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 (화)
스물여덟번째 이야기
The Original Experience for the Youth
(원래 받았어야 할 경험, 세품아는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승우는 15살입니다. 중학교 2학년… 나이도 어리지만, 외모에서도 앳됨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어느덧 세품아 생활 6개월, 이제 이틀 후면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 가면 뭐부터 할까?’ 연신 웃으며 즐거운 고민을 하는 승우의 얼굴은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그거 기억나세요? 저 처음 왔을때 하도 안 씻어서 아침에 학교에 나오면 선생님들이 검사하셨던거요.” ‘아 그랬었지?’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저 밖에 있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 샤워했어요. 세수나 양치는 하고 싶으면 했고요. 그것도 아침에 말고 저녁에요. 근데 지금은 아침마다 옷에 페브리즈도 뿌리고 입어요“
최근 소년범죄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저연령화 현상입니다. 3~4년전만 해도 재판 후 세품아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반 이상이 중학생인데요. 그것도 1.2학년의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종종 초등학교 6학년 친구를 만나게 되는 건 이제 6호 기관에서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중학교 2학년 나이에 재판을 두어번 정도 받고 기관 위탁 처분을 받는다는 건, 초등학교 3.4학년때 부터 방황을 시작했고 5.6학년때는 이미 첫 범죄를 경험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밖으로 돌기 시작한 아이들은 그 나이 또래가 가정에서 경험해야 할 당연한 것들을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승우네 가정도 그랬습니다. 늘 몸이 불편하셨던 어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하루종일 택배일을 하시는 아버지는 자식들을 위해 한푼이라도 더 벌기위해 밤늦게까지 일을 하셨습니다. 가정에 마음 둘 곳이 없었던 승우는 어린 여동생을 데리고 밖으로 돌기 시작했습니다. 가출을 밥 먹듯이 했고 먹거리들은 물론이고 팬시점의 사소한 물건들까지 훔치기 시작했습니다. 바깥에서의 그의 생활처럼 초기 세품아 생활도 또래에 비해 불안해 보였습니다. 씻지 않는 건 기본이었고, 교사의 말에 귀를 닫아 버렸습니다. 자신이 불리한 상황이 되면 자신의 방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수업시간이나 활동시간에도 복도를 배회하는 시간이 많았고, 교사의 질문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했습니다. 형들이 자신을 못 살게 군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승우의 상대를 자극하는 '투머치한 말' 들이 형이나 친구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교사가 설명하고 지도하려고 하면 무조건 자신을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 귀를 닫아 버렸습니다. 그러다 3개월이 지날때 쯤,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교사가 승우에게 그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지도하는 상황에서 “네”라는 대답을 처음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자신과 갈등이 있는 상대에게 ‘미안하다’는 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드디어 승우에게 교육이라는 것이 시작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 ‘본인이 많이 성장한거 같아?’ 라는 질문에 승우에게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지움관에서 누군가 잘못을 해서 전체가 함께 혼이 났던 적이 있어요. 근데 예전이라면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지?’ 라는 생각과 함께 짜증이 났을거예요. 근데 이번에는 다른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나이는 어려도 지움관에서 가장 오래 지냈으니 내가 대표로 잘못했다고 할까?’ 라는 마음이요. 저 엄청 기특하죠? ㅋ” 칭찬을 바라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던 승우는 깜짝 놀래며 칭찬을 하는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초기에는 제가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했던것 같아요. 그래서 다툼도 많이 일어났고요. 그때는 초조하고 불안해서 그랬어요. 친해지려고 하는데 방법을 잘 몰랐어요. 지금은 안정이 되어서 그런지 쓸데없는 말 잘 안하게 돼요. 그리고 저 밖에서는 사과한 적 한번도 없어요. 어른들에게 존댓말을 한 적도 한 번도 없고요. (“진짜?” 저 이 부분에서 진심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심지어는 경찰에게도 ‘응’이라고 대답하거나 무시했어요. 그래서 문제가 더 컸죠. (그의 엉켜버린 삶의 이유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정말 몰랐어요. 그리고 밖에서는 눈치보여서 내 의사표현도 못했는데 지금은 수업시간에 연습을 해서 그런지 발표도 잘해요. 자존감이 올라간 거 같아요.”
이렇게 좋은 걸 어떻게 배우게 되었는지 묻는 질문에 승우는 두 가지로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른들이 하는 말은 다 비난하는 걸로 알았는데 여기서 선생님들에게 칭찬도 받고 위로도 받으니 나를 위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사과도 존댓말도 방법을 몰랐어요. 여기서 배웠고, 반복하니 습관이 됐고, 계속 연습했어요.“ 이제 유치원을 막 졸업한 승우입니다. 이런 승우가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축하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저 바라는 게 세가지가 있어요. 범죄하지 않는 것, 가출하지 않는 것, 학교 잘 다니는 것이예요. 잘 할 수 있겠죠?" 이별 인사를 핑계로 아이를 꼬옥 안아 주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평범한 것이 승우에게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 되었습니다.
