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30일 (화)
저널 쉰여덟번째
“세상은 공평하지가 않아. 난 출발부터가 달랐어.”
(지움학교 정환이 이야기)
정환이는 4살 때 보육원에 보내졌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이렇게 살 거라고 생각했던 그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삶이 또래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보육원 애들하고 같이 다니지 마라’ 친구 어머니의 말을 듣고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창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꿈에 대해 얘기를 하면 ‘넌 남들보다 두 세배 더 노력해야 해’ ‘네가 그 꿈을 이루려면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 돼. 죽어라 공부해야 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는 점점 입을 닫게 되었고 어느새 자신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 학교에서 정환이가 보육원 출신이라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 난 출발부터가 달랐어.' 억울한 감정이 들면서 알 수 없는 분노가 마음속에 가득했습니다. 어버이날 부모님께 편지를 써보라는 교사의 말에 "저 부모님 없는데요!!!", 꿈이 뭐냐는 어른들의 질문에는 "야쿠자 될 건데요." 그는 그렇게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반항을 한가득 담아서…
그의 삶은 보란 듯이 삐뚤어졌습니다. 자신이 당하고 있는 모든 어려움이 애초부터 남들과는 출발선이 달랐던 환경 탓인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자 세상에 복수를 하고 싶어 졌고 그렇게 방황을 하다 작년 6월, 세품아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원망했지만, 결국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자괴감의 무게로 세품아 생활은 우울로 시작되었습니다. 축구를 하다가도 실력이 부족한 자신을 발견하면 이유 없는 분노가 일었습니다. ‘나는 이것도 안되네… 이런 것도 못하는 놈이야’ 일상에서 불쑥불쑥 찾아오는 자신을 향한 선 넘은 분노로 정환이의 우울은 심해져 갔지만, 다행히 세품아 생활에 적응이 되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시는 세품아 선생님들 덕분에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정환이는 선생님들의 칭찬을 받을 정도로 지움 학교 생활을 잘 해냈고 마침내 다움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대를 안고 시작한 다움학교 생활은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같이 지내는 다움학교 친구들을 바라보는 게 고통스러웠어요. 선생님들은 다 마찬가지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저는 생각이 달랐어요. 나를 뺀 다움친구들 모두가 다 대단해 보였어요. 나만 못한다는 생각이 나를 너무 고통스럽게 했어요. 나는 원래 그랬지. 잊고 있었네. 난 출발선이 달랐잖아. 난 태어나면 안 되는 사람이었어.” 지움 학교에서 잠시 잊어버렸던 감정과 생각이 다시 그를 가두기 시작했습니다. 우울함이 계속될수록 다움학교 적응이 더욱더 힘들어졌습니다. 급기야는 담배를 피우게 되었고, 학교 규칙을 어기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고통에서 시작한 행동이지만 그런 행동을 한 자신을 바라보며 그는 다시 자괴감에 빠져 들었습니다. 마음을 잡지 못하고 문제 행동을 반복하자 그는 다시 지움 학교로 보내졌습니다. 다움학교로 진학한 지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지움학교로 돌아오게 되자, 더 이상 생각할 수 없게 되었어요. 이제는 ‘될 대로 돼라’는 마음밖에 없었어요. 뭘 해도 안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으니깐요.” 지움학교로 돌아온 지 처음 몇 달은 우울 덩어리로 살아갔습니다. 도저히 무언가를 할 힘이 나지 않았습니다. “정환아!! 다시 한번 해보자. 날마다 실수하고 포기하는 정환이가 아니라 전에 지움학교에 있을 때의 멋진 정환이로 우리는 기억하고 볼 거야. 그러니깐 힘내.” 지움학교 선생님들의 얘기가 정환이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주변의 어른들이 자신을 믿어준다는 확신이 들자, 그는 다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지움 학교 규칙 잘 지키기, 사고 치지 않기’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부정적인 마음과 싸우기 위해 그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지지해 주는 교사들의 힘으로 건강함을 되찾았습니다.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부자가 아니어도 됩니다. 나 혼자 살 방 한 칸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대학도 가고 싶어요. 꼭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기보다는 그들 사이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세품아에서 생활한 지 1년 3개월, 그는 전에 살던 시설로 돌아갑니다. "다움에서 지움으로 돌아올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지움학교에서 6개월 잘 지내다 보니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밖으로 나가서 잘 살고 싶어요. 혹 실수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나를 믿어주는 어른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가장 걱정되는 게 있는데요. 주변의 선생님들로부터 또 의심받고 불신의 얘기를 듣게 될까 봐 겁나요. 그럼 나 자신을 지키기가 너무 힘들 거 같아요." 며칠 전 그는 세품아가 자신을 열심히 잘 살았던 친구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세품아의 축복을 받으며 시설로 돌아갔습니다. 정환이의 뒷모습을 보니 겨우 걸음마를 뗀 아기 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기가 엄마의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라듯 정환이도 주변 어른들의 사랑과 신뢰로 넘어지지 않고 걷고 뛰고 결국에는 비상할 수 있는 멋진 세품아의 아들이 되길 바라봅니다. (글 : 임수미)
9월 30일 (화)
저널 쉰여덟번째
“세상은 공평하지가 않아. 난 출발부터가 달랐어.”
