었던 지움 1호)
“강사님하고 강사님 아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00이가 그 얘길 듣더니 니가 직접 봤냐고 따지듯이 묻는거예요. 그래서 싸움이 났어요.” (강사님 수업때 다툼이 있었던 지움 2호) 참으로 궁색하고 이기적인 변명들이 이어졌습니다.
“종민이에게 제가 과자를 줬는데 이후에는 그 과자를 가지고 종민이가 장난을 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장난으로 종민이 입을 막았어요. 먹지 말라고요. 은성쌤이 그만하라고 하셨는데… 그냥 저도 장난이었고, 장난하는 분위기니깐 선생님도 장난으로 말씀하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멈추지 않고 계속했어요. 테이프로 종민이 입을 막았어요.” (해철이) 말다툼과 욕설이 끊이지 않았던 종민이도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조금도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친절하게 말하는 것이 장난이라면 항상 화를 내고 무섭게 해야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을 죽이고도 장난이었다고 하면 되는건가?? 더 화가 나는 건, 이 모든 일들이 여자 선생님이 있을때만 일어났다는 점, 비겁하기 짝이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를 때쯤, 은성 선생님이 입을 열었습니다.
“너희들은 장난으로 하는 욕이지만, 선생님들한테는 깊게 꽂히고 아프게 느껴져. 반복되면 나에게 하는 것 같고… 그것 때문에 늘 사무실에 있을때 마다 고통스러워. 어떻게 종민이의 입을 테이프로 막는 것이 장난일 수가 있을까? 아무리 종민이가 철이 없어도… 그 누구의 입도 그렇게 해서는 안돼. 나는 해철이가 그런 친구 아니라는 걸 진심으로 알아.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을. 지난 번에 해철이가 나한테 그랬잖아? 누군가가 여자 선생님들 막 대하는 것 보고 저래도 되냐고? 화난다고 했잖아. 여기 선생님들은 힘들겠다고. 돈 벌려면 여기서 일 못하겠다고. 맞아 돈 벌려면 여기서 일 못해. 근데 우린 돈 벌려고 여기서 일하는게 아니라 사람 벌려고 여기서 이렇게 애 쓰고 있는거야.”
눈물과 함께 터져 나온 은성 선생님의 진정어린 외침으로 순식간에 아이들이 숙연해 졌습니다. 자신들의 잘못을 지적할까봐 조금 전까지도 한껏 긴장되어 있었던 바로 그 아이들입니다. 더욱 놀라운 건,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던 해철이가 은성 선생님의 얘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해철이의 눈물에 다른 아이들도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습니다.
자신들에게는 익숙한 행동이 타인을, 아니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이리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는 순간입니다. 이 깨달음은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감정은 순간!!!
이번에는 마음의 변화를 행동의 변화로 연결해야 할 차례입니다. 존중의 방법을 가르쳐야 하는거죠.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는 구체적인 존중의 약속을 스스로 정하고 지킬 것을 다짐했습니다. 물론 이 약속이 기대만큼 잘 지켜지지 않을거란 걸 우린 경험으로 압니다.
그러나 학습은 반복^^
포기하지 않고 반복할 때 분명 아이들은 존중을 배워갈 것입니다.
존중의 방법만을 학습한다고 존중을 배우는 건 아닌듯 합니다. 오늘의 반짝이는 순간처럼 존중을 기대할 수 없는 순간에도 자신이 여전히 존중받고 있다는 경험이, 존중을 모르는 아이들이 가장 빨리 존중을 배우는 길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글 : 임 수 미)
저널 쉰한번째
6월 10일
"존중을 모르는 아이들이 가장 빨리 존중을 배우는 길"
(위가가 곧 기회가 되는 교육: 지움학교 편)
세품아 학교 2층, 지움학교 교무실에는 ‘멈춤’(타인과의 갈등 또는 규칙 위반시 개인의 활동을 멈추고 일정 공간에서 정해진 미션을 수행하는 책임활동)을 하고 있는 종민이와 상철이 그리고 은성 선생님이 함께 계셨습니다. 은성 선생님은 평소에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시고 늘 친절함으로 아이들을 대하시는 분입니다. 남자 선생님이 교무실에 계실 때는 고개 조차 들지 않던 종민이가 은성 선생님 앞에서는 맘이 편해졌는지(?) 조금은 풀어진 모습으로 함께 ‘멈춤’을 하고 있는 상철이와 계속 말 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두 사람이 ‘멈춤’을 하게 된 이유도 수업 중에도 멈추지 않았던 말다툼과 욕설 때문이었습니다. ‘멈춤’ 도중에도 이어지는 말다툼에 은성 선생님은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정색을 하며 두 친구에게 주의를 줍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주의에도 아량곳 하지 않던 종민이가 해철이형 일행이 과자를 가지고 교무실로 들어오자 먹잇감을 문 사자처럼 눈이 반짝입니다. 형들에게 과자를 얻어 먹은 종민이는 신이 났는지 해철이형의 과자를 몰래 가져다 먹는 과감한 장난까지 시도합니다. 평소에도 선을 넘는 종민이의 행동에 화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계신 자리이니 해철이는 미소를 지으며 장난치는 척 종민이의 입을 틀어 막아봅니다. 이 모습을 본 주변의 아이들은 깔깔대고 웃었지만 종민이의 입을 틀어막는 해철이의 모습을 불편하게 바라보시던 은성 선생님은 해철이를 제지하고 나섭니다. 자신도 장난이고 주변의 아이들도 웃고 있으니 선생님도 장난스럽게 내뱉은 말이려니 생각한 해철이는 은성 선생님의 말에도 개의치 않고 이번에는 옆에 있던 테이프를 가져다 종민이의 입에 붙이며 입을 막으려고 합니다. 이를 보고 있던 친구들은 더 큰 소리로 킥킥거리며 웃고 있었지만 이 상황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은성 선생님은 크게 소리를 질렸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은성 선생님의 큰 소리와 그녀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본 친구들은 그제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었습니다.
