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09일 (화)
스물세번째 이야기
“세린이 세동이 집 옆에 벤치 아세요? 오늘 날씨도 좋은데 거기서 할까요?” 어디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는지 묻는 저에게 무송이가 말합니다. 참 좋은 분위기를 가진 무송이. 세품아에 이미 일 년 머물렀던 무송이는 이번에 다움학교 과정을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들 가족들과 의논했습니다.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생각을 엄청 했다’고 표현할 만큼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궁금한 것도 많고, 그만큼 새로 알고 깨우치는 것도, 앞으로 기대할 것도 많아진 무송이. 무송이가 무엇을 궁금해하고, 알아갔고, 기대하는지 들어보실래요?
"서로의 장점을 계속 이야기 해주는 거예요.
그럼 호감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다움학교 무송이 이야기)
지난 저널 무송이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사이가 안 좋은 두 친구 서로의 장점을 이야기해주며 관계를 좋게 북돋아주던 무송이 지혜에 감탄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이런 걸 알았는데, 무송이는 삶으로 알았네요.” 그러자 무송이가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그런 걸 ‘공부’ 한다고요?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공부가 정확히 뭐예요?” 음? 재밌는 질문이다 싶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공부는 매우 폭넓은 개념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도서관에서 책 읽는 것도 공부가 될 수 있고, 무송이가 아이브러리에서 현대사 관련 영화 쭉 보고 내용 정리했던 것도 공부겠지요?” “아 진짜요??? 그것도 공부였어요? 그렇구나....” 무송이는 세품아에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있었는지 처음 깨달았나 봅니다. 학교 교실에 앉아 선생님 수업을 듣는 것만이 공부인 줄 알았답니다. 무송이는 오늘 공부의 의미를 새로 알았습니다.
이때부터 무송이는 저보다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대화가 풍성했지요. 무송이는 대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선생님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대학교 감성? 그게 뭐예요? 막 사람들이 대학만의 감성이 있다던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음? 글쎄요. 뭐 MT도 가고..” “MT가 뭐예요?” 아.. 엠티가 뭔지도 알려주고 대학 축제 때 어떤 연예인이 왔는지도 말해주고 하니 “우와, 진짜요?” 합니다. “진짜요? 대학교는 자기가 원하는 공부를 선택해서 하는 거라고요? 그럼 제가 체육 잘하면 그것만 하면 돼요?” 무송이는 대학교에 전공이 있는 줄도 처음 알았습니다. 대학도 고등학교처럼 국영수 수업을 듣는 줄 알았다네요.
무송이는 저에게 인생에서 넘기기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는지도 물었습니다. 입시교육에 짓눌려 우울함에 잠식되었던 저의 수험생 시절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아, 알 것 같아요. 학교 가도 재미없고, 뭘 배우는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교실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는 애들이 저는 그냥 부러웠어요. 저는 그 평범한 것도 못하니까.” 무송이에게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부러워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안 가고 2주 동안 집에만 있었던 적도 있었어요. 집에서 그냥 담배 피고 휴대폰 하면서 그랬는데 진짜 그때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우울했거든요.” “그때가 몇 살이었어요?” “중 2요.” 중 2라.. 참 어린 나이였을 텐데. 작고 어린 중2 때 무송이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그런 무송이가 세품아를 만났고, 새로운 과정을 앞둔 지금은 하고 싶은 일과 계획이 한껏 부풀어 있습니다. 체육 관련 자격증도 따고 싶고, 자신의 관심 분야가 아닌 책도 잘 읽어보고 싶습니다. 알바도 해보고 싶습니다.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거나 바디프로필도 찍어보고 싶습니다. 네추럴이 어떻고, 주니어가 어떻고.. 무송이의 헬스 이야기는 얼핏 들어도 쓰는 용어가 남달랐습니다. 헬스 관련 책을 읽고 배웠답니다. 그것도 공부였을 텐데, 스스로는 몰랐겠지요? “제 몸이 제 나이대에서 나오기 힘든 몸이거든요?”하고 아주 귀여운 자부심을 슬쩍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무송이는 세품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제가 세품아 와서 진짜 성장했어요. 저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일단 oo쌤이 너무 대단하시고..” “저도 ㅇㅇ쌤처럼..” “같은 17세 친구들이랑 있으면 진짜 좋아요. 근데 oo이가 퇴소한다고 해서 아쉬워요.” “나가면 좋긴 한데 세품아 생각나고 그래요. 세린이 세동이도 보고 싶고, 여기 친구들도 보고 싶고.” 무송이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세품아는 무송이에게 단순한 교정시설이 아닌 또 하나의 가족이었습니다.
