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화)
서른번째 이야기
‘중독은 또 다른 중독으로…’
- [세품아 교육 시리즈 2] 음악교육편 -
“사실 본드를 했을 때 보다 더 행복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어요. 드럼을 치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던 오늘, 이 무대가 본드를 했을 때 보다 더 행복한 거 같아요.“ 15년 전, 초기 세품아가 위치했던 부천 지역에는 청소년 본드 중독이 심각했습니다. 본드 중독의 늪에 빠져 있던 A 친구가 세품아에서 진행한 밴드공연 첫 무대를 마치고 했던 이야기 입니다. 이 친구의 전설같은 이야기, 그리고 음악교육을 통해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세품아 교육이론 중 하나인 ‘중독은 또 다른 중독(또 다른 건강한 몰입)으로 치료한다’ 라는 명언(?)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A군은 현재 드럼을 전공하여 뮤지션들과 함께 음반 작업을 하는 프로드러머로 활동하고 있으며 세품아에서 후배들을 레슨하는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밴드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음악교육은 현재도 세품아의 시그니처 수업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음악이라곤 ‘음’자도 모르는 친구들이 음악수업에 들어가게 되면 자신이 희망하는 한가지 악기를 선택하게 됩니다. 보컬, 드럼, 일렉기타, 베이스기타, 건반 중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음악 포지션을 선택합니다. 첫번째 단계는 레슨을 받는 것입니다. 전문강사의 레슨을 받고 악기를 연주하게 되는 것은 그리 만만한 과정은 아닙니다. 기타를 치며 손가락에 굳은 살이 베긴 친구들은 힘들다는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며 포기하고 싶다는 말도 종종 하기도 됩니다. 그러다 쉬운 곡이라도 한 곡 연주하게 되는 날에는 스스로 최고의 뮤지션이라도 된 양 어깨가 으쓱합니다. 3개월 정도 레슨이 끝나면 합주에 들어갑니다. 공연을 준비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합주는 개인레슨과는 또 다른 레벨의 도전입니다. “혼자 레슨을 받을 때는 실수해도 되고, 혼자 멋을 내도 되는데요. 합주를 할 때는 실수하면 안돼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잖아요. 사실 제 목소리가 크거든요. 그래서 합주를 할 때는 제 목소리를 줄이고 옆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해요. 그러면 함께 목소리를 맞출 수 있어요.” 타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모니를 이뤄야 하는 경험은 노래방에서 노래 꽤나 했다고 자부하는 진우에게도 낯선 경험일 것입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음악수업의 클라이막스는 공연^^ 레슨을 받고 매일매일 연습하며, 공연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여럿이 함께 몰입해 가는 과정은 건강하지 못한 것들에 중독되어 있던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것으로의 중독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만들어 낸 공연, 그리고 그 무대에서 받은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는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듭니다.
오늘이 바로 세품아 공연이 있는 날^^ 전날부터 악기를 세팅하고 아이들은 리허설로 마음이 분주합니다. 일 년에 4번정도 올리게 되는 음악 공연은 세품아의 작은 축제와도 같습니다. 지난번 공연에서 건반을 쳤던 은빈이가 이번에는 보컬에 도전합니다. 평소 부끄럼이 많고 개미 목소리를 내는 은빈이기에 많은 선생님들은 어떻게 은빈이가 노래를 부를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제가 평소에 혼자 잘 흥얼거리거든요. 그걸 형들이 듣고 이번에 한번 도전해보라고 했어요. 저도 사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용기가 없었어요. 이번에 보컬 레슨 처음 받을 때 진짜 얼굴이 빨개졌어요.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덜 부끄러워지더라고요. 계속 연습하니 노래에 익숙해 지고 이제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무대에 설 수 있을거 같아요. 마지막에 고음 부분이 있는데 거기서 삑사리만 안나면 좋겠어요.” 음악수업을 통해 하모니가 뭔지를 경험한 진우는 공연을 앞두고 어떤 마음일까요? “저는 특히 고음을 낼 때 사람들이 환호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리고 리듬을 타게 되면 나랑 음악이 하나가 된 것 같아 몸의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도 지금은 좀 떨리네요. 저는 떨릴 때 심호홉을 크게 하고 멀리 시선을 두려고 노력해요. 그럼 멘탈이 좀 잡히더라고요. 그래도 지금은 용기가 필요해요. 부끄러운 것도 견뎌야 하고 실수도 하면 안되니깐요.”
