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 (화)
서른두번째 이야기
“내가 도서관이 되는 시간, 아이브러리”
(세품아 교육 시리즈 4 아이브러리, 다움학교편)
‘잘 모르겠는데요…’로 시작한 지움학교의 똑똑수업을 6개월 경험한 아이들이 다움학교로 진학하게 되면 ‘아이브러리’를 만나게 됩니다. ‘아이브러리’는 다움학교의 ‘생각수업’입니다. 지움학교에 ‘똑똑수업’이 있다면 다움학교는 ‘아이브러리’가 있습니다.
‘아이브러리’는 ‘I’와 ’Library’의 합성어로 내가 도서관이 되는 수업입니다. 보통 3개월 한 학기로 수업이 진행이 되는데, 교사가 주제를 정하면 학생들은 도서, 영화, 영상, 공연, 박물관, 대화 등의 다양한 텍스트를 이용하여 정보를 모으게 됩니다.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은 자신만의 주제를 정하게 됩니다. 일단 주제가 정해지면 그 주제에 맞는 더 깊은 정보 수집 과정이 진행됩니다. 이후 수집된 정보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함께 정리한 후, 발표가 진행됩니다. 발표는 보통 PPT로 진행되는데, 때로는 그림, 음악, 대화를 통한 방식으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사실 아이브러리 수업 목표는 아이들이 똑똑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익숙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여러 방식으로 정보를 모으고 다시 나만의 방식으로 소화한 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소통 능력 향상이 더 중요한 목표입니다. 부수적으론 자료수집, 작문, PPT제작, 발표의 스킬도 얻게 되겠죠? 2년 전, 첫 아이브러리의 수업 주제는 ‘혐오’였습니다. ‘혐오’라는 주제가 좀 낯설긴 하지만 아이들은 첫 아이브러리 수업을 통해 생각보다 ‘혐오’가 우리의 삶에 생각보다 깊게 뿌리 박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사회적 권력에 대한 고민인 ‘약함이 강함될 때’, 역사 속 의견의 대립을 고민한 ‘병자호란’, 우리의 근현대사 이해를 위한 ’현대사‘, 혐오를 일으키는 요소로써의 ’차이와 차별‘을 주제로 하여 수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9월에 있을 캄보디아 여행을 준비하며, ’여행‘을 주제로 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병자호란‘을 주제로 한 수업의 결과 발표회때 초대를 받아서 간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병자호란‘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 창의적인 주제로 결과 발표를 해주었습니다. 나이 어린 한 친구는 전쟁 속에서 굶주리는 어린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돌봄받지 못한 자신의 삶을 비추어, ’어린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한다‘라는 주제로 결과 발표를 해 주었습니다. 주제의 탁월성에 대해 놀랐지만, 아직은 그 멋진 주제에 맞춰 내용을 채워나갈 능력이 부족함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6개월 후, ’차이와 차별‘에 대한 결과 발표에 한번 더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흐른 시간 만큼 꼼꼼하게 내용을 채워가는 아이들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맏형 K는 ‘차이와 차별’에 대한 정확한 내용 설명 뿐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차별을 극복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가장 나이어린 Y군은 쇼셜미디어를 소재로 한 다양성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는데, 청중을 향해 이야기 하듯 말하는 여유까지 보였습니다. ‘평화주의자’로 통하는 S군은 흥미로운 인트로를 통해 청중을 사로잡았으며, 스마트한 J군은 ‘신은 왜 인간에게 혐오를 가르쳤는가?’의 철학적 내용으로 주제 발표를 해서 교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참고로 ‘혐오’와 ‘약함이 강함될 때’의 수업 결과물은 도서로 발간되어 Second Chance Library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다 힘들어요. 텍스트 뿐 아니라 영상의 내용조차 이해 못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단어도 이해 못하고 검색도 할 줄 모르고, PPT 조차 만들 줄 모르니 첫 수업은 장난 아닙니다. 자료 검색을 위해 태블릿을 쥐어주면 ‘쇼츠’ 보기에 바쁩니다. 그러나 개인 주제가 정해지고 검색 방법을 알려주고 나면, 아이들은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어색하지만, 자료를 찾고 PPT를 만들고, 발표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작은 재미와 성취감을 경험하죠.” (정종수 PM) 듣기에는 감동스런 과정이지만, 실제 진행과정은 힘들고 고단한 여정입니다. 