대화하는 동안 무송이가 자주 했던 말이 있습니다. “가식적으로 볼 수도 있는데..”, “이미지 관리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무송이의 그런 표현이 의아해서 누가 무송이에게 그렇게 말한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건 아닌데 스스로 그냥 눈치가 보여요.” 다른 아이들이라면 으레 기뻐하는 작은 칭찬에도 무송이는 “아니에요. 자만하면 안 돼요.” 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무송의 모든 반응과 대답에선 ‘잘하고 싶다, 좋은 사람이고 싶다’ 는 의욕이 묻어나는 듯 했습니다. 아니면 이 멋진 계획들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도 있는 걸까요? 앞으로 잘 되는 것도 잘 안 되는 것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상상하는 사람의 미래는 희망적입니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마구 생겨날 때 무의미했던 삶이 빛납니다. 그 사이 사이 실수하고 절망하면서 더 무송이다운 인생이 될 겁니다. 무송이가 세품아에서 맘 놓고 실패하고 넘어지며 무송다움을 찾아가길 모두 응원해주세요! (글 : 안연빈)
* 안연빈 선생님은 지난 1, 2월, 두 달간 세품아에서 인턴 활동을 했고, 현재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다
4월 09일 (화)
스물세번째 이야기
“세린이 세동이 집 옆에 벤치 아세요? 오늘 날씨도 좋은데 거기서 할까요?” 어디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는지 묻는 저에게 무송이가 말합니다. 참 좋은 분위기를 가진 무송이. 세품아에 이미 일 년 머물렀던 무송이는 이번에 다움학교 과정을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들 가족들과 의논했습니다.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생각을 엄청 했다’고 표현할 만큼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궁금한 것도 많고, 그만큼 새로 알고 깨우치는 것도, 앞으로 기대할 것도 많아진 무송이. 무송이가 무엇을 궁금해하고, 알아갔고, 기대하는지 들어보실래요?
"서로의 장점을 계속 이야기 해주는 거예요.
그럼 호감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다움학교 무송이 이야기)
지난 저널 무송이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사이가 안 좋은 두 친구 서로의 장점을 이야기해주며 관계를 좋게 북돋아주던 무송이 지혜에 감탄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이런 걸 알았는데, 무송이는 삶으로 알았네요.” 그러자 무송이가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그런 걸 ‘공부’ 한다고요?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공부가 정확히 뭐예요?” 음? 재밌는 질문이다 싶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공부는 매우 폭넓은 개념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도서관에서 책 읽는 것도 공부가 될 수 있고, 무송이가 아이브러리에서 현대사 관련 영화 쭉 보고 내용 정리했던 것도 공부겠지요?” “아 진짜요??? 그것도 공부였어요? 그렇구나....” 무송이는 세품아에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있었는지 처음 깨달았나 봅니다. 학교 교실에 앉아 선생님 수업을 듣는 것만이 공부인 줄 알았답니다. 무송이는 오늘 공부의 의미를 새로 알았습니다.