7월 11일 오후 4시, 학교 2층 ‘플레이룸’ 에서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리듬을 탈 줄 아는 진우는 더레이의 ‘청소’를 불렀습니다. 고음과 저음을 오가며 마이크를 현란하게 휘둘렀습니다. 노래도 수준급^^ “사람들이 환호해 주니 좋기도 하지만 부끄럽기도 했어요. 그 정도로 잘 한거 같진 않아서요. 그래도 감사했어요. 다음에도 보컬에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어요. 연습하면서 중요한 걸 경험했어요. 밖에서 노래 부를 땐 다른 사람이 잘 부르건 못 부르건 관심 없었는데요. 여기서는 같이 부르다 보니깐, 다른 사람이 노래를 잘하면 칭찬하게 되고 힘들어 하면 격려하게 되더라고요.” 개미 목소리 은빈이는 전주가 나오자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립니다. 부끄러워서;;; 그러나 저는 그의 선곡에 한 번 놀라고 부끄럼 속에서도 자신있게 소리를 내지르는 그의 첫 소절에 두 번 놀랐습니다. 그가 선곡한 곡은 우디의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래도 끝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편해요.”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모든 이들을 놀라게 하고 감동시킨 친구는 따로 있었습니다. 준호^^ 15살 준호는 늘 고개를 숙이고 혼자 다닙니다.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합니다. 늘 먹을 것만 찾아 다닙니다. 철저히 자신의 욕구에만 충실합니다. 그러다 누군가 자신을 공격한다 싶으면 곧 자해행동을 보입니다. 다리를 커터칼로 긁기도 하고, 날카로운 것을 몸 속에 쑤셔 넣으려고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오늘 노래를 부릅니다. 존박의 ’철부지‘, 노래를 부르기 전 이 노래를 통해 들려 주고 싶은 메세지가 있냐는 엠씨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숙이고 조그맣게 대답합니다. “아무것도 못 가진 철부지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가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전주가 나오자 제대로 말도 못했던 그가 ’철부지‘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중간에 두어 번 가사를 잊은 듯 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부릅니다. 생각보다 목소리가 크고 힘이 있었습니다. 말하듯 부르는 그의 노래에 마음이 뭉클해 집니다. 제대로 자신을 표현할 줄 모르는 친구들에게 노래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얼마나 큰 무기인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항상 공연을 준비할 때마다 슈퍼스타가 있어요. 이번 공연의 슈퍼스타는 은빈이와 진우예요.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준호의 노래를 들으면서도 연습하는 내내 마음이 울컥했어요. 준호의 노래가사가 너무 준호같아서 찡하기도 했구요. 교사로서 게을러지고 마음이 다운될 때마다 아이들이 이렇게 힘과 위로를 주네요.“ 매번의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 임수진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음악이라는 깊고 넓은 바다에 풍덩 빠졌던 오늘, 부끄러울 정도로 분에 넘치는 박수와 격려를 받았던 오늘이 우리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 모두에게 위로와 격려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글 : 임수미)
7월 16일 (화)
서른번째 이야기
‘중독은 또 다른 중독으로…’
- [세품아 교육 시리즈 2] 음악교육편 -
“사실 본드를 했을 때 보다 더 행복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어요. 드럼을 치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던 오늘, 이 무대가 본드를 했을 때 보다 더 행복한 거 같아요.“ 15년 전, 초기 세품아가 위치했던 부천 지역에는 청소년 본드 중독이 심각했습니다. 본드 중독의 늪에 빠져 있던 A 친구가 세품아에서 진행한 밴드공연 첫 무대를 마치고 했던 이야기 입니다. 이 친구의 전설같은 이야기, 그리고 음악교육을 통해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세품아 교육이론 중 하나인 ‘중독은 또 다른 중독(또 다른 건강한 몰입)으로 치료한다’ 라는 명언(?)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A군은 현재 드럼을 전공하여 뮤지션들과 함께 음반 작업을 하는 프로드러머로 활동하고 있으며 세품아에서 후배들을 레슨하는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밴드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음악교육은 현재도 세품아의 시그니처 수업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음악이라곤 ‘음’자도 모르는 친구들이 음악수업에 들어가게 되면 자신이 희망하는 한가지 악기를 선택하게 됩니다. 보컬, 드럼, 일렉기타, 베이스기타, 건반 중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음악 포지션을 선택합니다. 첫번째 단계는 레슨을 받는 것입니다. 전문강사의 레슨을 받고 악기를 연주하게 되는 것은 그리 만만한 과정은 아닙니다. 기타를 치며 손가락에 굳은 살이 베긴 친구들은 힘들다는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며 포기하고 싶다는 말도 종종 하기도 됩니다. 그러다 쉬운 곡이라도 한 곡 연주하게 되는 날에는 스스로 최고의 뮤지션이라도 된 양 어깨가 으쓱합니다. 3개월 정도 레슨이 끝나면 합주에 들어갑니다. 공연을 준비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합주는 개인레슨과는 또 다른 레벨의 도전입니다. “혼자 레슨을 받을 때는 실수해도 되고, 혼자 멋을 내도 되는데요. 합주를 할 때는 실수하면 안돼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잖아요. 사실 제 목소리가 크거든요. 그래서 합주를 할 때는 제 목소리를 줄이고 옆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해요. 그러면 함께 목소리를 맞출 수 있어요.” 타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모니를 이뤄야 하는 경험은 노래방에서 노래 꽤나 했다고 자부하는 진우에게도 낯선 경험일 것입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음악수업의 클라이막스는 공연^^ 레슨을 받고 매일매일 연습하며, 공연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여럿이 함께 몰입해 가는 과정은 건강하지 못한 것들에 중독되어 있던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것으로의 중독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만들어 낸 공연, 그리고 그 무대에서 받은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는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듭니다.
