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품아 저널


[저널 첫번째] 민수 이야기

관리자
2023-08-08
조회수 329


 2023.05.16 (화)    

첫번째 이야기     



"민수의 홀로서기 프로젝트"

(세품아에서 3년이상을 함께한 자립홈 민수의 홀로서기 도전기)




요새 아이를 키우는 어머님들은 육아의 난이도를 순한맛, 매운맛, 마라맛 이렇게 부른다는데 혹시 알고 계시나요? 순한 맛이 오기를 바라고 바라지만, 슬프게도 오로지 매운맛, 마라맛, 캡사이신 맛만 존재한다고 하네요. 


저에게도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있는 매운맛의 한 아이가 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참 튼튼하지만, 정신적 압박이 오면 몸이 아프고, 누구보다 예민해서 밤잠도 늘 설치기 일쑤지만,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멋 부리기를 좋아하고, 운동할 때가 가장 좋다는 올해 20살이 된 최민수(가명) 라는 친구입니다. 세품아가 부천에 있다가 포천으로 넘어올 당시 함께 넘어와 유일하게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친구죠. 그러고 보니 벌써 민수가 세품아와 함께 한지도 오늘이 1347일!! 벌써 3년하고도 8개월이나 되었네요. 그 사이 16살의 까까머리 여드름 많던 꼬맹이는 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염 난 20살 청년이 되었답니다^^


16살에 들어온지라 학교에 한 번도 간 적은 없지만, 세품아에 있으면서 학력 인정을 받아 이번 해에 졸업을 했네요. 이후 사회생활을 하러 나가야 할지 아니면 조금 더 자립을 준비할지 고민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라고 스스로 판단하여, 세품아에 더 있기를 자청해 올해 1월 자립홈인 “다움학교“에 입학해 [민수다움]을 찾아 매일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민수는 중학교 때부터 늘 운동과 가까이 했던 아이입니다. 들어는 보셨나요? 그 힘들다는 철인 3종!! 그래서인지 키는 작은 편에 속하지만, 트레이너 같은 몸을 가지고 있죠. 작년에는 FISAF 국제 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영어로 시험을 보고, 주말을 온전히 반납하고 서울을 오가는 강행군을 하면서 많이 두렵고 힘들어했지만, 그럼에도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잘 견뎌내고 30명 중 9등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며 당당히 합격을 했습니다! 짝짝짝!! (같이 공부하신 분들 절반 이상은 현직 트레이너 였다는 사실은 안 비밀! 자랑입니다..ㅎ) 아마도 그 경험이 민수에게 나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것 같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한 뒤로부터는 세품아의 한 선생님께 PT레슨을 하기도 하구요, 또 아이들의 몸수업 보조코치로 활동하며 ‘민수쨈 ’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민수는 운동만 하고 살다 보니 한 번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해야 행복한지를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운동을 계속 해왔기에 이후에도 운동을 통해 대학까지 진학 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PT를 가르치는 트레이너가 아니라, 몸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을 치유하고 회복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녀석은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민수는 관련된 분야인 ‘생활체육 지도자’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도 하고, 뒷받침 되어야 할 기초지식을 키우기 위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운동은 기본이요, 평일에는 책읽기 등 여러 가지 수업들을 받고 있구요, 주말에는 아르바이트까지 하느라 정신없는 매일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추가 옵션은 하고 싶지 않은 날도 많다...라는 것..ㅎ)  


그런 민수가 한 달 전 쯤 문득 이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세품아가 너무 감사하고 좋지만 자신이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한번 확인해보고 싶은데 한 달 정도 밖에 나가서 경험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실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사실 세품아에는 그런 제도가 없습니다. 하지만 민수에게 필요하다고 하면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되어, 민수를 위한 홀로서기 프로젝트가 만들어졌습니다. 아마 이후에도 세품아에 오랜 기간 머무는 아이들에게도 이런 과정들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살아야 할 세상은 안전한 세품아가 아닌 안전하지 않은, 변하지 않은 원래 자신이 있던 바깥 세상이니까요. 


민수가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먼저 정리해야 할 일들이 있었어요. 하고 있던 아르바이트 사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해야 했고, (민수는 포천 일동 내 ‘베스킨라빈스’ 에서 유일한 남자 직원으로 일한답니다^^) PT를 가르치는 선생님께도 말씀드려야 했고, 또 홀로서기 과정 속에서 어떤 것을 경험하고 얻고 싶은지 계획하는 시간들이 1달 정도 걸렸습니다. 민수의 계획을 살포시 스포해 볼까요??


# 공부

· 도서관이나 까페에 가서 스스로 공부해보기

· 영어(영단어+문법), 독서하기, 생활체육지도사 2급 공부하기


# 여행

· 직접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행 다녀오기

·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하는 경험하기


# 아르바이트

· 여러 가지의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이 얼마나 벌기 어렵고, 중요한지 깨닫는 경험하기


# 여가활동

· 평소에 해보지 못한 공간을 가거나, 또래문화 체험하기(건전하게!)

· 운동 꾸준히 하기

· 교회 가기


엄청난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삶이겠지만 민수는 오랫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랍니다. 


그리고 5월 7일 드디어 민수의 홀로서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두둥! 

사실 잘 될지는 교사인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결과들을 가져올 지도요. 하지만 한 아이에게 필요하다는 것과 우리도 과감히 떠나보내야 할 때 놓아주어야 한다는 생각 속에서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안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마음까지도 함께 품고요. 

어미 새는 아기 새가 날 때가 되면 낭떠러지에서 민다고 합니다. 아기 새는 버둥거리지만 곧 날아오르죠, 한 달의 기간이 민수에게도 많은 선생님들에게도 걱정이지만, 어쩌면 걱정보다 더 잘 해낼지도 몰라요. 아기 새처럼 날아 오를지도요..^^ 


아직은 본인 스스로와의 싸움을 치열하게 해내고 있고, 때로는 가시 돋아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만, 매일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친구인 우리 민수가 부디 홀로서기를 잘 끝마치고, 좋은 경험의 밑거름을 배워 순한 맛으로(저의 개인적인 바램이랄까??)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 민수의 고군분투 홀로서기 프로젝트 결과도 전해 드릴께요^^ 최민수 파이팅!! (글 박새미)                                                             

 


           

박새미CM(Chance Maker)은 현재 자립홈(다움학교)을 담당하고 있으며, 생활관과 그룹홈과정을 거쳐 조금은 성숙(?)해진 아이들과 자립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말과 행동이 엄청 빠른걸로는 세품아의 넘버원(ㅋ)인 새미CM은  그 추진력을 바탕으로 세품아 해결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두 딸의 엄마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중입니다.


[발행 : 세품아 / 편집 : 임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