지움학교 선생님들은 일단 아이들을 크게 꾸짖긴 했지만, 얼마 전 강사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수업에서도 두 번씩이나 아이들이 싸웠던 일이 있었던 터라 이 상황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위기는 곧 기회, 힘들긴 하지만 일련의 일들을 통해 아이들이 ‘존중’을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느낀 선생님들은 이번 사안을 곧바로 대화모임(상해나 반복적인 규칙위반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고 판단되는 행위에 대해 공동체가 함께 모여 대화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모임)으로 가져 가기로 했습니다. 낙인감이 익숙한 아이들은 대화모임이 열린다는 소식에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기 보다는 이번일로 인해 본인이 어떤 불이익을 당하지나 않을까 싶어 잔뜩 움츠려 들기 시작했습니다.
복음쌤의 진행으로 대화모임이 시작되었고 요 며칠 선생님들이 계신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일어났던 다툼과 예의 없음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오해인데요. 00이가 강사님이 주신 간식을 가져갔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강사님 가실때 죄송하다고 얘기했어요.” (강사님 수업때 다툼이 있었던 지움 1호)
“강사님하고 강사님 아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00이가 그 얘길 듣더니 니가 직접 봤냐고 따지듯이 묻는거예요. 그래서 싸움이 났어요.” (강사님 수업때 다툼이 있었던 지움 2호) 참으로 궁색하고 이기적인 변명들이 이어졌습니다.
“종민이에게 제가 과자를 줬는데 이후에는 그 과자를 가지고 종민이가 장난을 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장난으로 종민이 입을 막았어요. 먹지 말라고요. 은성쌤이 그만하라고 하셨는데… 그냥 저도 장난이었고, 장난하는 분위기니깐 선생님도 장난으로 말씀하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멈추지 않고 계속했어요. 테이프로 종민이 입을 막았어요.” (해철이) 말다툼과 욕설이 끊이지 않았던 종민이도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조금도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친절하게 말하는 것이 장난이라면 항상 화를 내고 무섭게 해야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을 죽이고도 장난이었다고 하면 되는건가?? 더 화가 나는 건, 이 모든 일들이 여자 선생님이 있을때만 일어났다는 점, 비겁하기 짝이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를 때쯤, 은성 선생님이 입을 열었습니다.
“너희들은 장난으로 하는 욕이지만, 선생님들한테는 깊게 꽂히고 아프게 느껴져. 반복되면 나에게 하는 것 같고… 그것 때문에 늘 사무실에 있을때 마다 고통스러워. 어떻게 종민이의 입을 테이프로 막는 것이 장난일 수가 있을까? 아무리 종민이가 철이 없어도… 그 누구의 입도 그렇게 해서는 안돼. 나는 해철이가 그런 친구 아니라는 걸 진심으로 알아.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을. 지난 번에 해철이가 나한테 그랬잖아? 누군가가 여자 선생님들 막 대하는 것 보고 저래도 되냐고? 화난다고 했잖아. 여기 선생님들은 힘들겠다고. 돈 벌려면 여기서 일 못하겠다고. 맞아 돈 벌려면 여기서 일 못해. 근데 우린 돈 벌려고 여기서 일하는게 아니라 사람 벌려고 여기서 이렇게 애 쓰고 있는거야.”
눈물과 함께 터져 나온 은성 선생님의 진정어린 외침으로 순식간에 아이들이 숙연해 졌습니다. 자신들의 잘못을 지적할까봐 조금 전까지도 한껏 긴장되어 있었던 바로 그 아이들입니다. 더욱 놀라운 건,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던 해철이가 은성 선생님의 얘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해철이의 눈물에 다른 아이들도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습니다.
자신들에게는 익숙한 행동이 타인을, 아니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이리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는 순간입니다. 이 깨달음은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감정은 순간!!!
이번에는 마음의 변화를 행동의 변화로 연결해야 할 차례입니다. 존중의 방법을 가르쳐야 하는거죠.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는 구체적인 존중의 약속을 스스로 정하고 지킬 것을 다짐했습니다. 물론 이 약속이 기대만큼 잘 지켜지지 않을거란 걸 우린 경험으로 압니다.
그러나 학습은 반복^^
포기하지 않고 반복할 때 분명 아이들은 존중을 배워갈 것입니다.
존중의 방법만을 학습한다고 존중을 배우는 건 아닌듯 합니다. 오늘의 반짝이는 순간처럼 존중을 기대할 수 없는 순간에도 자신이 여전히 존중받고 있다는 경험이, 존중을 모르는 아이들이 가장 빨리 존중을 배우는 길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글 : 임 수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