교사가 1:1로,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을 해줘야 가능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똑똑수업 교사가 질문의 달인이라면, 아이브러리 교사는 지칠줄 모르는 수다쟁이 입니다. 저 바닥같은 수준의 질문에서 부터 아이들을 향한 격려까지, 그들의 대화는 끝이 없습니다. “글을 쓰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발표하는 것도 너무 떨렸다. 이것이 끝나면 후회와 성장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다 알고 있지만, ‘나중에 글을 써아지. 아! 귀찮아’가 자꾸만 성장을 더디게 한다. 하지만 끝나면 ‘아 좀만 더 할걸…’ 이라는 생각에 나중에는 더 괜찮은 글이 완성되었고 마음이 뿌듯했다. 한 개의 깨달음으로 나를 만드는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15살, Y군)
이런 시간을 거쳐 똑똑해진(?)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에 자신이 생깁니다. 때로는 ‘입만 살았다’는 구박을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능청스런 농담을 건네는 아이들을 보며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변화를 알아채는 건 교사만이 아닙니다. 다움학교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이제 좀 아이와 대화가 되네요’ 라는 한결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또한 전에는 생각보다 감정이 앞서, 작은 일에도 또래와 갈등을 겪었던 친구들이 이제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건강한 또래 관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사람관계는 힘의 서열로만 있는 줄 알았어요. 근데 다움학교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이런 관계도 있구나 처음 알게 되었어요“ (세품아에서 1년을 지내고 집으로 돌아간 17살, Y군)
수많은 질문과, 끊임없는 대화 속에 아이들의 사고가 확장되고 관계의 즐거움까지 배워갑니다. 이런 아이들을 보며 ‘안 변화는 것이 아니라 못 변하는 것이다’라는 세품아의 슬로건이 생각납니다. 교사의 수고와 느리지만 변할 수 있다는 아이들을 향한 교사의 믿음이 오늘도 아이들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글 : 임 수 미)
8월 13일 (화)
서른두번째 이야기
“내가 도서관이 되는 시간, 아이브러리”
(세품아 교육 시리즈 4 아이브러리, 다움학교편)
‘잘 모르겠는데요…’로 시작한 지움학교의 똑똑수업을 6개월 경험한 아이들이 다움학교로 진학하게 되면 ‘아이브러리’를 만나게 됩니다. ‘아이브러리’는 다움학교의 ‘생각수업’입니다. 지움학교에 ‘똑똑수업’이 있다면 다움학교는 ‘아이브러리’가 있습니다.
‘아이브러리’는 ‘I’와 ’Library’의 합성어로 내가 도서관이 되는 수업입니다. 보통 3개월 한 학기로 수업이 진행이 되는데, 교사가 주제를 정하면 학생들은 도서, 영화, 영상, 공연, 박물관, 대화 등의 다양한 텍스트를 이용하여 정보를 모으게 됩니다.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은 자신만의 주제를 정하게 됩니다. 일단 주제가 정해지면 그 주제에 맞는 더 깊은 정보 수집 과정이 진행됩니다. 이후 수집된 정보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함께 정리한 후, 발표가 진행됩니다. 발표는 보통 PPT로 진행되는데, 때로는 그림, 음악, 대화를 통한 방식으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사실 아이브러리 수업 목표는 아이들이 똑똑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익숙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여러 방식으로 정보를 모으고 다시 나만의 방식으로 소화한 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소통 능력 향상이 더 중요한 목표입니다. 부수적으론 자료수집, 작문, PPT제작, 발표의 스킬도 얻게 되겠죠? 2년 전, 첫 아이브러리의 수업 주제는 ‘혐오’였습니다. ‘혐오’라는 주제가 좀 낯설긴 하지만 아이들은 첫 아이브러리 수업을 통해 생각보다 ‘혐오’가 우리의 삶에 생각보다 깊게 뿌리 박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사회적 권력에 대한 고민인 ‘약함이 강함될 때’, 역사 속 의견의 대립을 고민한 ‘병자호란’, 우리의 근현대사 이해를 위한 ’현대사‘, 혐오를 일으키는 요소로써의 ’차이와 차별‘을 주제로 하여 수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9월에 있을 캄보디아 여행을 준비하며, ’여행‘을 주제로 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병자호란‘을 주제로 한 수업의 결과 발표회때 초대를 받아서 간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병자호란‘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 창의적인 주제로 결과 발표를 해주었습니다. 