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품아 저널


[저널 쉰여섯번째] 다움학교 학생 김승민

관리자
2025-09-02
조회수 190

9월 2일 (화)  

저널 쉰여섯번째  




"이 아이들은 그냥 우리를 사람으로 봐주며..."

[다움학교 학생 김승민(가명)]




기대했던 점

캄보디아 선교가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고, 요즘 들어 신앙심도 생기고 있어서 많은 기대를 했다. “거기에서는 예배를 어떻게 드릴까?”, “애들이 날 어떻게 대해줄까?”, “한국이랑은 얼마나 다를까?” 등등 많은 기대를 가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걱정했던 점

해외에서 아플까 봐 가장 걱정했고 두 번째로 생각을 안 하려고 했던 걱정은 “애들이 냄새가 나서 거부감이 느껴지면 어떻게 하지?”였다. 나는 코가 좀 민감해서 사소한 냄새에도 민감하게 받기에 걱정됐다.


좋았던 점

여행에 가서 예배를 드릴 때 캄보디아 애들이 찬양을 한국어로 해준 것(감동). 그리고 같이 앉아서 마주보고 찬양하는 우리를 보며 너무 활기차게 웃으며 반겨줘서 너무 행복했다.

덕신학교에서는 애들이 교문에서 우리를 살인미소로 처키처럼 보고 있었다… 무서웠다. 들어가자마자 나한테 싸우자는 아이, 악수하는 척하고 도망가는 아이, 매달리는 아이 등등 많았다. 이 아이들은 그냥 우리를 사람으로 봐주며 같이 대화하고 뛰며 우리를 한 두 번 만나본 사람들처럼 행동하게 만들었다. 

가장 큰 걱정인 냄새는 이 아이들과 놀 때는 생각도 안 났다.



아쉬웠던 점

어린 아이들은 거리낌이 없었지만 15~17세는 좀 거리낌이 있어서 대화는 해도 같이 놀지는 못해서 아쉽다. 또 아파서 더 많이 놀지 못해 아쉽고 9일밖에 안되서 아쉽다. 우기여서 비가 너무 많이 왔다.




“내 안에 보물이 있다고?!” 여행의 꽃, 광부의 시간

(다움학교 교사 이은송) 



   여행은 결심하고 계획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여행 전 기대감은 단조로운 일상을 버티는 힘이 되기도 하죠. 하지만 캄보디아 여행을 앞둔 다움학교 아이들에게 여행이란, 설렘과 기대보다는 ‘불안’과 ‘걱정’에 더 가까웠습니다.


“전 하나도 기대 안 해요. 기대하면 항상 결과가 안 좋았어요.” 여행 일주일 전,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창섭이(가명, 16세)가 한 말입니다.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는 창섭이에게 여행은 자연재해와 같은 것입니다. 슬며시 ‘안 가면 안 되겠죠’라고 물어보며 교사 눈치를 살핍니다. 물론, 대답을 듣고 툴툴거리며 돌아갔지만요.


아이들 중 가장 신나게 여행을 준비한 승민이(가명, 17세)조차 불안을 숨기지 못합니다. “저희 비행기 추락하면 어떡해요? 육지보다는 바다에 떨어지면 괜찮겠죠?? 산소 마스크는 어디서 내려와요???” 캄보디아로 가는 내내 비행기 추락 시뮬레이션을 돌리던 승민이는 발만 동동 구르다 결국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승민이 옆자리는 안타깝게도 저였답니다 ^^)

부정적인 감정은 쉽게 전염된다더니, 아이들의 불안감을 따라 교사인 저도 걱정에 휩싸였습니다. ‘이 아이들과 8박 9일을 무사히 보내고 올 수 있을까?’, ‘도움은커녕 피해만 주고 오는 건 아닐까?’, ‘너무 준비가 안 된 거 같은데 어떡하지?’... 걱정은 불안으로, 불안은 피로감으로 이어지더군요. 그렇게 이번 여행은 불안과 걱정, 피로와 약간의 짜증이 섞인 채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무사히 잘 다녀왔냐고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상상 이상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 아이들도 걱정한 게 민망할 정도로 잘 지내다 왔습니다. “처음에는 오기 싫은 마음도 있었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버려서 아쉬워요”, “‘선교’ 여행이라는 말에 살짝 겁이 났었지만, 선교도 여행도 모두 뜻깊고 재밌었어요.” 이번 여행의 총평을 남기는 시간, 아이들의 말을 통해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걸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뭐가 제일 좋았냐고 묻는다면, 저는 세품아의 여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저녁 모임’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모든 일정이 끝난 저녁 8시, 모두가 호텔 로비에 동그랗게 모여 앉습니다. 이 모임에는 찬양과 말씀뿐 아니라 특별한 순서가 있는데요, 바로 ‘광부의 시간’입니다.

‘광부의 시간’은 우리 각자가 광부가 되어서 다른 사람에게 있는 보석, 곧 그 사람의 강점 또는 장점을 캐내어 주는 시간입니다. 아이들은 종일 다른 사람을 관찰하며 보석을 캐내기도 하고, 다른 광부들에게 둘러싸여 ‘칭찬 샤워’를 받기도 합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온갖 칭찬 속에 파묻혀본 적, 있으신가요? 모임 전과 후, 아이들의 눈빛이 180도 달라집니다. 이 시간을 통해 ‘새로운 나’에 대한 가능성을 보기 때문이죠. 창섭이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 어떡하죠? 나가서 망하는 거 아니에요?” 매번 공부도 작심삼일, 다이어트도 작심삼일인 창섭이는 퇴소를 앞두고 실패감과 불안감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광부의 시간에서 창섭이는 자신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뚜기’라는 것과,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열정맨’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보조개를 띄며 쑥스럽게 웃는 창섭이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물론 ‘잘생겼다’는 칭찬을 가장 좋아했습니다ㅎㅎ)

아이들이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청소년기 남자 아이들이 남을 칭찬하기란 참 쉽지 않죠. 그러나 아이들은 눈에 불을 켜고 보석을 캐는 광부가 되었습니다. 선생님들에게는 ‘오 나의 여신님’, ‘음지의 로맨티스트’와 같은 센스 있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하고, 평소엔 놀리고 장난치기 바쁜 서로에게는 ‘멋진 형’, ‘내 동생’이라 부르며 치켜세워주기도 했습니다. 서로의 보석을 발견했기 때문일까요? 신기하게도 광부의 시간이 하루 하루 거듭될수록 아이들이 저와 눈을 맞추는 횟수가 늘어났답니다. ^^


저희는 이제 일상으로 무사히 잘 복귀했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수학 수업에 아직 시차 적응을 못 했다며(?) 도망가려는 아이들이지만… 그 눈에서 반짝이는 보물을 발견합니다. 이제 저희의 숙제는 새로 얻은 정체성으로 현실을 살아내는 것이겠죠? 다움학교 아이들이 일상을 잘 살아낼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