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품아 저널


[저널 쉰아홉번째] 지움학교 준빈이 이야기

관리자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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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수) 

저널 쉰아홉번째 




"준빈이의 절도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15살 준빈이 이야기)




   아침부터 지움 학교가 들썩입니다. “선생님~ 누가 제 쿠키를 가져갔어요. 사물함에 넣어 두었는데…” “제 간식도 없어졌는데…” 자신의 간식이 사라진 아이들은 출근하시는 선생님을 붙잡고 울분을 터트립니다. 사실 얼마 전 사무실에 비치해 둔 ‘해빗’ 간식 초코파이가 사라진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 모든 선생님이 예상되는 한 친구;;; 아니길 바랐지만 정황을 확인해 본 결과 예상대로 범인은 준빈이었습니다. “00 이형도 내 걸 가져갔어요. 그래서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그만… 00이 쿠키는 그냥 먹고 싶어서… 사무실 초코파이도 먹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 처음에는 자신이 가져간 것이 아니라고 우기던 준빈이가 CCTV를 확인했다는 교사의 말에 놀란 토끼의 눈을 하며 속내를 드러냅니다. ‘먹.고.. 싶.어.서…’ 세품아 생활 4개월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여전히 절도와 사과를 반복하고 있는 준빈이가 답답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준빈이의 절도는 10살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대부분은 무인점포의 아이스크림과 젤리를 훔쳐 먹는 것이었습니다. 반복적인 절도로 11살 때 심리검사를 통해 ADHD 판정을 받았습니다. “어릴 때는 아이스크림만 훔치더니 이제는 자전거를 훔치기도 해요. 수위가 높아지는 게 무서워요. 게임을 하다 잘 안되면 핸드폰을 부수면서 점점 화를 참지 못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어요.”(어머니) 준빈이는 유치원 다닐 때부터 유명한 친구였습니다. 유치원 차량 안에서 친구의 신발을 밖으로 던지기도 하고 친구를 때려 코피를 내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에 진학하면서는 친구의 점퍼에 빨간색으로 낙서하기도 하고 핸드폰을 훔치는 등 문제 행동이 더 대담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준빈이가 해 달라는 것 다 해줬어요. 혹 절도를 할까 봐 준빈이가 좋아하는 자전거도 사주고 핸드폰도 때마다 바꿔줬고요. 작년에는 차를 팔아 준빈이가 절도한 금액을 다 보상하기도 했어요.” (어머니) 뭘 해도 달라지지 않는 아들을 감당하기에는 어머니가 너무 지쳐 보였습니다.


“준빈이가 집중력이 좋아요. 주어진 과제가 있으면 주변이 소란스러워도 혼자 조용히 집중해요. 어른들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면도 있지만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과 거래를 한다거나 애교로 넘어가는 일 없이 주어진 과제를 묵묵히 끝내는 편입니다.” (지움 교육교사) 학습의 집중력이 좋다는 말에 조금 놀랬지만, 사실 준빈이는 앉아서 오랜 시간 종이접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세품아에서 마라톤 하는 게 좋아요. 숨을 쉬는 기분이에요. 사실 자전거를 타면 더 좋거든요. 스트레스가 풀리고 하늘에 떠 있는 느낌??" 평소엔 조금 위축돼 보이는 그도 자전거 이야기를 할 때는 무척 행복해 보였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시간이 유일하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시간 같았습니다. 


최근 반복적인 절도로 ‘멈춤 교육’을 받고 있는 준빈이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밖에서 아이스크림을 훔친 후 바닥에 던져 버렸던 적이 있어요. 먹고 싶지도 않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손에 아이스크림이 있는 거예요. 너무 고치고 싶은데 잘 안 돼요.” 준빈이 역시 자신의 행동을 고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평소에도 마음이 불안해요.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음악을 들으면 그래도 마음이 편해지는데요. 그래서 일부러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음악을 들으며 혼자 운동장을 돌기도 해요.” 실수하지 않기 위한 나름 노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비웃듯 그의 절도는 계속되었고,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될수록 준빈이는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영원히 사고 치는 사람, 부모님과 잘 지내지 못하는 사람이 될까봐 두려웠습니다. “준빈이 아버지가 평소에 욕도 잘하고 폭력적인 사람이에요. 그래서 준빈이가 아버지를 무서워했죠. 그 사람이 일 때문에 지방에 있다가 코로나로 같이 살게 되었어요. 그 해에 그 사람이 준빈이를 때려 첫 번째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습니다. 같은 해 준빈이의 첫 절도가 있었고요. 모두 준빈이가 10살 때 일어난 일입니다” (어머니) 준빈이는 가정 내 아동학대의 피해자로 지금도 아버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권위적 압박과 통제 속에서 불안과 분노가 적절히 해소되지 않고 내면에 억제되어 있음을 상징하며, 이러한 긴장은 무기력한 반복행동이나 무력한 휴식으로 표출됩니다” (임상 심리사) 준빈이의 그림을 해석한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복잡한 준빈이의 마음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중요한 사실은 현재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절도 행위가 반복된다는 점, 그리고 본인도 이 반복적 행위를 고치고 싶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초등학교 이후 잠시 멈췄던 정신과 진료를 다시 받기로 했습니다. ‘멈춤 교육’을 통해 집중력을 기르는 활동, 종이접기 등 정서를 안정시키는 반복적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준빈이가 좋아하는 마라톤 등 신체 활동도 적절히 배치했습니다.


준빈이의 절도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시작해 보려 합니다. 지나온 시간만큼 다시 존중과 지지를 부어주고 교육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간 건강한 준빈이가 불안한 준빈이를 따라잡을 날이 오겠죠??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작년 내 생일, 엄마가 자전거를 사주셨던 때예요.” 


엄마도 준빈이도 다시 한번 행복한 일상을 맞이하길 기도해 봅니다. (글 : 임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