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품아 저널


[저널 예순여섯 번째] 자립시리즈 2

관리자
2026-10-01
조회수 60

0d54eeb7e30b6.png

저널 예순여섯 번째  

10월 1일(목) 





'자퇴하면 그만이지'






“외박 나온 느낌인데?? ㅎㅎ 학교는 잘 다닐 수 있겠지??

에이 모르겠다. 그래도 애들 만날 생각하니깐 너~~~무 좋다.”

 

지난 저널에서 ‘좋은 어른은 공감하고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던 준우(17)는 지난해 12월, 세품아에서 20개월의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처음 지움학교에 들어와 생전 처음 공부라는 걸 해보게 된 친구들의 마음 한편에는 조용히 피어나는 소망이 있습니다.


 

‘학교로 돌아가 평범한 학생이 되어 보는 것.’

 

하지만 이런 기특한 바람과는 달리, 집으로 돌아간 대부분의 친구들이 학교생활을 이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퇴소 다음 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준우에게도 학교를 자~알 다니기 어려운, 나름의 그럴듯한 이유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학교를 가는데 한 시간 반이나 걸려요. 버스를 두 번이나 타고 전철도 한 번 탄다니깐요. 학교까지 가는 것도 큰일이에요.”

 

낮은 내신 때문에 자신이 사는 지역의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타지역 고등학교에 배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수업시간에 버티는 게 너무 힘들어요.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자려고 하면 선생님들이 막 깨우고, 그럼 그냥 필기를 할 때도 있는데… 그래도 너무 힘들어요.”

 

입학 후 한두 달은 잘 다니는가 싶더니, 5월이 되자 미인정 출결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1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유급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옆에서 준우의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학교는 잘 다녀야 되지 않냐?’고 말씀하셨고,

‘알아서 하겠다’는 준우의 말에도 어머니의 걱정과 잔소리가 계속되자 준우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고 맙니다.

 

“자퇴하면 그만이지…”

 

하지만 준우의 진짜 마음은 조금 달랐습니다.

 

“사실 저 유급되는 거 두려워요. 유급되면 아예 학교 안 나가게 될까 봐요. 또 학교 안 나가게 되면 다 무너져 버릴까 봐요…”

 

학교를 잘 다니고 싶은 마음과 달리 따라주지 않는 자신의 행동이 답답했던 그는 애꿎은 엄마에게 성질을 내고 말았습니다.

 

“자퇴하고 검정고시 볼 거면 세품아 퇴소한 이유가 없잖아요? 학교 다니려고 퇴소한 건데요. 지금 내가 잘 지낸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기준은 학교를 잘 다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거예요.”

 

‘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주변에서 바라보기에는 걱정 가득한 모습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정작 준우는 누구보다 자신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유급되지 않기’라는 분명한 목표가 2학기에도 여전히 준우를 학교에 붙들어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준우에게 ‘인생이 참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해준 건 따로 있었습니다.

 

“여자친구가 많이 도와줬어요. 학교에 안 나가면 왜 안 나가냐고 뭐라 하고요. 처음에는 여자친구에게 말을 잘 못했는데요. 100일 정도 지나니까 서로 자존심을 세우고 싸우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관계가 악화됐어요. 성질대로 하고 싶지만 이제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서로 화가 났을 때는 조금 시간을 뒀다가 다음 날 서로 안부를 묻고 장난도 치면서 풀게 됐어요. 싸워도 잘 푸는 법을 알게 된 거죠.”

 

인생에서 가장 레벨 높은 인간관계, ‘연애’를 통해 관계의 지혜를 배워가고 있는 준우입니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제는 문제가 생기면 문제점을 생각해 보려고 하고, ‘왜 그랬지?’라는 생각으로 다음엔 더 좋은 쪽으로 선택해 보려고 해요. 좀 성숙해졌죠??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것 같아요. ㅎ”

 

‘재밌네, 요놈;;;’

 

퇴소 후 가장 힘들었던 게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준우는 가족 같은 세품아 사람들이 너무 그리웠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보고 싶었어요. 선생님 말씀대로 더 해볼 걸 그랬어요.’

준우가 건넨 그 한마디가 참 고마웠습니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며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내는 준우의 모습이 자랑스러웠고, 힘들어도 세품아에서 배운 방법대로 살아가려고 몸부림치는 그 아이의 모습이 참으로 대견했습니다.

현장에서 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아니었나 하며 조급해했던 내 마음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아이는 내가 준 것보다 훨씬 더 큰 사랑과 성장을 품고 있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최지영 선생님)

 

좌충우돌, 여전히 준우의 삶이 조금은 힘겨워 보입니다.

 

하지만 인생이 참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 여자친구,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보게 해주시고 끝까지 믿어주시는 부모님,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보고 싶은 세품아 가족들이

준우의 삶을 든든하게 지탱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확실한 건 하나 있습니다.

 

보기에는 여전히 흔들리고, 때로는 답답해 보일지 몰라도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애쓰고 고민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준우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자립은 어쩌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릴 때마다 다시 내 삶을 붙잡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준우의 오늘을

‘잘하고 있다’고 쉽게 말하기보다,

지금도 자기 삶을 놓지 않고 애쓰고 있는 준우를

오래, 그리고 따뜻하게 응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