이때부터 무송이는 저보다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대화가 풍성했지요. 무송이는 대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선생님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대학교 감성? 그게 뭐예요? 막 사람들이 대학만의 감성이 있다던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음? 글쎄요. 뭐 MT도 가고..” “MT가 뭐예요?” 아.. 엠티가 뭔지도 알려주고 대학 축제 때 어떤 연예인이 왔는지도 말해주고 하니 “우와, 진짜요?” 합니다. “진짜요? 대학교는 자기가 원하는 공부를 선택해서 하는 거라고요? 그럼 제가 체육 잘하면 그것만 하면 돼요?” 무송이는 대학교에 전공이 있는 줄도 처음 알았습니다. 대학도 고등학교처럼 국영수 수업을 듣는 줄 알았다네요.
무송이는 저에게 인생에서 넘기기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는지도 물었습니다. 입시교육에 짓눌려 우울함에 잠식되었던 저의 수험생 시절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아, 알 것 같아요. 학교 가도 재미없고, 뭘 배우는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교실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는 애들이 저는 그냥 부러웠어요. 저는 그 평범한 것도 못하니까.” 무송이에게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부러워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안 가고 2주 동안 집에만 있었던 적도 있었어요. 집에서 그냥 담배 피고 휴대폰 하면서 그랬는데 진짜 그때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우울했거든요.” “그때가 몇 살이었어요?” “중 2요.” 중 2라.. 참 어린 나이였을 텐데. 작고 어린 중2 때 무송이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그런 무송이가 세품아를 만났고, 새로운 과정을 앞둔 지금은 하고 싶은 일과 계획이 한껏 부풀어 있습니다. 체육 관련 자격증도 따고 싶고, 자신의 관심 분야가 아닌 책도 잘 읽어보고 싶습니다. 알바도 해보고 싶습니다.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거나 바디프로필도 찍어보고 싶습니다. 네추럴이 어떻고, 주니어가 어떻고.. 무송이의 헬스 이야기는 얼핏 들어도 쓰는 용어가 남달랐습니다. 헬스 관련 책을 읽고 배웠답니다. 그것도 공부였을 텐데, 스스로는 몰랐겠지요? “제 몸이 제 나이대에서 나오기 힘든 몸이거든요?”하고 아주 귀여운 자부심을 슬쩍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무송이는 세품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제가 세품아 와서 진짜 성장했어요. 저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일단 oo쌤이 너무 대단하시고..” “저도 ㅇㅇ쌤처럼..” “같은 17세 친구들이랑 있으면 진짜 좋아요. 근데 oo이가 퇴소한다고 해서 아쉬워요.” “나가면 좋긴 한데 세품아 생각나고 그래요. 세린이 세동이도 보고 싶고, 여기 친구들도 보고 싶고.” 무송이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세품아는 무송이에게 단순한 교정시설이 아닌 또 하나의 가족이었습니다.
대화하는 동안 무송이가 자주 했던 말이 있습니다. “가식적으로 볼 수도 있는데..”, “이미지 관리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무송이의 그런 표현이 의아해서 누가 무송이에게 그렇게 말한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건 아닌데 스스로 그냥 눈치가 보여요.” 다른 아이들이라면 으레 기뻐하는 작은 칭찬에도 무송이는 “아니에요. 자만하면 안 돼요.” 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무송의 모든 반응과 대답에선 ‘잘하고 싶다, 좋은 사람이고 싶다’ 는 의욕이 묻어나는 듯 했습니다. 아니면 이 멋진 계획들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도 있는 걸까요? 앞으로 잘 되는 것도 잘 안 되는 것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상상하는 사람의 미래는 희망적입니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마구 생겨날 때 무의미했던 삶이 빛납니다. 그 사이 사이 실수하고 절망하면서 더 무송이다운 인생이 될 겁니다. 무송이가 세품아에서 맘 놓고 실패하고 넘어지며 무송다움을 찾아가길 모두 응원해주세요! (글 : 안연빈)
* 안연빈 선생님은 지난 1, 2월, 두 달간 세품아에서 인턴 활동을 했고, 현재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