(지움학교 정환이 이야기)
정환이는 4살 때 보육원에 보내졌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이렇게 살 거라고 생각했던 그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삶이 또래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보육원 애들하고 같이 다니지 마라’ 친구 어머니의 말을 듣고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창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꿈에 대해 얘기를 하면 ‘넌 남들보다 두 세배 더 노력해야 해’ ‘네가 그 꿈을 이루려면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 돼. 죽어라 공부해야 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는 점점 입을 닫게 되었고 어느새 자신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 학교에서 정환이가 보육원 출신이라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 난 출발부터가 달랐어.' 억울한 감정이 들면서 알 수 없는 분노가 마음속에 가득했습니다. 어버이날 부모님께 편지를 써보라는 교사의 말에 "저 부모님 없는데요!!!", 꿈이 뭐냐는 어른들의 질문에는 "야쿠자 될 건데요." 그는 그렇게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반항을 한가득 담아서…
그의 삶은 보란 듯이 삐뚤어졌습니다. 자신이 당하고 있는 모든 어려움이 애초부터 남들과는 출발선이 달랐던 환경 탓인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자 세상에 복수를 하고 싶어 졌고 그렇게 방황을 하다 작년 6월, 세품아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원망했지만, 결국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자괴감의 무게로 세품아 생활은 우울로 시작되었습니다. 축구를 하다가도 실력이 부족한 자신을 발견하면 이유 없는 분노가 일었습니다. ‘나는 이것도 안되네… 이런 것도 못하는 놈이야’ 일상에서 불쑥불쑥 찾아오는 자신을 향한 선 넘은 분노로 정환이의 우울은 심해져 갔지만, 다행히 세품아 생활에 적응이 되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시는 세품아 선생님들 덕분에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정환이는 선생님들의 칭찬을 받을 정도로 지움 학교 생활을 잘 해냈고 마침내 다움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대를 안고 시작한 다움학교 생활은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같이 지내는 다움학교 친구들을 바라보는 게 고통스러웠어요. 선생님들은 다 마찬가지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저는 생각이 달랐어요. 나를 뺀 다움친구들 모두가 다 대단해 보였어요. 나만 못한다는 생각이 나를 너무 고통스럽게 했어요. 나는 원래 그랬지. 잊고 있었네. 난 출발선이 달랐잖아. 난 태어나면 안 되는 사람이었어.” 지움 학교에서 잠시 잊어버렸던 감정과 생각이 다시 그를 가두기 시작했습니다. 우울함이 계속될수록 다움학교 적응이 더욱더 힘들어졌습니다. 급기야는 담배를 피우게 되었고, 학교 규칙을 어기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고통에서 시작한 행동이지만 그런 행동을 한 자신을 바라보며 그는 다시 자괴감에 빠져 들었습니다. 마음을 잡지 못하고 문제 행동을 반복하자 그는 다시 지움 학교로 보내졌습니다. 다움학교로 진학한 지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지움학교로 돌아오게 되자, 더 이상 생각할 수 없게 되었어요. 이제는 ‘될 대로 돼라’는 마음밖에 없었어요. 뭘 해도 안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으니깐요.” 지움학교로 돌아온 지 처음 몇 달은 우울 덩어리로 살아갔습니다. 도저히 무언가를 할 힘이 나지 않았습니다. “정환아!! 다시 한번 해보자. 날마다 실수하고 포기하는 정환이가 아니라 전에 지움학교에 있을 때의 멋진 정환이로 우리는 기억하고 볼 거야. 그러니깐 힘내.” 지움학교 선생님들의 얘기가 정환이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주변의 어른들이 자신을 믿어준다는 확신이 들자, 그는 다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지움 학교 규칙 잘 지키기, 사고 치지 않기’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부정적인 마음과 싸우기 위해 그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지지해 주는 교사들의 힘으로 건강함을 되찾았습니다.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부자가 아니어도 됩니다. 나 혼자 살 방 한 칸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대학도 가고 싶어요. 꼭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기보다는 그들 사이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세품아에서 생활한 지 1년 3개월, 그는 전에 살던 시설로 돌아갑니다. "다움에서 지움으로 돌아올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지움학교에서 6개월 잘 지내다 보니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밖으로 나가서 잘 살고 싶어요. 혹 실수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나를 믿어주는 어른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가장 걱정되는 게 있는데요. 주변의 선생님들로부터 또 의심받고 불신의 얘기를 듣게 될까 봐 겁나요. 그럼 나 자신을 지키기가 너무 힘들 거 같아요." 며칠 전 그는 세품아가 자신을 열심히 잘 살았던 친구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세품아의 축복을 받으며 시설로 돌아갔습니다. 정환이의 뒷모습을 보니 겨우 걸음마를 뗀 아기 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기가 엄마의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라듯 정환이도 주변 어른들의 사랑과 신뢰로 넘어지지 않고 걷고 뛰고 결국에는 비상할 수 있는 멋진 세품아의 아들이 되길 바라봅니다. (글 : 임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