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품아 저널


[저널 스물아홉번째] 세품아 교육 시리즈 1, '몸수업편'

관리자
2024-07-02
조회수 210

7월 2일 (화)    

스물아홉번째 이야기    





“대통령이 된 기분이랄까?”

- [세품아 교육 시리즈 1] 몸수업편 -




세품아에 관심이 있거나 세품아를 애정하시는 후원자님들께서 가장 궁금해 하시는 것이 있다면 ‘세품아는 무슨 교육을 할까? 입니다. 도대체 무슨 활동과 배움이 있길래 아이들에게 이토록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지 궁금해서 하시는 질문 같습니다. 그래서 몇 주간 ‘세품아 교육 시리즈’ 라는 이름으로 세품아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로 ‘몸수업’을 소개해 드릴께요. 


남자아이들만 득실(?)거리는 세품아에서 ‘몸수업’은 매우 필요한 과목 중 하나 입니다. 한창 혈기왕성한 놈들의 에너지를 건강하게 소비할 수 있는 것으로 운동만한 게 없는데요. 그러나 운동은 그보다 조금 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세품아 생활 이전, 아이들은 밖에서 부정적인 몸의 경험들을 많이 했습니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기 보단 입에 단 음식을 먹었고, 인내의 경험보단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순간적인 경험에 익숙했습니다. 타인과의 안정적인 경험보다는 버림받음, 거부당함, 심지어 폭력을 몸으로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친구들에게 운동은 ‘몸을 통해 느끼게 되는 최고의 긍정 경험’ 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영양가 있는 식사,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함께 이루어지는 ‘몸수업’은 가장 빨리 몸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수업입니다. 다이어트를 하기도 하고 근육을 만들기도 하면서 건강해진 몸의 활력을 경험한 아이들은 자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 중 마라톤은 헬스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성취감’을 경험하게 되는 수업입니다. “앞 사람만 바라보고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뛰다보니 완주하게 됐어요. 너무 기분 좋아요. 이 성취감이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준 것 같아요. 포기했던 축구를 다시 해보고 싶어요.“ (지움학교 임상준) 이 낯선 성취감이 또 다른 도전으로 용기 낼 수 있게 된다는 건 세품아 교육의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뛰다가 한번 멈추면 그 지점이 아이들에게 루틴으로 자리잡아 뛸 때마다 고비가 됩니다. 느리더라도, 힘들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 전보다 덜 걷고 뛰었다고 자랑하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뿌듯합니다. 한번은 00이가 완주 후 스스로도 벅찼는지 흐느껴 우는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감동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지움학교 몸 수업 담당자 허복음PM)


6월26일(수) 오후 6시, 오늘은 ’세품아 마라톤 대회‘ 가 있는 날입니다. 8Km와 5km에 교사와 학생 포함 총  21명의 선수가 출천하게 됩니다. 사실 푹푹 찌는 더위에 5km도 힘든데 8Km를 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158cm의 키에 몸무게 88kg의 진우가 8Km를 뛰겠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마라톤 수업 담당자인 복음선생님이 순간 당황을 하시는 눈치였습니다. ‘진우가 과연 뛸 수 있을까?’ 코스 선택을 마친 후 진우의 마음이 궁금했습니다. “저 사실 5km도 못 뛰어요. 근데 이왕 도전하는거 8km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마라톤 수업을 하면서 뛰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됐거든요. 뛸 때 몸에 바람이 스치는 기분이 너무 좋아요.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은데 스스로에게 ‘한걸음 더, 한걸음 더’ 라고 외쳐요. 그리고 결승선에 도착하면 스스로 대견해요. 이 열정이 축구 수업에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전에는 골을 못 넣으면 그냥 포기했는데 지금은 넣을때 까지 포기 안해요. 끝까지 하게 돼요.” 한껏 행복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는 진우를 보며 ‘마음은 알겠는데 그래도 8Km는 무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스스로 걱정되는 부분도 있을 텐데요. “오르막이 걱정이예요. 의지로는 포기하지 않을 건데요 혹시 몸에 이상이 생겨서 포기하게 될까봐 걱정이예요. 만약 완주하게 되면 스스로에게도 자랑이 될거예요. 이게 저에게 주는 보상이고요. 타인에게도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보여질 수 있으면 좋을거 같아요. 꼭 완주하고 싶어요.” 


8km 중간 반환점 구간에서 그가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며 진우를 기다립니다. 8km 지원자들이 모두 중간 반환점을 지나갔을 무렵, 진우가 힘들어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반가웠습니다. 유독 더 큰 소리로 ’화이팅‘을 외칩니다. 1시간 4분 24초, 젤 마지막으로 진우가 8km를 완주했습니다. 등수에 상관없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를 해 준 진우가 자랑스러운지 모두가 크게 환호합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약속 지켰죠?” 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음을 짓습니다. 스스로를 이긴 지금 이순간, 진우는 어떤 생각이 들까요? “대통령이 된 기분이랄까? 힘들긴 했지만, 응원을 받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마지막 결승선에서도 모두의 응원을 받으니 너무 행복해요.” 응원과 칭찬이 진우를 완주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건강한 몸의 경험이 아이들의 인생을 바꾸어 가고 있음을 우리는 매일 경험합니다. 달릴 때 바람이 몸을 시원하게 감싸는 감각으로의 경험, 포기하지 않았을 때 어느덧 결승선에 도착하게 되는 작은 완주의 경험, 별로 친하지 않은 이에게 패스를 해야하는 팀워크의 경험, 우리의 축구팀이 패배를 했을 때 속상한 자신의 마음을 뒤로하고 함께 뛰어준 동생들을 위로했던 형으로서의 경험들이 모두 모여 우리 아이들을 자라게 하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실패의 경험이 작은 성공의 기억으로 바뀌는 순간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압니다. 이 작은 성공의 기억이 또 다른 성취의 도전으로 계속 이어질거란 사실을요. (글: 임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