나이 어린 한 친구는 전쟁 속에서 굶주리는 어린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돌봄받지 못한 자신의 삶을 비추어, ’어린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한다‘라는 주제로 결과 발표를 해 주었습니다. 주제의 탁월성에 대해 놀랐지만, 아직은 그 멋진 주제에 맞춰 내용을 채워나갈 능력이 부족함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6개월 후, ’차이와 차별‘에 대한 결과 발표에 한번 더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흐른 시간 만큼 꼼꼼하게 내용을 채워가는 아이들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맏형 K는 ‘차이와 차별’에 대한 정확한 내용 설명 뿐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차별을 극복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가장 나이어린 Y군은 쇼셜미디어를 소재로 한 다양성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는데, 청중을 향해 이야기 하듯 말하는 여유까지 보였습니다. ‘평화주의자’로 통하는 S군은 흥미로운 인트로를 통해 청중을 사로잡았으며, 스마트한 J군은 ‘신은 왜 인간에게 혐오를 가르쳤는가?’의 철학적 내용으로 주제 발표를 해서 교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참고로 ‘혐오’와 ‘약함이 강함될 때’의 수업 결과물은 도서로 발간되어 Second Chance Library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다 힘들어요. 텍스트 뿐 아니라 영상의 내용조차 이해 못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단어도 이해 못하고 검색도 할 줄 모르고, PPT 조차 만들 줄 모르니 첫 수업은 장난 아닙니다. 자료 검색을 위해 태블릿을 쥐어주면 ‘쇼츠’ 보기에 바쁩니다. 그러나 개인 주제가 정해지고 검색 방법을 알려주고 나면, 아이들은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어색하지만, 자료를 찾고 PPT를 만들고, 발표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작은 재미와 성취감을 경험하죠.” (정종수 PM) 듣기에는 감동스런 과정이지만, 실제 진행과정은 힘들고 고단한 여정입니다. 교사가 1:1로,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을 해줘야 가능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똑똑수업 교사가 질문의 달인이라면, 아이브러리 교사는 지칠줄 모르는 수다쟁이 입니다. 저 바닥같은 수준의 질문에서 부터 아이들을 향한 격려까지, 그들의 대화는 끝이 없습니다. “글을 쓰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발표하는 것도 너무 떨렸다. 이것이 끝나면 후회와 성장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다 알고 있지만, ‘나중에 글을 써아지. 아! 귀찮아’가 자꾸만 성장을 더디게 한다. 하지만 끝나면 ‘아 좀만 더 할걸…’ 이라는 생각에 나중에는 더 괜찮은 글이 완성되었고 마음이 뿌듯했다. 한 개의 깨달음으로 나를 만드는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15살, Y군)
이런 시간을 거쳐 똑똑해진(?)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에 자신이 생깁니다. 때로는 ‘입만 살았다’는 구박을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능청스런 농담을 건네는 아이들을 보며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변화를 알아채는 건 교사만이 아닙니다. 다움학교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이제 좀 아이와 대화가 되네요’ 라는 한결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또한 전에는 생각보다 감정이 앞서, 작은 일에도 또래와 갈등을 겪었던 친구들이 이제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건강한 또래 관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사람관계는 힘의 서열로만 있는 줄 알았어요. 근데 다움학교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이런 관계도 있구나 처음 알게 되었어요“ (세품아에서 1년을 지내고 집으로 돌아간 17살, Y군)
수많은 질문과, 끊임없는 대화 속에 아이들의 사고가 확장되고 관계의 즐거움까지 배워갑니다. 이런 아이들을 보며 ‘안 변화는 것이 아니라 못 변하는 것이다’라는 세품아의 슬로건이 생각납니다. 교사의 수고와 느리지만 변할 수 있다는 아이들을 향한 교사의 믿음이 오늘도 아이들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글 : 임 수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