오늘이 바로 세품아 공연이 있는 날^^ 전날부터 악기를 세팅하고 아이들은 리허설로 마음이 분주합니다. 일 년에 4번정도 올리게 되는 음악 공연은 세품아의 작은 축제와도 같습니다. 지난번 공연에서 건반을 쳤던 은빈이가 이번에는 보컬에 도전합니다. 평소 부끄럼이 많고 개미 목소리를 내는 은빈이기에 많은 선생님들은 어떻게 은빈이가 노래를 부를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제가 평소에 혼자 잘 흥얼거리거든요. 그걸 형들이 듣고 이번에 한번 도전해보라고 했어요. 저도 사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용기가 없었어요. 이번에 보컬 레슨 처음 받을 때 진짜 얼굴이 빨개졌어요.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덜 부끄러워지더라고요. 계속 연습하니 노래에 익숙해 지고 이제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무대에 설 수 있을거 같아요. 마지막에 고음 부분이 있는데 거기서 삑사리만 안나면 좋겠어요.” 음악수업을 통해 하모니가 뭔지를 경험한 진우는 공연을 앞두고 어떤 마음일까요? “저는 특히 고음을 낼 때 사람들이 환호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리고 리듬을 타게 되면 나랑 음악이 하나가 된 것 같아 몸의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도 지금은 좀 떨리네요. 저는 떨릴 때 심호홉을 크게 하고 멀리 시선을 두려고 노력해요. 그럼 멘탈이 좀 잡히더라고요. 그래도 지금은 용기가 필요해요. 부끄러운 것도 견뎌야 하고 실수도 하면 안되니깐요.”
7월 11일 오후 4시, 학교 2층 ‘플레이룸’ 에서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리듬을 탈 줄 아는 진우는 더레이의 ‘청소’를 불렀습니다. 고음과 저음을 오가며 마이크를 현란하게 휘둘렀습니다. 노래도 수준급^^ “사람들이 환호해 주니 좋기도 하지만 부끄럽기도 했어요. 그 정도로 잘 한거 같진 않아서요. 그래도 감사했어요. 다음에도 보컬에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어요. 연습하면서 중요한 걸 경험했어요. 밖에서 노래 부를 땐 다른 사람이 잘 부르건 못 부르건 관심 없었는데요. 여기서는 같이 부르다 보니깐, 다른 사람이 노래를 잘하면 칭찬하게 되고 힘들어 하면 격려하게 되더라고요.” 개미 목소리 은빈이는 전주가 나오자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립니다. 부끄러워서;;; 그러나 저는 그의 선곡에 한 번 놀라고 부끄럼 속에서도 자신있게 소리를 내지르는 그의 첫 소절에 두 번 놀랐습니다. 그가 선곡한 곡은 우디의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래도 끝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편해요.”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모든 이들을 놀라게 하고 감동시킨 친구는 따로 있었습니다. 준호^^ 15살 준호는 늘 고개를 숙이고 혼자 다닙니다.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합니다. 늘 먹을 것만 찾아 다닙니다. 철저히 자신의 욕구에만 충실합니다. 그러다 누군가 자신을 공격한다 싶으면 곧 자해행동을 보입니다. 다리를 커터칼로 긁기도 하고, 날카로운 것을 몸 속에 쑤셔 넣으려고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오늘 노래를 부릅니다. 존박의 ’철부지‘, 노래를 부르기 전 이 노래를 통해 들려 주고 싶은 메세지가 있냐는 엠씨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숙이고 조그맣게 대답합니다. “아무것도 못 가진 철부지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가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전주가 나오자 제대로 말도 못했던 그가 ’철부지‘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중간에 두어 번 가사를 잊은 듯 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부릅니다. 생각보다 목소리가 크고 힘이 있었습니다. 말하듯 부르는 그의 노래에 마음이 뭉클해 집니다. 제대로 자신을 표현할 줄 모르는 친구들에게 노래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얼마나 큰 무기인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항상 공연을 준비할 때마다 슈퍼스타가 있어요. 이번 공연의 슈퍼스타는 은빈이와 진우예요.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준호의 노래를 들으면서도 연습하는 내내 마음이 울컥했어요. 준호의 노래가사가 너무 준호같아서 찡하기도 했구요. 교사로서 게을러지고 마음이 다운될 때마다 아이들이 이렇게 힘과 위로를 주네요.“ 매번의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 임수진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음악이라는 깊고 넓은 바다에 풍덩 빠졌던 오늘, 부끄러울 정도로 분에 넘치는 박수와 격려를 받았던 오늘이 우리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 모두에게 위로와 격려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글 : 임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