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품아 저널


[저널 열일곱번째] 다움학교 명희수PM 이야기

관리자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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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화)    

열일곱번째 이야기    





“그 끝이 어딘지 모를 미로 속에서도 동료들과 함께라면 

골인 지점에 도착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다움학교 명희수PM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세품아 다움학교(자립홈)에서 생활과 교육을 맡고 있으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자라가고(?) 있는 28살 명희수 PM입니다. 세품아에 23년 7월에 입사했으니 현재 부끄럽지만, 포천 생활 2년 차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소년 만화’ 라 할 수 있습니다. 세품아는 제 인생의 삶의 가치를 명확하고 뚜렷하게 만들어주었고, 멋진 동료들과 함께 삶의 여정을 떠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거창하게 이야기하니 제가 어떻게 세품아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궁금하실 거 같은데요. 그럼 지금부터 그 스토리를 풀어드릴께요.


어릴 때부터 저의 가장 큰 관심사는 행복이었습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이 힘들지 않고 행복하게 웃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20살 초중반까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선 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저의 꿈은 ‘UN사무총장’이었습니다. 그러다 군대를 다녀온 후 ‘세상을 품은 아이들’에서 3~4년간, 기초교육과 음악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제가 느낀 것을 몇 가지 이야기하자면, 세품아에 있는 아이들이 너무나 순수하고 귀엽다는 것, 그와는 반대로 그 순수함과 아이들의 본연의 아름다움을 실현해 줄 주변의 환경이 파괴되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학 졸업을 준비할 때쯤, ‘세품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왔고, 20대 후반의 청년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포기하면서 ‘고민보다는 도전이다.’라는 생각으로 졸업도 하기 전에 저의 베이스캠프를 포천으로 옮겨 버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23년 7월, 다움학교(자립홈)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저의 열정은 불타올랐고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기 위해 어떤 일이든 이 한 몸 불태우리라는 마음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어 달이 지나면서 내가 태울 수 있는 열정의 불씨는 이미 다 써버린 듯 보였습니다. 이유는 내가 어떤 노력을 해도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내가 하는 일들이 모두 실패하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작년 하반기 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미로에 갇힌 기분으로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만  둘 수 없었던 건 자립홈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 중 일정 정도의 지분이 나에게도 있다는 죄책감이었고, 그래서 그들이 세품아에 있을 때까지는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이 미로 속에서 제 삶의 가치인 ‘행복과 아름다움’은 보이지 않았고 나의 밑바닥에 있는 불안, 두려움, 자책만이 나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내가 이 미로에서 빠져나올 수는 있을까?’


신기하게도 작년을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이 고민 속에서 저를 말없이 지켜주고 있었던 두 가지를 발견하였습니다. 한 가지는 제 삶의 가치를 되새김질하며 날카롭게 만들어낼 수 있었던 ‘교사 북클럽’과 ‘저와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의 존재’였습니다. 이 두 가지를 망각하고 있었죠. 세품아는 한 달에 한 권씩 더 건강한 교사가 되기 위해 선생님들 모두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북클럽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읽기 싫었습니다. 졸업을 한 이후에도 다시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마음에 끔찍했지만, 여기에서 일하려면 읽어야겠지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계속 읽고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가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수동적으로 교육을 주입하면 그들이 회복될 거라는 어리석은 믿음...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아이들마다 가진 그 아름다움을 발현하게 만들고 그들이 더 주체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삶의 목표였는데 그것을 잊고 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다시 기억한 후에도 얼마간은 두려움으로 발을 내디딜 수 없었습니다. 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나를 깨워준 건 한 친구와의 대화였습니다. 12월 어느 날, 친구에게 ‘세품아는 이런 곳이야’라며 소개했을 때 친구는 “희수야, 네가 일하는 곳에는 같은 가치를 가지며 같이 달려가는 동료들, 그리고 같이 놀 수 있는 아이들, 그리고 귀여운 선생님들의 아기들과 멍뭉이들까지 있다니 거기 진짜 부럽다.”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들었는데 이후 그 친구의 말이 제 머리를 맴돌았습니다. 그러면서 동료들의 존재를 잊은 채 아이들을 회복시키겠다고 싸우고 발버둥 치고 있는 제 스스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세품아에 있는 모든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위해 이 위험천만한 여정을 함께 하고 있는 나의 동료라는 사실도요. 이 깨달음이 그 끝이 어딘지 모를 미로 속에서도 그들과 함께라면 골인 지점에 도착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어두운 미로 속에 있는 게 무섭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이 곳, 그리고 같은 목표를 향해 다 같이 달려가는 선생님들 덕분에 요즘 저는 만화 ‘원피스’의 루피도 부럽지 않습니다 (히히). 좀 더 노력하고 정진하여 더 멋진 세품아를 만들며 그 안에서 저의 ‘소년만화’를 작성해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세품아 친구들뿐 아니라 저의 성장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글: 명희수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