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화)
스물여섯번째 이야기
"그는 그런 방법(강압이나 폭력)을 택하지 않고
모든 것을 참고 넘기려고 했습니다.
왜냐면 스스로 떳떳해지기 위함입니다."
(지움학교의 든든한 맏형 경현이 이야기)
“환경이 바뀌니까 마인드도 바뀌는 것 같아요. 요즘은 별의 별 것들이 다 감사해요. 예전에는 너무 당연한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감사하네요.” 삶의 성숙 중 하나가 ‘감사하는 마음’ 일텐데요. 그 성숙을 경험하고 있는 지움관의 맏형 ‘경현’(18)이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경현이가 세품아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그는 그 당시 한 가지 사건으로 우리 모두를 당황하게 한 친구였습니다. 처음 왔을 때 화장실을 간다고 하면서 창문을 통해 실외기 위로 뛰어내려 도망치려 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그곳을 둘러보던 선생님의 눈에 띄어 그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처분이 너무 억울하고 힘들어 충동적으로 뛰어내렸다는 경현이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사건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게 더 놀라운 일입니다.
경현이의 그러한 사건이 있고 난 후에 지움관 선생님들은 모두 그를 예의주시하면서 혹여나 또 도망가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지냈지만, 다행히 경현이는 그 후론 신입미션도 성실히 하고 선생님의 말씀도 잘 들으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잘 지내는 것만 같아 보였던 그의 마음속에도 남들이 눈치채지 못했던 분노와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그 분노는 나이가 어린 동생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곳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중 지움관에서는 나이가 어려 형들이 보기에 소위 ‘개념이 없어 보이는 친구들’ 이 있습니다. 철이 없는 친구들을 상대하는 건 선생님에게도 가끔씩 버거울 때가 있는데요. 지움관 안에서는 이들로 인해 더 다양하고 황당한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마음이 답답한 형들은 선생님이 없을 때 그들을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괴롭히거나, 힘으로 눌러 질서를 유지(?)하는 일들이 종종 생기지만, 경현이는 그런 방법을 택하지 않고 모든 것을 참고 넘기려고 했습니다. 왜냐면 스스로 떳떳해지기 위함입니다.
“이 친구들은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해요. 얘기해도 저만 스트레스받고 소용없어요.” 둥글둥글하게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줄 아는 그도 나이 어린 아이들을 이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하지만, 제가 경현이를 보며 놀란 건 자신의 답답함과 분노로 인해 한 번도 동생들에게 강압이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같은 방을 쓰는 어린 우현이가 정리정돈을 너무 안 해서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근데 경현이는 화내면서 가르치는 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 스스로가 먼저 정리정돈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경현이의 그런 모습을 본 우현이는 놀랍게도 이제 스스로 조금씩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경현이는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생활하며 안정을 찾아갈 때쯤, 경현이는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다움학교’ 진학에 대한 것입니다. 지움관 생활을 한 지 3개월 쯔음, ‘다움학교’ 무송이와의 대화가 그 고민의 출발점이었다고 합니다. 무송이에게 ‘다움학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다움학교에 대한 생각이 점점 깊어졌고, 때마침 지움관 선생님들도 경현이에게 다움학교 진학에 대한 권유를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움학교 진학보단,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선생님들의 강력한 지지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계속된다면 그의 마음이 또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다움학교 진학에 대한 고민 외에 요즘 경현이가 맛들린 새로운 경험이 있습니다. 바로 그건 “영어공부”입니다. “예전에는 공부를 배우는 게 부질없고, 쓸모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요즘 병욱쌤께 영어를 배우고 있는데 영어가 너무 재밌어요. 영어는 사회에 나가면 꼭 배워보고 싶어요.” 경현이는 사회에 있을 때 학교를 다니지 않고 알바를 하면서 공부와는 조금 거리가 먼 삶을 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는 경현이가 기피하고,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죠. 공부보다는 돈을 버는 게 목적이었던 삶이었기에 공부는 사치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시작한 ‘공부’의 경험은 경현이에게 새로운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기 충분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경현이의 모습이 부쩍 자란 것 같아 대견하기도 하면서, 앞으로도 스스로 헤쳐나갈 사회에서의 어려움들이 눈앞에 그려져 교사로서 울컥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이미 바깥에서 자신의 경제적 책임을 져 왔던 그였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는 누리지 못하고 받지 못했을 부족함이 가득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와서 느끼는 모든 것들이 그에게는 너무나 새롭고, 신기하고, 감사한 경험들이었나 봅니다. 선생님들의 격려와 지지, 그리고 여러가지 교육과 새로운 경험들이 어린 그의 결핍들을 채우고 18살의 건강한 경현이로 세상에 우뚝 서길 바래봅니다. 경현아!! 언제나 너를 축복하고 응원해. 지금까지도 잘해 왔지만 앞으로도 너의 성장이 너무 너무 기대돼. 그래서 난 네가 다움학교에 꼭 진학하면 좋겠어. 오늘부터 기도해도 될까?^^ (글 : 한주희)
* 한주희 PM은 지움학교에서 생각수업과 기초학습을 포함 교육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그녀는 세품아의 막내 교사로 올해 4월에 결혼해 일명 '품절녀' 대열에 막 들어섰다.
