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품아 저널


[저널 세번째] 진호 이야기

관리자
2023-08-08
조회수 247


 2023.06.13 (화)      

세번째 이야기      



"5학년 때 학교로 찾아온 경찰에게서 

'이렇게 하다간 교도소 갈 수 있다'라는 말을 듣고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생활관 귀요미 진호 이야기)



  

  상담을 위해 사무실에서 만난 진호는 조금 경직되어 보였습니다. 귀엽고 익살스런 미소를 늘 얼굴에 머금고 있던 평소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였습니다. 이 어색함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건 진호였습니다. “혹시 이 상담은 전체가 다 하는 건가요? 혹시 제가 뭐 잘못해서 하는 건 아니죠? 저 상담 많이 해봤어요. 그래서 별로 이런것에 대한 기대가 없어요. 혹시 심리테스트 같은거 아세요? 그림 그리는 거요… 집, 나무, 비의 의미를 전 다 알아요. 비가 온다는 건 스트레스가 많다는 거예요.” 예상치 못했던 아이의 이야기에 잠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어린 나이에 이렇게 많은 상담을 받았다는 건 아이의 삶에 이미 우여곡절이 존재했다는 사실^^ 한편으론 마음이 무거웠지만, 도대체 어린 아들의 삶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진호는 지금 중학교 2학년입니다. 작년에 세품아와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친구가 세품아에 들어왔다는 건, 아마도 초등학교 고학년때 부터 재판을 받았을 확률이 높고 그 이전에 범죄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이야기가 되는데요. 그렇다면 도대체 진호는 언제부터 범죄를 시작했을까요? 아니 언제부터 방황하기 시작했을까요?


“초등학교 2학년때 마트에서 장난감, 과자, 콜라등 이것저것 그냥 막 가져 왔었어요. 돈을 안 내고 물건을 들고 나오면 무슨일이 벌어질 까 궁금했거든요.” 어린아이의 궁금증이라고 하기에는 좀 사이즈가 큰(?) 일이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 “같이 한 친구랑 함께 돈 물어줬죠. 뭐… 부모님께 연락이 가잖아요? 많이 혼날 줄 알았는데 혼을 안내시고 그냥 타이르기만 하셨어요.” 이때 진호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중장비를 다루시는 고모할아버지와 맘씨 좋은 고모할머님가 진호를 5살때 부터 키워 주시고 계셨습니다. 함께 살지 않는 부모님께 마트측에서 연락을 했을 텐데 부모님의 반응은 진호에게 의아함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어리고 철없는 진호에게 부모님께 혼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는 건 ‘서운함’ 보단 ‘다행’이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학교 형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편의점 절도가 시작되었습니다.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깐 돈이 많이 필요했던거 같아요. 그냥 하고 싶은대로 했어요. ‘내가 배고픈데 뭐…’ 라는 마음으로 그냥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자주 훔쳤어요. 그때는 하면 안된다는 걸 몰랐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5학년때 학교로 찾아온 경찰에게서 ‘이렇게 하다간 교도소 갈 수 있다’ 라는 말을 듣고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놀랍게도 이것이 진호에게 마음의 첫 브레이크를 안겨 준 기억이지만 아쉽게도 이 두려운 마음이 진호의 범죄를 멈추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때 첫번째 소년재판을 경험했고, 이어 중1때 두번의 재판을 더 겪으면서 세품아에 입소하게 되었으니까요. 


14살이란 나이(작년)답게  처음 만난 진호는 조그만 체구에 아기같은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처음에 세품아 들어왔을 때, 단체 생활이 너무 힘들었어요. 휴대폰도 못하고요. 이탈하고 싶은 마음만 컸어요. 그런데 한달 정도 되니깐 적응이 되더라고요. 이탈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어요. 휴대폰을 안 써서 그런가봐요 하 하 하.” 잘 지내는 가 싶더니  3개월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사고를 치고 있는 (감정을 참지 못해 싸움이 일어남) 자신을 보면서 진호는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정말 노력하는데요. 3개월이나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싸움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정말 짜증나요. 여기와서도 여전히 싸운다는 건 밖에 나가면 무조건 사고를 친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룹홈을 선택한 거예요.” 이런 이유로 진호는 일찍이 그룹홈에 대한 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어린 친구가 자신의 반복되는 실수를 보고 스스로를 자책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는 것,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자유로움을 포기하고 그룹홈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이 언뜻 대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5개월이 지난 지금 진호의 모습은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다스리는 것에 큰 진전을 보였고, 그 노력이 힘들다는 걸 아는 선생님의 칭찬이 이어지자, 진호의 하루하루는 더욱 예쁜 모습으로 다듬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진호와 함께 일을 해봤는데요. 이 녀석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파악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일을 빨리 끝낼수 있는 방법을 잘 찾아냅니다. 어려서 부터 교육의 기회가 주어졌다면 매우 똘똘한 친구가 되었을거 같아요.” 진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생활담당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똑똑수업에 텍스트를 잘 이해하고 잘 참여하고 있습니다. 진솔하게 임하면서 그룹 대화에 긍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입소 초기 똑똑수업을 담당하고 계시는 선생님의 말입니다. 똑똑해서 일머리도 있고 이해력도 좋지만, 학습의 기초가 적어 공부를 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파닉스 강의 진도가 많이 나간 것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고 열심히 참여합니다. 계속 하다보니 알파벳을 스스로 구분할 줄 알게 되었고, 단어의 형태나 흐름 등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직은 너무 느려서 다른 아이들과 달리 가장 늦게 끝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4개월이 지날 때쯤, 영어를 담당하시는 선생님의 교육 피드백입니다. 진호 스스로도 공부가 쉽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생각하는 것이 너무 힘든데요. 그래도 이제 생각이란 걸 하게 된거 같아요. 생각하게 되니깐 주변에서 많이 변했다는 얘기도 듣는 것 같고요. 그리고 너무 싫지만 내 성장을 위해선 공부가 필요한거 같아요. 세상에서 공부를 안하고는 될 수 있는 직업이 없는거 같더라고요.” 직업군인이 꿈인 진호는 공부를 해야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아 가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왜 군인이 되고 싶냐는 나의 질문에 “전쟁중에 사람들을 지키는 게 멋있어 보여요. 남들을 지킨다는 게 배려고 존중같아요.” 라는 명언을 남기셨습니다. (하 하 하) 