세품아의 비젼은 ’We make Second Chance’ 입니다. 도움이 필요했던 아이들이 누군가를 돕는 자로 서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하겠어?’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비젼을 이루기 위해 다시 한번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를 확인하게 됩니다. ‘The original experience for the Youth’ 원래 받았어야 할 존중, 원래 받았어야 할 사랑, 원래 받았어야 할 관심, 원래 받았어야 할 훈계, 세품아는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글 : 임수미)
6월 18일 (화)
스물여덟번째 이야기
The Original Experience for the Youth
(원래 받았어야 할 경험, 세품아는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승우는 15살입니다. 중학교 2학년… 나이도 어리지만, 외모에서도 앳됨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어느덧 세품아 생활 6개월, 이제 이틀 후면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 가면 뭐부터 할까?’ 연신 웃으며 즐거운 고민을 하는 승우의 얼굴은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그거 기억나세요? 저 처음 왔을때 하도 안 씻어서 아침에 학교에 나오면 선생님들이 검사하셨던거요.” ‘아 그랬었지?’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저 밖에 있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 샤워했어요. 세수나 양치는 하고 싶으면 했고요. 그것도 아침에 말고 저녁에요. 근데 지금은 아침마다 옷에 페브리즈도 뿌리고 입어요“
최근 소년범죄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저연령화 현상입니다. 3~4년전만 해도 재판 후 세품아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반 이상이 중학생인데요. 그것도 1.2학년의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종종 초등학교 6학년 친구를 만나게 되는 건 이제 6호 기관에서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중학교 2학년 나이에 재판을 두어번 정도 받고 기관 위탁 처분을 받는다는 건, 초등학교 3.4학년때 부터 방황을 시작했고 5.6학년때는 이미 첫 범죄를 경험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밖으로 돌기 시작한 아이들은 그 나이 또래가 가정에서 경험해야 할 당연한 것들을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승우네 가정도 그랬습니다. 늘 몸이 불편하셨던 어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하루종일 택배일을 하시는 아버지는 자식들을 위해 한푼이라도 더 벌기위해 밤늦게까지 일을 하셨습니다. 가정에 마음 둘 곳이 없었던 승우는 어린 여동생을 데리고 밖으로 돌기 시작했습니다. 가출을 밥 먹듯이 했고 먹거리들은 물론이고 팬시점의 사소한 물건들까지 훔치기 시작했습니다. 바깥에서의 그의 생활처럼 초기 세품아 생활도 또래에 비해 불안해 보였습니다. 씻지 않는 건 기본이었고, 교사의 말에 귀를 닫아 버렸습니다. 자신이 불리한 상황이 되면 자신의 방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수업시간이나 활동시간에도 복도를 배회하는 시간이 많았고, 교사의 질문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했습니다. 형들이 자신을 못 살게 군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승우의 상대를 자극하는 '투머치한 말' 들이 형이나 친구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교사가 설명하고 지도하려고 하면 무조건 자신을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 귀를 닫아 버렸습니다. 그러다 3개월이 지날때 쯤,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교사가 승우에게 그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지도하는 상황에서 “네”라는 대답을 처음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자신과 갈등이 있는 상대에게 ‘미안하다’는 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드디어 승우에게 교육이라는 것이 시작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 ‘본인이 많이 성장한거 같아?’ 라는 질문에 승우에게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지움관에서 누군가 잘못을 해서 전체가 함께 혼이 났던 적이 있어요. 근데 예전이라면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지?’ 라는 생각과 함께 짜증이 났을거예요. 근데 이번에는 다른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나이는 어려도 지움관에서 가장 오래 지냈으니 내가 대표로 잘못했다고 할까?’ 라는 마음이요. 저 엄청 기특하죠? ㅋ” 칭찬을 바라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던 승우는 깜짝 놀래며 칭찬을 하는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초기에는 제가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했던것 같아요. 그래서 다툼도 많이 일어났고요. 그때는 초조하고 불안해서 그랬어요. 친해지려고 하는데 방법을 잘 몰랐어요. 지금은 안정이 되어서 그런지 쓸데없는 말 잘 안하게 돼요. 그리고 저 밖에서는 사과한 적 한번도 없어요. 어른들에게 존댓말을 한 적도 한 번도 없고요. (“진짜?” 저 이 부분에서 진심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심지어는 경찰에게도 ‘응’이라고 대답하거나 무시했어요. 그래서 문제가 더 컸죠. (그의 엉켜버린 삶의 이유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정말 몰랐어요. 그리고 밖에서는 눈치보여서 내 의사표현도 못했는데 지금은 수업시간에 연습을 해서 그런지 발표도 잘해요. 자존감이 올라간 거 같아요.”
이렇게 좋은 걸 어떻게 배우게 되었는지 묻는 질문에 승우는 두 가지로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른들이 하는 말은 다 비난하는 걸로 알았는데 여기서 선생님들에게 칭찬도 받고 위로도 받으니 나를 위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사과도 존댓말도 방법을 몰랐어요. 여기서 배웠고, 반복하니 습관이 됐고, 계속 연습했어요.“ 이제 유치원을 막 졸업한 승우입니다. 이런 승우가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축하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저 바라는 게 세가지가 있어요. 범죄하지 않는 것, 가출하지 않는 것, 학교 잘 다니는 것이예요. 잘 할 수 있겠죠?" 이별 인사를 핑계로 아이를 꼬옥 안아 주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평범한 것이 승우에게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 되었습니다.
세품아의 비젼은 ’We make Second Chance’ 입니다. 도움이 필요했던 아이들이 누군가를 돕는 자로 서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하겠어?’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비젼을 이루기 위해 다시 한번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를 확인하게 됩니다. ‘The original experience for the Youth’ 원래 받았어야 할 존중, 원래 받았어야 할 사랑, 원래 받았어야 할 관심, 원래 받았어야 할 훈계, 세품아는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글 : 임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