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품아 저널


[저널 쉰세번째] 열여덟 살 세진이의 마라톤 도전기

관리자
2025-07-08
조회수 222

저널 쉰세번째  

7월 8일 (화)  




“예전에는 뭐를 하던 간에 시작 전부터 포기하거나 주눅이 들었는데요. 

이제는 도전하는 용기가 생긴 거 같아요.”

(열여덟 살 세진이의 마라톤 도전기) 



   ‘너무 더우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기우로 느껴졌습니다. ‘세품아’와 ‘1-5 디자인랩’ 이 함께 하는 ‘RUN 2025: 다시 달리는 우리“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날,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달리기엔 방해가 되지 않으나 더위를 식혀 주기에는 딱 적당한 비, 기대했던 ’우중런’을 드디어 경험해 봅니다. 


오전 9시 30분, 러너 34명(5Km:18명, 10km:16명), 페이스 메이커와 스텝 17명을 포함한 총 51명의 패밀리가 ‘포천천’에 모였습니다. 열 네살 영준이 부터 쉰 여덟살의 명진영 선생님(세품아 공간과 조경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시는 분) 까지 다양한 연령의 선수들이 함께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마라톤 대회의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 한 자리에 모인 선수와 스텝은 축구 코치님의 간단한 준비운동으로 몸을 푼 후 출전 선수들은 '화이팅'을 힘차게 외친 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움학교로 진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세진이는 10Km에 출전을 했는데요. 체중이 좀 나가고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하지 않던 세진이였기에 10Km 출전 자체가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10Km 완주를 못할 수도 있겠다. 그럼 반이라도 뛰어야지' 라는 마음으로 도전했어요. 연습할 때 5Km는 뛰어 봤으니깐 내 한계를 뛰어 넘어보고 싶었거든요. 이런 기회가 흔치 않잖아요?” 


예상처럼 10km를 뛰는 건 만만치 않았습니다. 


뛰면서 생각보다 다리 통증도 없고 날씨도 좋아서 첨엔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5Km 까지는 괜찮았는데 5Km 되니깐 힘이 들더라고요. 잠깐 쉬어야지 싶었는데 5Km 반환점에 계신 선생님이 너무 열심히 응원해 주시니깐 쉬질 못했어요;; 그래서 그냥 뛰었죠. 그러다 7.5km 쯤에서 신발끈이 풀렸어요. 잠깐 서서 묶어도 되는데요. 그게 하길 싫더라고요. 왜냐면 제가 처음에 10km 완주를 위해 다섯번 정도 쉬면 되겠지… 마음 먹었거든요. 근데 뛰다보니 한 번도 안 쉬고 여기까지 온거예요. 그러다 보니 끈 묶기 위해 잠깐 쉬는 것도 싫더라고요. 그래서 1Km 정도를 그냥 뛰다가 풀린 끈 때문에 그만 넘어지고 말았어요. 할 수 없이 잠깐 묶고 다시 뛰었죠. 마지막 1Km 남았을 때가 고비였어요. 너무 힘들어서 걸을까 생각했죠. 그 때, 뒤에 있던 ‘1-5 디자인랩’ 분들의 대화가 들렸어요. ‘저 분은 쉬지도 않고 열심히 뛰네’ 그냥 뛰었죠 뭐 ㅎㅎㅎ 그러다 보니 완주를 했어요. 한 번도 쉬지 않고 완주한 내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세진이에게 오늘의 일이 유독 자랑스러운 건 10Km 완주가 우연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릴 때 부터 많이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지 몸 쓰는게 어려웠어요. 세품아 와서 몸수업이 그렇게 힘들고 어렵더라고요. 지움학교 마라톤 수업 때도 뛰기 전부터 반 포기 상태였어요. 정강이랑 발목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백 미터 뛰다가 삼백 미터 걷고… 마라톤 시간이 너무 싫어서 아픈척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멈춤’을 하면서 병욱쌤과 함께 마라톤을 뛰게 됐어요. 처음 3Km를 뛰는데 아니나 다를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운동장 뛰기 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10 바퀴 부터요. 매일 매일 연습하니 일 주일이 지나자 운동장 30 바퀴를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3Km에 다시 도전했죠. 한번도 쉬지 않고 자연스럽게 완주가 되더라고요. 그렇게 한달 후 5km에 도전했고 쉽게 완주를 했어요. 그 뒤로 계속 5km 뛰다가 이번에 처음 10Km를 뛰게 된거예요." 


10Km 완주의 경험이 세진이의 삶의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전에는 몸 쓰는게 무서웠는데 지금은 자신이 생겼어요. 두 달 동안 살도 10Kg이나 빠지고 체력도 좋아졌어요. 셔틀런도 1등급(63바퀴)이예요. ㅎㅎ 이제는 스포츠 수업에 자신이 생겼어요. 운동하면 혈액 순환이 잘 돼서 머리가 좋아진다던데, 진짜로 영어단어 외우는 시간이 전보다 단축됐어요. ㅎㅎㅎ 예전에는 뭐를 하던 간에 시작 전부터 포기하거나 주눅이 들었는데요. 이제는 도전하는 용기가 생긴거 같아요. 검정고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몸도 머리도 같이 좋아지면 내 인생에 더 자신감이 생길 거 같아요." 


모두가 출발 한지 29분이 지나자 5km 우승자 승진이가 결승선을 통과했고 55분이 지나면서 페이스 메이커의 도움을 받은 10Km 우승자 무송이가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거의 모든 선수가 완주를 한  후 30분 정도가 더 지났을 무렵, 한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업고 힘겹게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뛰다가 종아리가 아파서 좀 쉬었어요. 다시 일어나서 가려고 했는데 더 이상 뛰질 못할 정도로 아팠어요. 할 수 없이 쉬다 걷다를 반복할 때, 민우가 와서 도와줬어요. 그리고 늦었지만 완주까지 했고요." 


포기 직전의 희건이를 민우가 업고 완주를 한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모두는 각자의 속도에 맞춰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카메라 맨에게 힘들 텐데도 손흔들어주는 1-5 디자인랩 10km 도전자 조승완님과 김수웅 코치)


"오늘 10Km 못 뛸 줄 알았는데 페이스 메이커와 함께 해서 완주할 수 있었어요. 진짜 너무 행복했고요. 경치가 좋아서 다른 사람들과 으쌰으쌰 달릴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신났어요." (10Km 도전자 조승완, 1-5 디자인랩)

 



(1-5 디자인랩에서 유일하게 10km 도전한 김소희 님, 1등으로 급수대에 도착한 모습)


"너무 재밌었어요!! 첫번째 급수대(2.5 Km 지점)까지는 1등 이었는데, 제가 초반에 오버 페이스를 해서 그런지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계속 뛸 수 있을 거 같았고 결국은 완주했어요." (10Km 도전자 김소희, 1-5 디자인랩) 




(마라톤을 마치고 완주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명진영 선생님)


"내 인생의 한 획을 그은 거 같아요. 작년에 시작한 독서와 함께 마라톤 도전이 진정한 나를 찾는 경험이예요. '진영찾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익숙한 삶만 살고 싶잖아요? 이제는 새로운 변화도, 새로운 도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뭐든지 할 수 있을거 같아요.: (5Km 최고령 도전자 명진영, 세품아)



우리가 넘어선 건 숫자로 표시되는 기록만이 아닐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넘어선 건 어쩌면 내 스스로가 불가능하다고 가둬 두었던 어제의 내가 아닐까요?        (글 : 임 수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