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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서른한번째] 세품아 교육 시리즈 3, 생각수업: 지움학교편

관리자
202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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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화)   

 서른한번째 이야기   





"세품아는 생각을 계속하게 만드는 곳입니다."

[세품아 교육 시리즈3] 생각수업: 지움학교편



한 학교의 시그니처 수업이 무엇인가를 보면 그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의 방향성이 어떤가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세품아의 시그니처 수업은 ‘생각수업’ 입니다. 텍스트를 읽고, 교사가 질문하면 아이들은 생각하고 대답을 합니다. 교사가 아이들의 생각에 노크한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이것을 ‘똑똑수업’ 이라고 부릅니다. ‘똑똑수업’은 지움학교 과정의 ‘생각수업’ 입니다. 


초창기 세품아 교사들은 아이들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스스로 범죄를 하고도 왜 죄책감이 없을까?’ ‘왜 모든게 내로남불일까?’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은 생각하지 않고 왜 늘 억울할까?’ ‘자신은 몇백만원을 절도하고도 자신의 편지지 한장이 없어진 것에 왜그리 분노할까?’ 후에 부족한 언어능력 뿐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인식하기 어렵고 사회적 관계를 맺기 어려운 이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나서야 아이들의 행동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상자의 특성을 이해하게 되니 교육의 방향이 정해졌습니다.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알아채는 것,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었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만 충실했던 아이들에게 읽고 질문함을 통해 자신의 감정은 물론이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 소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이런 교육을 받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친구들이 처음보다 폭력성이 줄어들게 된다는 사실은 세품아내에선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똑똑수업’ 초기부터 만만치 않은 일들이 많았습니다. 생각을 나누는 데 마중물이 될 텍스트가 필요했습니다. 글밥 많은 책들을 읽어 본 경험이 없는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아예 이해를 못해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세품아 교사들이 우리 아이들과 함께 생각을 나눌 교재를 직접 만들게 되었습니다. 24시간 거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겪는 갈등, 고민, 도전의 이야기를 그대로 글로 적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텍스트로 올리고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텍스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덜 했습니다. 텍스트를 읽고,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고 그 다음은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똑똑수업‘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은 ‘잘 모르겠는데요’  입니다. 질문의 장인인 똑똑 수업 교사들도 이럴 때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닫고 자신의 생각을 꺼내 놓지 않을 때 가장 힘든거 같아요.“ (한주희 PM) “저도 가끔 질문이 막힐 때가 있어요 그때 당황스러워요.” (최지영 PM) 


 “제 평생 가장 많은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저 진짜 똑똑해진 거 같아요.” “처음에는 선생님이 질문할 때 짜증이 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3개월 한 학기 수업을 마치고 나면 아이들이 동일하게 하는 피드백입니다. 물론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리 똑똑해 지진 않았어요. 그러나 이들이 소위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합니다.  “사실 저는 텍스트 읽고 생각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똑똑수업이 좋은 건, 사람들이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게 좋아요. 그래서 나도 내 생각을 정리하고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텍스트 내용이 여기에서 생겨날 수 있는 일이라 도움이 많이 돼요. 얼마 전에 어떤 동생에게 충고를 좀 했는데 그 녀석이 기분나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좀 화가 났거든요. 근데 똑똑수업이 생각났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동생인 그 녀석도 내 얘기에 기분 나쁠 수 있겠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게 저에게는 유익인거 같아요.” 19살 현우의 이야기입니다. “똑똑수업 하면서 15살 친구가 이런 말을 했어요. ‘여기서 생활하다가 화가 나거나 마음이 상하면 전처럼 무작정 화를 내지 않고 심호홉을 한번 하거나, 눈을 감고 생각해요. 실제로 하니깐 마음이 안정이 됐어요. 신기했어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수업할 힘이 나죠.” (한주희 PM) 


지난번 ‘음악교육편’에서 자해행동을 하는 15살 준호를 기억하세요? (존박의 ‘철부지’를 불렀던) 준호는 똑똑수업이 유독 어렵습니다. 텍스트 조차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함께 대화를 나누기는 더욱 쉽지 않습니다. 담당 선생님은 준호가 또래들과의 소그룹에서 민망하지 않도록  수업 전 한번 더 텍스트의 읽힙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아이가 쉽게 집중하지 못합니다. 이제 곧 퇴소를 앞둔 준호가 얼마 전부터 수업에서 텍스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집중하는 모습, 질문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거의 6개월 만의 일입니다. 저는 ’달팽이도 산을 넘는다‘ 라는 세품아 슬로건을 좋아하는데요. 바로 그 달팽이가 6개월 만에 겨우 작은 언덕을 넘는 순간인거죠. 언뜻 듣기엔 감동적이지만 실상은 너무 지루하고 힘든 일입니다. 너무 느려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을 때, 속도가 보이지 않으니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을때가 많아 교사들은 힘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세품아는 생각을 계속하게 만드는 곳입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확인합니다. 단, 남들보단 조금 더 많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요;;;  (글 : 임 수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