물론 작은 할아버지와 할머님께서 진호를 잘 키워주셨지만, 어릴 때 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경험해 보지 못한 진호, 식당에서 세품아 선생님이 자신의 자녀에게 밥을 먹이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진호를 보면서 엄마아빠에 대한 진호의 마음이 궁금했습니다. “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 없어요. 엄마랑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거절했어요. 그냥 그게 편해요. 어렸을 때 생일이 되면 부모님이 찾아와 축하를 해줬는데요. 전 그게 싫었어요. 그냥 돈으로 주면 좋겠어요. 부모는 남남이잖아요. 부모노릇 안했으면 좋겠어요.” 진호는 부모가 밉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표현은 저렇게 했지만 ‘당신들이 부모냐?’ 라는 의미보다는 티비에서처럼 부모와 자식의 상황이 재현되는 것이 어색하고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듯 보였습니다. 이런 진호가 이번 저널에 대해 한마디 부탁의 말을 남겼습니다. “저를 착한 사람으로 표현하지 말아주세요. 아직 부족하고 노력이 필요한 사람이예요. 그리고 노력도 할거고요.” 와~~~우^^


“진호야!!! 늘 노력하고 그 노력에 대한 선생님들의 칭찬에 늘 어색한 미소로 답례하는 너의 모습이 늘 귀엽고 기특해. 진호의 마음을 알면 알 수록 더 깊은 너의 마음, 아픔, 실패, 노력등을 이 짧은 글에  다 담아 낼 수 없을 듯 해 좀 아쉽네. 오늘이 너의 SCT(Second Chance Table 그룹홈 진학을 위해 자신의 생활관의 생활을 정리하고 그룹홈에 대한 계획을 세품아 모든 가족들 앞에서 발표하는 아주 떨리는 날)날이지? 잘 할거라고 믿고 너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할께. 화이팅!!”   






<자원봉사자와 함께 하는 체육대회>


  2023년 6월10일 토요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아침부터 밝은 햇살이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오늘은 [자원봉사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체육대회] 날입니다. 체육대회가 열리는 곳은 세품아가 아닌 인근 초등학교 강당, 원주에서 아침일찍 출발하신 아라쌤을 시작으로 한분한분씩 체육대회가 열릴 학교강당으로 도착하셨습니다. 총 8명의 선생님들이 함께 하셨는데요. 아이들과 만나기 전, 자원봉사자를 위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시간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세품아 친구들이 하나둘씩 강당으로 들어 왔는데요. 두근두근 ~~~ 드디어, 첫 만남, 떨림과 함께 어색함이 감도는 순간이었습니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자원봉사 선생님들은 강당 오른쪽 벽에 붙어 계셨고 우리아이들은 맞은 편 벽에 붙어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두둥^^ 바로 그 때, ‘세품아의 생활체육의 달인 김진영 선생님’ 이 등장하셨습니다. 국민체조를 시작으로 체육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요. 더 정확히 말하면 체육대회라기 보다 시골학교에서 진행되는 운동회(?)같은 그런 재미진 시간이었습니다. 


“너무 재밌었어요. 아이들이 그렇게 열심히 할 줄 몰랐고요.” “아이들 너무 괜찮아요.” 체육대회가 끝나자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의 한결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의 어색함은 모두 사라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의 하트를 날리는 중이었습니다. 승패가 중요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우리 아이들 보다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더 열심히 뛰신 건 비밀^^;;  체육대회가 끝나고 갑자기 내리는 폭우 속을 뚫고 우리 모두는 세품아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 시간 두 분의 선생님이 더 오시면서 총 열분의 자봉님들과 함께 이후 자원봉사에 대한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이 날 약속해 주신 만남의 계획들, 모두 잊지 않으셨죠??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께도 밴드를 통해 이후 자원봉사에 대한 안내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운동이 아니라 ‘바베큐 파티’였습니다.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미팅을 진행하는 동안 숯불에 구운 고기 냄새로 인해 더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는 지경이었으니깐요. 선생님들은 운동을 같이 했던 조 친구들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한 조는 여자선생님 주변에 애들이 모두 몰리는 바람에 남자 선생님 두분이 뻘쭘하게 식사를 했다죠?;;; (요한쌤, 진호쌤 괜찮으신거죠? ㅋ 남자 녀석들이 다 그렇죠 뭐 ~~~) 식사 후 커피수다까지 모두모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예솔쌤, 윤혜쌤, 수정쌤, 리아쌤, 미란쌤, 진호쌤, 진희쌤, 아라쌤, 욱쌤, 요한쌤^^ 오늘 참석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아이들도 선생님들 덕분에 너무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날 세품아로 열심히 달려오시다 몸이 불편해서 눈물을 머금고 집으로 돌아가신 미나쌤 괜찮으신거죠? 그리고 맛있는 쿠키를 보내주신 ‘서대문 김치찜’ 심해인 대표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일정이 있어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하셨던 모든 쌤들도 빠른 시일내에 얼른 만나뵙기를 기대합니다. 


[발행 : 세품아 / 편집 : 임수미]