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품아 저널


[저널 열여덟번째] 생활관 허복음PM 이야기

관리자
2024-01-30
조회수 109

1월 30일 (화)    

열여덟번째 이야기    





“제가 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서 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제가 얻은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생활관 허복음PM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허복음’(39)이라고 합니다. 세품아와 함께 한지도 만 2년이 되었습니다. 

제 이름에서부터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기독교인이며 저희 부모님도 장로님 이상급의 신분(?)을 소유하신 분들이란 걸 단번에 아셨을 겁니다. 목사님이신 아버지를 늘 존경하고 본받고 싶었고 저 또한 소명을 받아 목사가 되었습니다. 신학대학원을 다니며 전도사 시절부터 교회 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목사 안수를 받으며 줄곧 수원에 있는 한 교회에서 8년간 사역을 했습니다. 이후 새로운 곳에서 마지막 부교역자로 사역해보고 단독목회를 해보겠다는 다짐으로 인천에 있는 교회로 사역지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뜻밖에 어려움을 만났고, 그렇게 1년을 버티다가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역을 정리하던 중, 아내의 지인으로부터  세품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세품아가 어떤 곳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월급은 어떻게 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곧바로 ‘그래 가자!’라는 마음이 들었고 가족 모두 포천으로 이사를 오면서 세품아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참고로 제 가족은 아내와 두 아들 이렇게 네 식구랍니다. 


9년 동안 사역하면서 모든 부서의 일을 해봤습니다. ‘어떤 부서가 힘들다’거나 또는 ‘나는 어떤 대상과 잘 맞는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청소년 사역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처음 세품아 이야기를 듣고 이 일이 그리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곳 세품아에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과거 제가 자라온 흑산도 아이들과 비슷한 처지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 곳에도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안타까운 아이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아이들에게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뭔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신뢰는 금세 깨져버리고 뒤통수를 맞는 일들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다 보니 허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부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또 잘 생활하고 퇴소한 아이들 중 재범으로 다시 분류 심사원에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잘하고 있는 걸까?’ 힘든 일들도 많지만, 그 와중에도 다시금 힘을 얻게 하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넘어짐과 실수가 반복되는 가운데서도 아주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 가는 한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거나 유독 마음이 가서 조금 더 챙겨주게 되는 한 아이의 변화를 다른 선생님들의 입을 통해 확인할 때 정말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가끔 퇴소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하며 자신의 근황을 전해 주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소식을 전해 주는 것만으로도 스스로가 떳떳하게 지내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니 참 고마운 일입니다.


제가 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서 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제가 얻은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깨달은 것도 많고요. 특히 ‘아이들이 갈등과 문제를 일으키는 건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라는 말이 저를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문장이 제 마음에 자리 잡기 전까지 저는 아이들의 문제와 갈등 때문에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저는 아이들의 갈등과 문제 한복판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매일 만나는 이 일들을 해결해야만 했고, 같은 일을 반복하는 친구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다 어느 순간 이것이 문자로만이 아니라 내 마음으로 이해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내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여전히 아이들은 불편한 행동을 반복하고 있지만 나는 더 이상 아이들에게 실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실망하지 않게 되니 내 마음을 지킬 수 있게 되었고 오히려 여유가 생기니 비로소 다른 일들도 고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사람들을 편견으로 보지 않는다. 아니 최소한 그 편견을 넘어서기 위해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해의 폭은 너무 좁았고, 그러다 보니 결국은 눈으로 보여지는 대로 사람을 판단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나쁜 아이가 아니라 아픈 아이다’라는 세품아의 슬로건이 마음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나 또한 부족했던 과거가 있었고, 그 조각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며, 현재 나의 이 조각들이 미래의 나를 완성해 갈 거라는 믿음. 이 생각까지 닿으니 지금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으로 함부로 이 아이들의 인생을 판단하면 안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세품아는 이렇게 아이들이 아닌 나를 진정 나답게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분명 깨닫기를 바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매우 소중하고 가치있는 존재’라는 사실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질문하기도 하고,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전히 고민합니다. ‘마땅히 받았어야 할 사랑과 관심의 부재로 인해 아이들 마음에 비어있는 공간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마다 그 공간을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까?’라는 것을요. 

바라기는, 나의 고민과 성숙의 과정이 아이들에게 따뜻함으로 채워지길,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성장으로 이어지길 기도해봅니다.  (글 : 허복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