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품아 저널


[저널 서른세번째] 세품아 교육 시리즈 5, 기초학습

관리자
2024-08-27
조회수 151

8월 27일 (화)    

 서른세번째 이야기    





“속도를 존중하고 개별의 필요에 맞춰 교육한다면 

도리어 이것이 ‘fast track’ “

(세품아 교육 시리즈 5  기초학습) 




누군가에겐 평범한 것이 누군가에겐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세품아 안에서의 ‘기초학습’ 이 바로 그렇습니다. 요즘엔 유치원생들도 영어를 무척 잘 하던데, 올 봄, 세품아에 들어 온 중학생 J는 알파벳을 알지 못했습니다. 중학생 P는 더하기, 빼기는 가능하지만 곱하기와 나누기 부터 조금 난감해 했습니다. 고1, Y는 글자는 소리내어 읽을 순 있지만, 읽은 내용을 이해하진 못했습니다. 이런 친구들에게 세품아에서의 기초학습이란, 한글을 처음 배운 어르신들이 길거리 간판을 읽으면서 세상을 새롭게 눈 뜨는 것 만큼 놀라운 경험입니다.


“기초학습은 말 그대로 기초를 다지는 학습인 거 같아요. 아이들이 보통 세품아에 처음 들어왔을 때 학습수준은 초3~초6 정도입니다. 그 중 밖에서 사교육을 좀 받았다 하는 친구는 중학교 수준도 가끔 있고요.“ (한주희 PM) 이런 친구들이 세품아에서 6개월 기초학습을 꾸준히 받는다고 해도 중학교 수준까지 올라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대부분 학업을 포기한 친구들이여서 현재의 학습 수준이 낮기도 하지만, 집중적으로 학습을 시킨다고 해도 여러가지 이유로 학습에 속도가 나질 않습니다. 말 그대로 달팽이 같습니다. 어려움은 이것 만이 아닙니다. “공통수업으로 진행한다 해도 아이들 수준도 다르고,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결국은 1:1 수업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원래는 오후 1시~3시까지가 기초학습 시간인데요. 수업을 하다보면 4시~5시까지 아이들과 씨름하기 일쑤입니다.” (한주희PM) 여럿이 함께 수업하기 어려워 1:1로, 여러 번 설명을 해야지만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친구들이 반 이상이 됩니다. 이런 이유로 기초학습을 담당하시는 선생님들의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그래서 효육적인 기초학습에 대한 고민은 세품아의 계속된 숙제이기도 합니다.


끝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든 작업이지만, ‘기초학습’을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유 또한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세품아의 기초학습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교육받지 못한 열등감에서 벗어나 자기 효능감을 느끼게 하는 회복으로의 과정’ 이라고 생각합니다.” (명희수PM) 우리 아이들은 ‘학교’ ‘교사’ 라는 단어에 그리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말로는 ‘학교가 싫다. 선생님이 싫다’ 고 말하지만 사실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는 자신이 실패하고 거부당했던 열등감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난 학교가 싫어. 난 공부랑 안 친해’ 라는 허세를 부리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는 ‘나는 공부도 못 하는 사람이다’ 라는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생각은 자신을 위축시키고 작은 도전에서도 망설이게 만듭니다. 그러나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던 P군이 나눗셈을 배운 후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저 곱셈은 괜찮은데 나눗셈이랑 분수부터 포기를 했었거든요. 이해도 안되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근데 여기와서 공부하다 보니깐 나눗셈이 되는 거예요. 이제 이해가 되니깐 후회가 돼요. 좀 빨리 시작할걸 그랬다 싶고요. 이제 다른 공부도 해보고 싶어요.“ 기초학습은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작은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교육입니다. 이 성취감은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또 다른 교육의 동기로도 이어지곤 합니다. 아직은 우리 아이들의  학습 수준이 낮고, 교사의 수고가 많이 들어가야 하는 수업이지만, 아이들의 느린 속도를 존중하고 개별에 필요에 맞춰 교육한다면 도리어 이것이 이들에겐 'fast track' 이 될 수 있다는 게 'Snail Lab'의 정신입니다.


이렇게 아이들과 씨름을 하다보면 선생님들을 웃게 만드는 재미난 순간들도 많은데요. 알파벳 발음 기호를 막 배운 한 친구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를 보고서는 ”자규아 멋진데!!!“ @@@ 그런 차가 있었나??? 사실 ‘JAGUAR’ 가 읽기 어렵잖아요 ;;;  그러나 그보다 쉬운 ’CARNIVAL’을 자기도 모르게 읽어버려서 모든 선생님을 놀라게 한 친구도 있었답니다. '휴, 다행이다.' 명성진 이사장님에게 ‘이사장님’ 이라고 부르는 교사들을 한참 쳐다보고는 무척 진지한 얼굴로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왜 명사장님이 아니고 이사장님이예요?" @@@@ 

( “얘들아!!! 우리 진짜 열심히 공부하자;;; ” ㅋㅋ )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선생님들이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느린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는 것 같은 가슴 뭉클한 순간들입니다. "정말 무뚝뚝한 친구가 있었어요. 같이 공부하는 동안 ‘네’라는 소리밖에 못 들어 봤어요. 이전에 한번도 공부를 안해 봤는데 검정고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기초가 부족하긴 했지만 한달 반, 열심히 공부를 시켰어요. 근데 수업 뿐 아니라 숙제도 열심히 해 오는 거예요. 너무 기특했죠. 공부를 하면서도 자신이 합격할 거라 스스로도 믿지 못했던 소심한 이 녀석이 그만 덜컥 합격을 해 버렸지 뭐예요. 녀석이 얼굴이 빨개지면서 개미 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 (엄은성 PM) 이런 한마디가 선생님들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피로 회복제와도 같습니다.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한 공부가 아이들이 사회로 돌아갔을 때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학교에 적응할 수 있게 할거라는 보장이 딱히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기초학습은 어릴 적 마땅히 받았어야 할 관심과 사랑이기에, 나를 위해 준비된 마땅한 경험을 이들이 하길 바랄 뿐입니다." (엄은성 PM) 


‘The Original Experience for the Youth’


누군가에겐 평범한 것이 누군가에겐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친구들에겐 평범했을 이 경험을 이제서야 이들은 세품아에서 특별하게 경험하고 있으니깐요. 이 특별한 경험이 우리 아이들의 인생에 ‘도전과 기회’ 라는 작은 디딤돌이 되길 바래봅니다. 

(글 : 임수미) 


*세품아에서 기초학습을 담당하고 있는 한주희, 엄은성, 명희수 PM의 인터뷰를 통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