5월 21일 (화)
스물여섯번째 이야기
"그는 그런 방법(강압이나 폭력)을 택하지 않고
모든 것을 참고 넘기려고 했습니다.
왜냐면 스스로 떳떳해지기 위함입니다."
(지움학교의 든든한 맏형 경현이 이야기)
“환경이 바뀌니까 마인드도 바뀌는 것 같아요. 요즘은 별의 별 것들이 다 감사해요. 예전에는 너무 당연한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감사하네요.” 삶의 성숙 중 하나가 ‘감사하는 마음’ 일텐데요. 그 성숙을 경험하고 있는 지움관의 맏형 ‘경현’(18)이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경현이가 세품아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그는 그 당시 한 가지 사건으로 우리 모두를 당황하게 한 친구였습니다. 처음 왔을 때 화장실을 간다고 하면서 창문을 통해 실외기 위로 뛰어내려 도망치려 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그곳을 둘러보던 선생님의 눈에 띄어 그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처분이 너무 억울하고 힘들어 충동적으로 뛰어내렸다는 경현이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사건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게 더 놀라운 일입니다.
경현이의 그러한 사건이 있고 난 후에 지움관 선생님들은 모두 그를 예의주시하면서 혹여나 또 도망가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지냈지만, 다행히 경현이는 그 후론 신입미션도 성실히 하고 선생님의 말씀도 잘 들으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잘 지내는 것만 같아 보였던 그의 마음속에도 남들이 눈치채지 못했던 분노와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그 분노는 나이가 어린 동생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곳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중 지움관에서는 나이가 어려 형들이 보기에 소위 ‘개념이 없어 보이는 친구들’ 이 있습니다. 철이 없는 친구들을 상대하는 건 선생님에게도 가끔씩 버거울 때가 있는데요. 지움관 안에서는 이들로 인해 더 다양하고 황당한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마음이 답답한 형들은 선생님이 없을 때 그들을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괴롭히거나, 힘으로 눌러 질서를 유지(?)하는 일들이 종종 생기지만, 경현이는 그런 방법을 택하지 않고 모든 것을 참고 넘기려고 했습니다. 왜냐면 스스로 떳떳해지기 위함입니다.
“이 친구들은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해요. 얘기해도 저만 스트레스받고 소용없어요.” 둥글둥글하게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줄 아는 그도 나이 어린 아이들을 이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하지만, 제가 경현이를 보며 놀란 건 자신의 답답함과 분노로 인해 한 번도 동생들에게 강압이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같은 방을 쓰는 어린 우현이가 정리정돈을 너무 안 해서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근데 경현이는 화내면서 가르치는 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 스스로가 먼저 정리정돈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경현이의 그런 모습을 본 우현이는 놀랍게도 이제 스스로 조금씩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경현이는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생활하며 안정을 찾아갈 때쯤, 경현이는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다움학교’ 진학에 대한 것입니다. 지움관 생활을 한 지 3개월 쯔음, ‘다움학교’ 무송이와의 대화가 그 고민의 출발점이었다고 합니다. 무송이에게 ‘다움학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다움학교에 대한 생각이 점점 깊어졌고, 때마침 지움관 선생님들도 경현이에게 다움학교 진학에 대한 권유를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움학교 진학보단,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선생님들의 강력한 지지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계속된다면 그의 마음이 또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다움학교 진학에 대한 고민 외에 요즘 경현이가 맛들린 새로운 경험이 있습니다. 바로 그건 “영어공부”입니다. “예전에는 공부를 배우는 게 부질없고, 쓸모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요즘 병욱쌤께 영어를 배우고 있는데 영어가 너무 재밌어요. 영어는 사회에 나가면 꼭 배워보고 싶어요.” 경현이는 사회에 있을 때 학교를 다니지 않고 알바를 하면서 공부와는 조금 거리가 먼 삶을 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는 경현이가 기피하고,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죠. 공부보다는 돈을 버는 게 목적이었던 삶이었기에 공부는 사치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시작한 ‘공부’의 경험은 경현이에게 새로운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기 충분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경현이의 모습이 부쩍 자란 것 같아 대견하기도 하면서, 앞으로도 스스로 헤쳐나갈 사회에서의 어려움들이 눈앞에 그려져 교사로서 울컥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이미 바깥에서 자신의 경제적 책임을 져 왔던 그였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는 누리지 못하고 받지 못했을 부족함이 가득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와서 느끼는 모든 것들이 그에게는 너무나 새롭고, 신기하고, 감사한 경험들이었나 봅니다. 선생님들의 격려와 지지, 그리고 여러가지 교육과 새로운 경험들이 어린 그의 결핍들을 채우고 18살의 건강한 경현이로 세상에 우뚝 서길 바래봅니다. 경현아!! 언제나 너를 축복하고 응원해. 지금까지도 잘해 왔지만 앞으로도 너의 성장이 너무 너무 기대돼. 그래서 난 네가 다움학교에 꼭 진학하면 좋겠어. 오늘부터 기도해도 될까?^^ (글 : 한주희)
* 한주희 PM은 지움학교에서 생각수업과 기초학습을 포함 교육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그녀는 세품아의 막내 교사로 올해 4월에 결혼해 일명 '품절녀' 대열에 막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